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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62

Chapter: 562

   ‘요정여왕은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태일 것이다. 그러니 여느 때처럼 너희들을 초대하려하겠지.’

   ‘사교계에서 흔히 하는 것처럼 치마폭을 살짝 들어 인사를 한다면 내 이름을 대라. 쉬이 일이 풀릴 것이다. 허나 그렇지 않고 여느 사람처럼 인사한다면 날 언급하지 마라. 그 꿈은 날 만나기 전의 것일 테니.’

   

   여기 오기 전 에르기누스의 조언을 떠올린 조이는 어둠 너머로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요정여왕의 손이 치마폭을 잡고 있는 걸 확인하고서 에르기누스의 이름을 언급했다.

   

   표정을 확인할 수 없으니 어렵네. 요정여왕의 안에 도사리는 어둠이 조금만 옅었어도 사교계에서 살아남으려 익혔던 것들을 써먹을 수 있었을 텐데.

   

   치마 폭을 놓은 요정여왕의 손이 가슴켠으로 향한다. 몸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끌어 모아진 팔과 달싹이는 발치는 보여.

   

   저런 움직임은 사교계에서 지겹도록 보았어. 수줍은 소녀들은 누구나 저렇게 변해버리니까.

   

   “요정여왕님?”

   “아. 아아. 그. 죄송합니다. 에르기누스님께선 제자를 #!$)@었는데요!”

   

   여왕의 목소리 중간에 어둠이 끼어들었다. 그녀의 흥분이 꿈을 방해하는 것이다.

   

   여유를 부릴 틈은 없어. 그녀가 깨어나기 전에 일을 처리해야 해. 아마 질문의 내용은 제자를 들이지 않는다고 들었다는 거겠지.

   

   “에르기누스님께서도 그리 생각하셨는지 제게 이 마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조이의 손이 펼쳐지자 그 위에 그려진 마법진을 무대 삼아 마력으로 이루어진 요정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던 마법이라 하셨습니다.”

   

   마법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을 확인한 조이가 다시금 고갤 든 순간 기괴하게 뒤틀린 여왕의 얼굴이 보였다.

   

   눈은 두 개? 세 개? 코는 왜 귀 쪽에 있는 거지? 입술을 어디로 사라진 거야?

   

   아니. 제자리에 있는 건가?

   

   아닌가?

   

   맞나?

   

   아닌가?

   

   맞나?

   

   아닌.

   

   “흡!”

   “조이.”

   

   어깨에 자리한 페이비의 따스한 손을 느낀 조이는 그녀의 웃음기 서린 입과 결연한 눈동자를 보고서 숨을 가다듬었다.

   

   “정신방벽을 좀 더 두텁게 하세요. 당신이 말을 시작한 순간부터 기운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고마워.”

   “그 말을 해야 할 건 저랍니다. 당신의 짐이 가장 무거우니까요.”

   

   안심시키듯 싱긋 웃고서 페이비가 물러난 후 조이는 다시금 요정여왕을 바라봤다.

   

   “다소 중대한 이야기입니다. 여왕님.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될까요?”

   “어. 어떤 이야기인가요?”

   “여자아이들이 눈을 반짝일 이야기입니다.”

   

   또 다시 요정여왕의 얼굴이 뒤틀리지만 조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살짝 어지럽지만 버틸 만 해.

   

   아직 페이비가 몸에 담아 준 신성도 남아있고 다시 새긴 정신방벽도 이 정도 기운엔 괜찮아.

   

   “크흠. 당신만이라면 기꺼이 초대하겠습니다.”

   “제 친우들과 함께 가면 안 되겠습니까?”

   “…에르기누스님의 제자라면 아실 겁니다. 숲의 중심에 들어간다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쉬이 허락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예. 압니다.”

   

   에르기누스에게 들었기에 조이도 중심으로 향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안다.

   

   그 장소는 허락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

   

   초면의 상대가 무심하게 발을 내딛어도 될 장소가 아니다.

   

   “그렇지만 제 친우들은 요정에게 초대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생각합니다.”

   

   요정여왕의 뒤틀린 얼굴이 조이를 떠나 뒤편으로 향한다. 표정은 도저히 알아볼 수 없지만 고개를 끄덕이거나 멈칫하거나 살짝 갸웃하거나 하는 건 보인다.

   

   고민하고 있나.

   

   점차 끄덕임이 줄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거절할 생각이야.

   

   에르기누스님의 제자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나봐. 어떻게 해야 설득할 수 있지?

   

   최악의 경우에는 나 혼자 가는 것도 고려해야 하나?

   

   사람의 정신에 가볍게 파고들어 헤집어 놓는 어둠으로 가득한 곳에.

   

   기괴함으로 가득한 장소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에.

   

   지옥에 떨어질 수나 있을까 싶은 미지에.

   

   홀로.

   

   …

   

   루시는 언제나 이런 공포 앞에서 태연히 나아갔던 건가.

   

   …

   

   “저!”

   “야. 닭장.”

   

   결심 끝에 조이가 낸 목소리는 루시가 여태까지 감추어 두었던 미성 앞에 가뿐히 묻혔다.

   

   “다. 닭장?”

   “얼굴만큼이나 뇌에도 잔뜩 주름이 졌을 텐데 왜 그렇게 판단이 늦어? 뇌주름을 얼굴에다 이식하기라도 한 거야?”

   

   루시가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주변의 어둠이 짙어진다.

   

   방금 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

   

   분노다.

   

   조이의 앞에서 연심에 흔들렸던 요정여왕이 이번에는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운 분노에 잠에서 깨려 하는 것이다.

   

   방금 전보다 요동이 커.

   

   이러다간 계획을 시작하기도 전에 잠에서 깨어날 거야!

   

   루시! 가만있기로 약속했잖아! 갑자기 왜 튀어나온 건데!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야!

   

   막았어야지!

   

   튀어나올 것 같으면 붙잡았어야지!

   

   대체 뭘.

   

   “잘 봐.”

   

   톡.

   

   루시의 경쾌한 걸음이 땅에 닿았다가 떨어진다.

   

   이전에 그랬던 것과는 달리 그녀의 걸음엔 신성이 담겨있지 않았지만 그건 별 문제가 되지 못했다.

   

   신성이 없더라도 루시는 루시라는 사람 그 자체로 빛나고 있었으니까.

   

   톡.

   

   루시가 춤을 춘다.

   

   톡.

   

   요정이 춤을 춘다.

   

   톡.

   

   장난스럽게.

   

   톡.

   

   부드럽게.

   

   톡.

   

   아름답게.

   

   톡.

   

   머나먼 과거의 요정들이 그랬던 것처럼.

   

   – 춤추는 #%@!?

   – 나도! 같!@!$$

   – 와아아! 엄청 잘!$@%!

   – 내가 더 #%!%

   

   그 아름다움에 홀린 것일까. 한 때 요정이었던 것들이 하나 둘 날아와 루시의 주변에 자리한다.

   

   오래 전 어둠에 침식된 이들의 뒤틀림은 루시의 춤을 더럽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 순간 루시의 춤과 요정들의 춤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톡.

   

   요정이 춤을 춘다.

   

   톡.

   

   요정이 인간과 춤을 춘다.

   

   톡.

   

   요정이 요정과 춤을 춘다.

   

   톡.

   

   서로 웃으며.

   

   자기가 더 잘났다 이야기하며.

   

   비틀거리면서.

   

   서로 붙잡았다 놓으면서.

   

   톡.

   

   톡.

   

   톡.

   

   문득 조이는 자신이 과거의 환상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수백년 전 요정이 아직 요정으로 남아있을 적의 꿈을 말이다.

   

   이래서 루시가 우리에게 자신이 춤추는 걸 보여줬던 거구나.

   

   이제야 이해가 돼.

   

   그 때 루시의 춤을 보지 않았다면 저 풍경에 홀려 손을 내밀었겠지.

   

   “…당신은.”

   

   옆에서 들려 온 목소리에 고갤 든 조이는 요정여왕의 얼굴을 보고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전보다도 기괴하게 뒤틀려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니라, 순수로 물들어 감동에 흔들리는 푸른 색의 눈동자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멈춰버렸다.

   

   이게.

   

   이것이.

   

   진짜 요정들의 여왕.

   

   “닭장. 이제 대답할 수 있지?”

   

   춤을 더 추자면서 달라붙는 요정들을 떨쳐내며 루시가 묻자 요정여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정의 숲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는 걸 막을 필요는 없겠죠.”

   

   따라오란 이야기를 남기고 요정여왕이 훌쩍 앞으로 발을 내딛자 삐뚜름한 눈초리를 한 채 입을 다문 루시가 그 뒤를 따른다.

   

   그리고서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일행이 루시의 걸음을 따라 안 쪽으로 향한다.

   

   저 마다 방금 전 보았던 풍경에 대한 감동을 마음에 새기면서.

   

   *

   

   흐아아아. 잘 돼서 다행이다.

   

   요정여왕의 얼굴이 무슨 크툴루마냥 개판났을 때는 진짜 무서웠어!

   

   숲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루트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다니까!

   

   요정의 춤을 본 후에 기운이 안정되어서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다면 목숨을 걸 생각을 했을 거야.

   

   <가만 내버려뒀다간 네 친우 혼자 들어가게 될 듯 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뭐라고 말한 적 없는데요.’

   <그러냐? 그럼 혼자 찔려서 괜히 변명을 했구나.>

   

   내 생각을 읽은 게 아닐까 의심하며 슬그머니 고갤 들자 요정여왕의 얼굴이 보인다.

   

   티끌 하나 없이 맑아서 바닥까지 보이는 에메랄드 빛의 바다를 그대로 담은 듯한 눈동자.

   

   대리석처럼 새하얗지만 분명한 생기를 품고 있는 피부.

   

   빈곤하단 말이 절로 나오는 나와 달리 생동감이 넘치는 몸.

   

   이래저래 아름다운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되었던 나지만 요정여왕을 마주하는 느낌은 평소와 달랐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일부지만 얼빠여우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해야 하나?

   

   간슈의 시련 속에서 요정여왕을 마주했을 때는 이 정도 감동은 없었는데.

   

   역시 간슈 그 녀석 도서관에 틀어박힌 애늙은이라 그런가 제대로 재현을 할 줄 모르네.

   

   변태 까마귀가 알았다면 요정여왕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경기를 일으켰을 거야.

   

   아니. 그러지는 못하려나? 까마귀 그 년도 간슈한테 약점 잡힌 게 한 둘이 아니니까.

   

   “요정님.”

   

   날 부르는 청아한 목소리에 고갤 돌렸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요정여왕이 보였다.

   

   “닭장이란 게 대체 무슨 뜻인가요?”

   

   …바로 그거냐!?

   

   그치! 그렇겠지! 다짜고짜 닭장이라고 불렀는데 그게 제일 궁금하겠지!

   

   나도 뭔 개소린가 싶어서 바로 물어볼 거야!

   

   근데 저기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해!?

   

   당신의 소중한 부분에서는 닭장에서나 날 퀘퀘한 냄새가 날 것 같아서 닭장이라 불렀습니다. 라는 말을 어떻게 하냐고!

   

   절대 못 해! 했다간 방금 전처럼 요정여왕이 크툴루로 변해버릴 거야!

   

   나는 중세 판타지에서 살고 싶은 거지 코즈믹 호러에서 살고 싶은 게 아니라고!

   

   친구들아! 헬프! 헤에에에엘프!

   

   뭐 좀 그럴 듯한 변명거리를 나 대신 내뱉어줘!

   

   내가 입을 여는 순간 재앙이 펼쳐질 거란 말야!

   

   “대답하기 곤란하시다면 답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아아아!

   

   “지금은 더 중요한 이야기가 남아있는 듯 하니.”

   

   에르기누스에 대한 거죠!?

   

   그 동정찐따의 짝사랑인 줄 알았는데 설마 상호상애일 줄이야!

   

   후흐흫. 알겠습니다! 즉시 자리를 비켜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있을 일을 위해서라도 조이가 호감도를 올려 놓는 편이.

   

   “기억이 났거든요.”

   

   네? 뭔 기억이요? 동정찐따의 귀엽고 허접한 모습이라도 생각해내셨나요?

   

   “악신의 강대한 어둠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절 지키기 위해 방패를 들던 꼬마아이가.”

   

   …네?

   

   “그래요. 그 아이는 절 닭장 여왕님이라고 불렀죠. 그 땐 참 당혹스러워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어라? 어라라?

   

   “그 뒷모습은 무척 작았지만 기이하게도 믿음직스러웠지요.”

   

   지금 이 이야기는 설마.

   

   “그 때에 비해 더욱 예뻐지셨고 키도 조금 자라셨지만 그래도 그 등만큼은 잊지 않았습니다. 잊을 수 없었습니다.”

   

   요정여왕은.

   

   “다시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자그마한 용사님. 요정들의 여왕 되는 이입니다. 편히 불러주십시오.”

   

   간슈의 시련 속을 기억하고 있어!?

   

   “후후. 정말 행복하기 그지 없는 꿈이군요.”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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