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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92

Chapter: 592

   훈련장에서 눈을 떴을 때 난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매일 밤 죽어라고 무기를 휘두르는 곳이 여기니까.

   

   훈련장이라면 현실의 피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서 참 좋다니까.

   

   오늘은 성에서 얻은 깨달음을 할아버지를 상대로 시험해봐야지!

   

   오늘이야말로 한 방 먹여주고 말겠어!

   

   그리고 나서 잔뜩 비웃어 줄 거야! 할아버지도 퇴물이 되셨네요! 라고 말해줄 거야!

   

   언제나 마지막에 쓰러지고 마는 결말을 바꿀 거라고!

   

   잔뜩 신이 나서 방패와 메이스를 치켜든 채 의기양양하게 앞으로 나선 나는 할아버지 옆에서 뚱하니 앉아있는 남…

   

   남자? 남자인가?

   

   체형은 분명 남자지만 뭔가 예쁘장하게 생겼단 말이지.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카락 때문에 나이가 들어 보이긴 하지만 다른 부분은 기껏 해봐야 사십대 정도로 밖에 안 보여.

   

   뭐랄까. 마피아 영화에서 마더라고 불릴 것 같은 사람 같아.

   

   음. 계속 보고 있으니까 뭔가 기시감이 드네.

   

   내가 아는 사람인가? 소울 아카데미의 캐릭터라면 잊어버릴 리가 없는데.

   

   으으. 모르겠다. 대체 누구길래 내 정신세계에 들어 와있는 거야.

   

   답을 바라며 할아버지 쪽으로 시선을 줬지만 할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기대 어린 눈으로 나와 할머니를 번갈아 가면서 보고 있었다.

   

   아. 내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 그거구만? 주책맞은 할배 같으니.

   

   “나를 여기로 끌고 와 놓고 그렇게 당황하면 어쩌잔 건가.”

   

   …여자가 아니었어!? 라샤처럼 체격이 큰 할망구인 줄 알았는데 그냥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였던 거야?!

   

   쩐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 정도인데 젊었을 때는 얼마나 잘 생겼다는 거냐!

   

   부럽단 생각에 치를 떨고 있던 나는 문득 기시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할아버지가 친근하게 대하는 미남자라면 한 사람 뿐이잖아.

   

   “반갑다. 꼬마야. 나는 가라드. 이 멍청이와 함께 싸웠던 기사다.”

   “당신 같은 깡패 할망구가 영웅이라고요? 놀랍네요. 강한 쪽에 치마 입고 달라붙어서 아양 떨 것처럼 생기셨는데.”

   

   ‘안녕하세요. 가라드님’이라는 간단한 말이 돌이킬 수 없을만큼 뒤틀려서 입 밖으로 튀어 나가자 가라드가 눈을 끔뻑이다 옆으로 고갤 돌렸다.

   

   자기가 무언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확인하려는 듯이.

   

   “크하하핳! 그냥 할망구도 아니고 깡패 할망구인가!”

   

   당혹 어린 눈빛에 웃음을 참는 걸 실패한 할아버지가 경쾌하게 웃자 얼굴이 벌개진 가라드가 멱살을 붙잡았다.

   

   “네가 시킨 거냐!?”

   “그럴리가! 저 녀석은 내가 시킨다고 할 사람이 아냐! 그치. 루시?”

   “꼰대 할배가 하는 짓은 하나 같이 낡았으니까요. 노친네 냄새가 옮을 것 같아서라도 안 하죠.”

   

   방금 전의 웃음이 거짓말인 것처럼 할아버지가 굳고 이번에는 가라드가 경쾌한 웃음을 터트린다.

   

   “흐하핫! 아! 그런가! 공평하게 무례한 꼬마아이인가! 그럼 됐다!”

   “할망구 마조야? 여자애한테 욕지거리를 듣는 게 그렇게 신나?”

   “나도 인간이다. 욕지거리를 들어서 즐겁진 않아.”

   “헤에. 정말?”

   “그럼. 단지 익숙할 뿐이다. 내가 살던 시대의 여기사란 성격이 더럽지 않고서야 될 수 없는 직종이었거든.”

   “…그건 그렇지. 인간보다 마물에 가까운 멍청이들이랑 함께 있으려면 강해야 했으니.”

   

   그러고 보면 예전에 할아버지가 그런 적 있었지. 기사도가 생긴 이유는 멍청한 게 자랑인 줄 아는 기사들을 교화하기 위함이었다고.

   

   지금에서야 기사도라는 게 흔히 퍼졌다만 그런 규율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거칠었던 시대의 기사는 아마 야만족에 가까웠겠지.

   

   그리고 그 기사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여기사라면 분명 질릴 정도로 기가 센 사람일 거야. 라샤처럼.

   

   “그리고 말이다. 괜히 루엘 이 놈 때문에 고결이니 고귀니 떠들어댈까 걱정했는데 솔직한 아이라 다행이란 느낌도 있다. 몸도 머리도 굳은 이런 놈이 둘이면 영 귀찮거든.”

   “옛날 일이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냐.”

   “그렇겠지. 예전 같았으면 저 아이를 앉혀두고 하루 종일 잔소리를 해댔을 테니.”

   “우아아. 할배. 그렇게 성질 더러운 꼰대였어?”

   “예전 일이다! 예전 일!”

   

   할아버지가 질색하는 걸 보면서 웃던 가라드는 이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고갤 숙였다.

   

   “고맙다.”

   “진짜 욕지거리 듣는 게 좋았던 건가요? 지금 고개 숙인 것도 밟아달라고 부탁하려는 거고? 우아아. 역겨워라.”

   “…무엇에 감사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어렵다만. 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대가 있음에 감사한단 거겠지.”

   “이제는 작업까지 거는 건가요? 깡패 할망구는 여장 취미를 지닌데다 여자아이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도착증 환자였군요. 진실이란 건 잔혹하네요.”

   “그런 말이 아니다! 이 빌어먹을 꼬맹아!”

   “거절당하니까 화를 내는 건가요? 정말 비루해서 비웃음도 안 나올 지경이네요. 풉. 불쌍해라.”

   

   하얗던 피부가 화악하고 붉어지더니 가라드가 땅을 박차며 자리에서 일어나려했지만 그 시도는 할아버지의 손아귀에 짓눌렸다.

   

   “진정해라. 저건 저 아이가 지닌 저주니까. 위대하신 주신께서 아무리 자비로우셔도 공경을 모르는 꼬맹이를 사도로 삼진 않는다.”

   “그건… 그렇겠지.”

   

   한숨과 함께 다시금 앉은 가라드는 흰 머리칼을 마구잡이로 휘젓다가 다시금 날 바라봤다.

   

   “미안하다. 먼저 알아차려 줬어야 했는데 눈치가 없었군.”

   

   다른 사람이 먼저 내게 사과하는 광경은 신선했다. 언제나 먼저 잘못을 저지르는 쪽은 나였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화를 내야 하는 쪽은 가라드가 맞았다.

   

   헌데도 그는 한 치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였다.

   

   “루엘. 너도 잘못이 있다. 미리 알려줬어야지.”

   “미안하다. 적당히 알려 줄 생각이었는데 틈을 놓쳤어.”

   

   할아버지라 해서 다를 건 없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의 웃음을 지운 채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일단 먼저 알아줬으면 하는 건 고맙단 말에 허언이 없단 점이다. 우리가 무능하여 남겨둔 짐을 기꺼이 짊어 준 그대에게. 내가 남긴 미련마저도 품어주려 한 네게. 작디 작은 영웅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진심 어린 감사의 앞에 선 나는 저도 모르게 이런 어른에게 감사를 받아도 괜찮은 걸까하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러니 무엇이라도 부탁해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우마.”

   

   영웅이 바친 경의에 나 또한 감사를 전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이상하게 바뀌어버릴 것을 알았기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루엘에게 듣기로 약점을 파악하는 축복을 얻었다더구나.”

   “으엑. 뒤에서 캐묻고…”

   “말하지 말고 그냥 듣기만 해. 하여간 그걸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마. 상대의 약점을 활용해 무너트리는 치졸한 싸움은 내 특기거든.”

   

   *

   

   다른 기사들을 따라 요정의 숲에 들어갔던 아서지만 그는 그 어떤 요정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다.

   

   감사하단 말은 잔뜩 들었지만 계약을 하자 이야기를 하면 ‘좀 그래서.’‘죄송합니다아.’‘그. 음. 미안해!’ 라는 말과 함께 도망쳐버린 것이다.

   

   차라리 요정들이 날 싫어했다면 마음이 편했을거다! 그러면 다른 이들마냥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서 넘겼을 터 아닌가!

   

   대체 내 어디가 문제인가! 어디가 문제이기에 호의를 품은 채로도 같이 있기 싫다 그러는 거냐!

   

   그 때의 일이 떠올라 자괴감에 머리를 마구잡이로 휘젓던 아서는 푹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몸을 눕혔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요정의 선택을 받은 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마 이전에 루시가 말했던 조건을 충족하는 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겠지.

   

   실제로 요정의 선택을 받은 이들의 면면은 모두 다 납득할만… 하진 않았지.

   

   뭣보다 예술 교단의 사도께서 요정의 간택을 받았단 게 이해가 안 돼. 순수와는 정반대에 있을 듯한 그 분이 어떻게 요정의 호의를 받은 거지?

   

   –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네가 그 변태보다 순수하지 못한 게 된다만.

   

   솔라딘의 조각이 한 말에 눈을 크게 뜬 채로 굳었던 아서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럴 리는 없다. 내가 아무리 나빠도 여자애한테 밝히면서 코피를 흘리는 변태보다 더 악독한 인간일 순 없어.

   

   – 정신이 들었다면 빨리 성인식에 대한 게 적힌 페이지나 펼쳐봐라.

   

   “말 안해도 그럴 거다.”

   

   에르기누스님에 의해 개조된 솔라딘의 조각은 겉으로 보기엔 이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건 이젠 도움이 된단 것이겠지. 솔라딘의 핏줄에 담긴 힘이라니. 그런 게 있을 거라고는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었는데 말이야.

   

   – 멈춰봐라.

   “여기? 별 거 없는 절차다만.”

   – 멍청하긴. 의식에서 중요한 건 이런 부분이다. 의식이란 단어를 들은 난 눈에 힘을 더했다.

   

   아. 과연. 내가 성인식의 절차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군.

   

   정작 중요한 부분은 식을 치를 당사자만의 것이고 외부인은 들러리마냥 바깥에서 서있는 게 끝이니 기억이 날 리가 있나.

   

   – 흠. 흐음. 변화는 있지만 중요한 부분은 그대로군.

   “뭔가 있나? 내가 보기엔 평범한 의례처럼 보인다만.”

   – 식을 치를 장소를 생각하지 않으면 그렇지.

   “무슨 의미지?”

   – 너도 지하를 봤으니 알 것 아니냐. 식의 장소와 지하의 정경이 닮았다는 걸.

   

   그…랬지. 두 장소는 이상할 정도로 닮아 있었어.

   

   – 왕자의 성인식이란 건 말이다. 일종의 시험이다.

   “솔라딘의 중심에 봉인된 악신의 조각을 감당할 수 있는가 없는가.”

   – 정확하다. 그게 솔라딘이 만들어 질 때부터 에르기누스님과 한 계약이다.

   

   그 분께서 나라의 평안을 위해 마법을 그려주는 대신 짐을 감당하기로 한 거지. 단순히 봉인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최악의 경우. 악신의 봉인이 무너진 그 순간 세상에 강림한 어둠을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가. 그것이 솔라딘의 왕에게 필요한 자격일 것…

   

   흠?

   

   “불경한 말이다만, 현대의 왕께서는 그럴 수 있을 만한 분이 아닌데?”

   – 그야 그렇지. 이전에 시험을 치를 때도 꼴사납게 실패했고.

   “헌데 어찌.”

   “누구랑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냐. 동생아.”

   

   자신의 뒤 편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갤 돌린 아서는 르네 솔라딘의 웃음과, 감정 없는 눈을 마주하곤 살짝 굳어버렸다.

   

   “자. 잠시 혼잣말을.”

   “혼잣말을 하며 공부를 하는 게냐? 새로운 공부방식이구나.”

   

   형님께서 왜 이 곳에? 본래라면 1왕비님을 도와 일을 할 시간일 터인데?

   

   “성실한 동생을 방해해선 안 되니 내 빠르게 본론을 말하마.”

   “예. 예에.”

   “네가 생각하는 루시 알른에 대해 이야기해봐라.”

   

   자연스레 반대편에 앉은 르네는 아서의 앞에 펼쳐진 책을 덮으며 말을 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난 그 분과 친해져야 하거든.”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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