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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1

예상 외로 유령 고양이는 강단이 있었다.

모험을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진짜로 길을 떠난 것이다.

모험을 사랑하는 낭만 고양이였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으음.

영체화를 할 줄 아니까, 위험할 일은 별로 없겠지.

하지만 영체를 공격할 줄 아는 오브젝트가 없는 것은 아니라서, 조금 걱정이었다.

걱정이 되니 어쩌겠어.

가봐야지.

심심풀이 겸, 고양이의 모험을 구경도 할 겸, 그 뒤를 몰래 쫓아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진짜 ‘인천 계양산 임시 캠프.’를 향해서 나아가는 건지, 순식간에 서울을 벗어나서 인적이 드문 곳으로 점점 나아갔다.

태양이 완전히 저문 늦은 밤, 고양이가 멈춰 서서 어떤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건물이었다.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으로 불타는 폐허 건물.

오브젝트 감각으로 볼 때 영체도 태울 수 있는 위험한 불꽃.

설마 저기 들어갈 건 아니지?

***

모험을 찾아서 서울을 벗어났지만 좀처럼 심장이 뛰는 모험이 눈에 띄지 않았다.

평범한 폐허, 평범한 마을, 평온해 보이는 일상들.

상당히 오랜 시간을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수확을 얻을 수는 없었다.

캠프에 들어가기 전에 모험을 한 번 정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던 중, 눈길이 가는 폐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꺼지지 않는 불꽃이 건물 전체에서 은은하게 타오르는 건물!

건물 전체가 붉은 기름으로 뒤덮여있고, 그 기름이 끊임없이 불타는 곳이었다.

불타는 기름은 핏빛으로 요사스럽게 빛나고, 매캐한 연기가 앞을 제대로 볼 수도 없게 만드는 폐허.

이거다!

이 폐허야말로 찾아다니던 곳이었다.

척 보기에도 위험하고, 흥미진진한 모험이 도사린 곳이었다.

그리고 그 폐허 한 가운데는 신비로운 빛을 발하는 붉은 보석이 있었다.

보물, 언제나 원하던 모험의 보상!

저 보석이 있다면 나의 이야기는 더욱 생동감을 띄게 되겠지.

이제까지의 모험에서는 얻지 못 했던 것이었다.

몸을 한껏 낮추고 불길이 가득한 폐허로 숨어들어갔다.

매캐한 연기 속에는 돼지처럼 살이 찐 개구리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붉은 기름을 질질 흘리는 돼지 개구리.

유령화를 방패삼아 건물로 유유자적 접근하자, 개구리들이 뭔가를 느끼고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

깜짝 놀라 폐허 뒤로 숨어들어갔다.

개구리들이 영체를 보는 능력을 갖췄을 줄이야.

번들거리고 커다란 눈은 장식이 아니었다.

몸을 최대한 낮추고 천천히, 붉은 기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몸을 숨기며 나아갔다.

눈이 좋은 개구리들이니 시선에 들지 않도록, 최대한 엄폐를 끼고 움직였다.

그렇게 파괴된 건물의 사이사이를 빙빙 돌면서 건물 중앙에서 빛을 뿜는 보석을 향해 다가갔다.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길 수 분, 마침내 보석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석은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찬 건물 중앙 공터에 위치해 있었다.

붉은 보석! 모험의 종착지.

마침내 이 모험이 끝나는 건가 싶었지만, 공터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가 있었다.

흐릿한 연기 뒤에서 내려다보는 거대한 개구리.

당연히 도망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보물을 코앞에 두고 도망가기는 싫었다.

그래서 가슴을 당당히 펴고 소리쳤다.

‘덤벼라!’

두려움을 삼키고 소리치자,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불꽃과 연기가 개구리에게 흘러들어가고, 기름이 끓는 소리가 울렸다.

지진이 난 것처럼 떨리는 폐허에서 돌먼지가 피어올랐다.

무섭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서로 노려보길 몇 초.

거대 개구리는 천천히 뒤로 돌아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괴물을 용기와 의지로 물리친 것이다!

쿵쿵. 대지를 울리며 개구리가 물러서자, 공터 중앙의 붉은 목걸이가 드러났다.

연기와 불꽃의 폐허에서 재련된 모험의 보물, 붉은 목걸이를 손에 넣었다.

***

생각보다 고양이는 잘 숨었다.

하긴 내게 떠든 무용담의 10%만 진짜라도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이리 숨고, 저리 숨고, 돌멩이를 던져서 시선을 끌고, 마치 활극 속 주인공처럼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그것을 영화를 보는 감각으로 폐허 안에 앉아서 구경했다.

팝콘은 없었지만, 대신 개구리 밸런스 볼과 아로마 오일이 있었다.

고양이는 볼 수 없는 불꽃과 연기의 장막 뒤에서 둥글게 몸을 부풀린 개구리들을 모아두고 뒹굴 거렸다.

몸을 공처럼 부풀린, 개구리 위에서 점프!

개구리 몸통에 허리를 대고, 만세!

개구리들을 일렬로 모아두고 그 위로 슬라이딩!

매끈하고 좋은 질감의 밸런스 볼 개구리, 은은한 장미향이 나는 붉은 기름.

완벽한 조합이었다.

덕분에 붉은 기름투성이로 질척질척해졌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침입자를 격퇴해야 할 개구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놀이!

놀기 싫어하는 개구리들?

안타깝게도 터진 밸런스 볼이 돼버렸던데, 누가 그런 걸까.

그래도 고양이의 이번 모험은 실패할 것으로 보였다.

목적지에서겁을 먹고 도망가 버리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보석 앞에는 거대 밸런스 볼 개구리가 있는걸.

목적지에 도착한 고양이는 거대 개구리를 보고는 절망에 빠진 표정을 했다.

그리고 도망칠 줄 알았던 고양이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취했다.

애옹!

단단한 의지를 담아 소리친 것이다.

고양이의 도발에 분노한 개구리는 당장이라도 불을 뿜을 것처럼 배를 부풀렸다.

부풀렸지만….

옆에서 내가 지긋이 쳐다보고 있자, 다시 쪼그라들더니 처량한 발걸음으로 공터를 빠져나갔다.

그렇게 고양이의 대 모험은 성공으로 끝났다.

거대 개구리를 물리친 고양이는 기쁜 표정으로 보석 목걸이를 목에 걸고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다.

한참 뛰어놀던 고양이가 건물 밖을 나서는 걸 보고 생각했다.

아, 이제 드디어 연구소로 돌아가겠구나.

하지만 연구소 방향이 아니었다.

모험과 보물을 얻었으니 연구소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

옴뇸뇸.

황금 사신이가 케이크를 파먹는다.

정신없이 케이크를 먹으면서도 한쪽 손을 뻗어서 내 새끼손가락을 잡고 있었다.

아, 귀여워.

황금 사신이는 웬만하면 사람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질 않았다.

“예린아, 이제 일하러 가야지!”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버리다니….

난 아쉬운 마음에 사신이를 한번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희 연구소 휴게실에는 최근 황금 사신이 비치되었다.

이유야 당연히 사신이가 벌인 일 때문이다.

회색 사신이 ‘또’ 실종되었다.

회색 사신의 격리 실패는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실종된 자리에 뭔가를 남기고 간 것이다.

남기고 간 것은 미니 황금 사신.

마치 자신을 대신하듯 황금 사신이를 하나 격리실에 두고 떠난 것이다.

황금 사신은 회색 사신과 달리 격리실에 혼자서 있는 걸 견디지 못 했다.

그래서 황금 사신의 격리실로 낙점된 곳이 사람들이 자주 들르는 휴게실이었다.

결과는 성공적.

황금 사신이는 행복한 표정으로 휴게실 생활을 즐겼다.

다만 휴게실 상주 인원이 너무 많아지는 부작용이 있어서 이용시간을 제한했다.

이용 시간제한이라니!

세희 연구소는 황금 사신 휴게실 이용 시간제한을 철폐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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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릿할 정도의 어둠이 캠프에 내려앉았다.

사람이 가득하고, 생활력이 가득한 낮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밤.

어찌 보면 음산하기까지 한 이 공간이 오히려 더욱 편안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이 분위기는 소름끼치지는 않으니까.

평소라면 부담스러움을 느낄 정도의 정적.

그 정적과 밤의 어둠에 기대서 살며시 일어났다.

사실 진작 떠났어야했다.

낮에, 관광객인 척을 해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게 베스트였다.

하지만 그러지 못 했다.

누군가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도저히 떨칠 수가 없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슬그머니 일어나,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겼다.

가로등도 꺼진 밤거리.

곤충과 동물소리도 없는 적막 속에 내가 내는 작은 발걸음 소리만이 캠프 안을 울렸다.

숨도 최대한 작고, 길게.

사물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지만, 어려서부터 자라온 길목은 익숙했다.

캠프를 거의 벗어났을 때, 저 멀리 캠프에서 불빛이 나타났다.

“누나, 어디있어?”

“누나, 장난쳤다고 화났어?”

사방에서 손전등 불빛이 나타났다.

웅성거리는 말소리들.

그 말소리들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정육점 아저씨가 내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오라고 했다.

새로 생긴 집주인은 한번쯤 얼굴을 보고 싶었다며 나를 찾았다.

내 동생은 나를 기억하고, 나와의 추억을 말하면서 돌아다녔다.

저 말소리들을 듣자 소름이 돋았다.

저 사람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내 진짜 동생은 어떻게 된 걸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지러운 듯, 매스꺼운 듯, 속이 답답한 느낌이었다.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대로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걸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리고, 달렸다.

그저 캠프 밖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일념만으로 계속 뛰어나갔다.

***

새벽녘의 하늘이 다양한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하루의 시작에, 흙투성이의 소녀가 오래된 경찰서 안으로 들어섰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피곤한 표정을 한 경찰들이 그 소녀를 맞이했다.

“실종 신고를 하러 왔어요.”

흙투성이, 상처투성이 그리고 흐릿한 눈물자국까지 보이는 소녀였지만 명료하게 말했다.

“인천 계양산 임시 캠프에서 살던 아이에요.”

“아….”

그 말을 들은 젊은 경관은 안타까운 탄성을 흘렸다.

그리고 소녀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인천 계양산 임시 캠프 관련 업무 지시.>

<지시 사항.>

<인천 계양산 임시 캠프와 관련된 그 어떤 사건이라도 접수하지 말 것.>

<납치, 테러, 실종을 포함한다.>

“며칠 전부터, 그 인근은 관리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포기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러는지….”

경찰이 사건을 받지 않는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소리를 지르려고 했던 소녀는 경찰의 표정을 보고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젊은 경관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에.

낙담한 소녀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경찰서 밖을 향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캠프 근처에서 실종 신고가 나오는걸,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공문이 미리 내려오다니.”

“협회 쪽 공문은 언제나 이상했지, 오래 살고 싶으면 신경 쓰지 마라.”

경찰서에서는 이 사태에 대한 의문을 품은 대화가 들려왔다.

힘없이 터덜터덜 걷던 소녀는 경찰서 벽 앞에서 쭈그려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작게, 습기가 서린 한탄이 소녀의 입에서 나왔다.

뚜벅뚜벅.

그때 당당한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자, 태양을 배경으로 노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의뢰할 거리가 있지 않으신가요?”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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