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공터,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에서 커다란 캠프파이어가 딱딱 소리를 내며 불씨를 튀겼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도, 그 열기는 여기까지 뻗어와 얼굴을 따뜻하게 했고 노란 양복을 불빛에 반짝이게 만들었다.
조촐한 환영식에는 어울리지 않은 너무 커다란 캠프파이어였다.
통나무가 타며 뿜어내는 따뜻한 황금색 빛은 흔들리는 그림자를 만들면서 캠프파이어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후배 1호는 근심 걱정 없는 표정으로 닭꼬치를 먹고 있었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들리는 만족스러운 숨소리와 감탄의 중얼거림.
숯불 특유의 훈제향과 바삭하게 구워진 닭꼬치가 바스러지는 소리.
후배 1호는 캠프파이어를 만끽하고 있었다.
“선배? 하나 드실래요?”
“아니, 너 혼자 먹어라.”
내가 말없이 쳐다보니, 먹느라 햄스터처럼 볼을 잔뜩 부풀린 후배 1호가 닭꼬치 하나를 내밀었다.
먹느라 바쁜 1호와 달리 2호는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의뢰인 옆에 붙어서 멘탈 케어.
혹시 몰라서 후배 2호에게는 가지고 있던 리볼버를 넘겨줬다.
후배 1호는 정신없이 꼬치를 먹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이 질문을 해왔다.
“아, 맞다! 선배, 리볼버는 왜 넘겨준 거예요?”
“주변 좀 돌아보려고. 너도 같이 갈 거니까 슬슬 그만 먹고 준비해.”
후배 1호가 불손한 표정으로 나의 위아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에헤이, 그 옷으로 잠입이 돼요? 노란색인데?”
“왜 몰래 움직여? 그냥 당당히 가면 되지.”
캠프의 어둠을 틈타 슬그머니, 공터 밖을 향했다.
닭꼬치를 잔뜩 들고 있는 후배 1호도 함께.
터벅터벅, 가파른 계단을 걸으며 캠프 내부를 돌아봤다.
드문드문 가로등이 밝혀져 있는 조용한 캠프.
저 멀리서 빛나는 캠프파이어 불빛이 유독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관광하러 왔수?”
“네, 저쪽에 일행이 있습니다.”
“잘 놀다가요.”
돌아다니다보니 캠프 주민들을 꽤 자주 마주쳤다.
질문을 할 때, 태도가 조금 걸렸다.
너무 진지하다고 해야하나?
“이상한 점을 못 느꼈나?”
“저는 별로…?”
“뭐, 내가 너무 예민한 거 일 수도 있으니 좀 더 돌아다녀 보자고.”
닭꼬치를 봉지째로 들고 다니면서 잔뜩 먹고 있는 후배 1호는 별로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 한 듯 했다.
“아저씨, 관광객이야?”
“어머, 총각 관광객?”
“관광객이신가요?”
관광객, 관광객, 관광객.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첫 인사는 다들 조금씩 달라도, 그 의미가 동일했다.
‘당신들은 관광객입니까?’
다들 관광객 여부를 질문해왔다.
이쯤 되니 후배 1호도 이상한 것을 느꼈다.
“점점 더 이상해지는군.”
“관광객인 게 중요한 걸까요?”
“뭐 물어볼 수도 있긴 한데, 여기가 딱히 관광지도 아니지 않나? 전원이 빠지지 않고 물어보는 것도 이상해.”
캠프의 후미진 곳.
캠프파이어의 불길로 물든 하늘이 멀찍이 보이는 그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죽어가는 작은 강아지가 내뱉는 신음 소리 같았다.
“쉿.”
몸을 낮추고 소리가 들린 곳을 천천히 향하자, 넓은 공터에 아이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푹푹푹푹.
마을 꼬맹이들이 포크를 들고 들개를 사정없이 찌르고 있었다.
개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꿈틀거리다 축 늘어져서 죽어버렸다.
그리곤 그 시체를 포크로 찢어발겨 입으로 가져갔다.
“힉.”
후배 1호는 깜짝 놀랐는지, 숨을 삼켰다.
꼬맹이들은 들개를 가죽도 뼈도 남기지 않고 모두 씹어 먹었다.
그리고 들개가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지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다시 일어나서 공터에서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부모로 보이는 어른들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음, 이젠 확실하게 이상하군.
이렇게까지 이상한데, 내 외눈 안경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도… 도대체 뭐죠?”
이해하기 힘든 장면을 본 후배 1호는 아직도 혼란스러워보였다.
“드디어 목격한 거지. 의뢰인이 말한 대로 캠프가 이상하다는 정황증거를.이제 슬슬 돌아가 봐야겠어.”
돌아가려고 슬금슬금 공터를 벗어나던 중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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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총성이 캠프파이어 방향에서 울렸다.
후배 2호 쪽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후배, 뛰어!”
큰일이 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어야 할 텐데.
***
<계양산 캠프 마켓.>
단층짜리 허름한 슈퍼마켓.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건물 외관처럼, 마켓 내부에도 단종된 지 오래되어 빛바랜 제품 광고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삐걱거리는 유리문.
어렸을 때나 볼법한 다양한 종류의 불량 식품들.
옴뇸뇸.
왠지 모르게 추억을 자극하는 가게 안에 앉아서 어렸을 때 먹던 불량식품을 집어먹었다.
별로 맛있지는 않네.
분명 맛있었던 것 같은데….
오브젝트가 돼서 미각이 바뀐 건지, 추억 보정으로 미화가 심하게 돼서 그런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유령 고양이는 마켓 카운터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서 고롱거리며 꿀잠 중.
나는 슈퍼마켓 유리창 너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사람들?
내가 슈퍼마켓으로 들어서자,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가짜 인간들은 도망쳐 버렸다.
딱히 뭔가를 하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도망치다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다음에 만나면 장난쳐야지.
고롱.
고양이는 잔다.
하루 종일 자고 있었다.
일어나면 같이 연구소로 돌아가자고 하려고 했는데, 안 일어나네.
그렇다고 여기 버려두면 가짜 인간들이 포크로 찌르려고 하겠지?
온갖 종류의 추억의 간식을 하나둘 집어 먹으면서 TV를 보다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버렸다.
탕!
어디선가 총성이 크게 울렸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고양이도 일어났다.
애옹!
고양이는 총성을 듣더니 ‘모험이 도래했다!’라고 소리쳤다.
애옹!
‘나는 오지 말라고? 위험할 텐데?’
고양이는 배은망덕하게도 나에게 절대로 따라오지 말라고 했다.
자신만의 모험이니까 혼자서 극복해야한다는 둥,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떠나가는 고양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 줬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유령화를 하고 몰래 고양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히히.
***
총성 이후의 이변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후배 2호가 있는 공터를 향해 달리는 우리들.
그리고 우리들을 포위하듯이 천천히 다가오는 캠프 주민들.
총성 때문인지, 늦은 밤 거의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던 캠프에는 어느새 사람들이 가득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감?”
한 남자가 질문을 하며 천천히 다가왔다.
평범한 대화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가 볼 때는 아니었다.
“뛰어!”
나는 후배의 손을 잡고 그대로 골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우리가 골목 안으로 도망쳐 들어가자, 캠프민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으어어어어!”
이지를 잃어버린 좀비처럼 무작정 우리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으엑? 이 사람들 갑자기 왜 이러죠?”
골목을 의지해서 후배와 함께 좀비들을 피해 도망쳤다.
하지만 골목은 복잡했고, 쫓아오는 캠프민의 숫자는 너무 많았다.
“선배. 선배. 선배. 선배! 어쩌죠?”
좀비처럼 변한 사람들을 피해 달리면서 후배 1호가 물어왔다.
이 좁은 캠프에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도망치는 것도 슬슬 힘들어지고 있었다.
“으아아, 어쩌죠? 어쩌죠?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
나는 왓슨을 무기처럼 휘둘러서 골목에서 튀어나온 남자를 쓰러트렸다.
“그냥 후려쳐!”
“네!”
내 허가를 얻은 후배 1호는 슬레지해머를 달려오는 사람에게 휘둘렀다.
펑.
사람과 망치가 부딪치는데, 뻥튀기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이야, 사람이 교통사고가 아니라도 볼링핀처럼 날아갈 수가 있었네.
미로 같은 골목을 계속 달렸다.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이 드리운 그림자는 통로를 더욱 좁고 복잡해보이게 만들었다.
한두 마리의 좀비는 후배의 차력 쇼로 날려버릴 수 있지만, 너무 많으면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소리에 의지해, 좀비들을 피하며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후배 2호가 있는 공터로 빨리 가야하는데!
도저히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급커브와 막다른 골목, 눈을 현혹하는 그림자들!
탕. 탕.
두 발의 총성이 더 울렸다.
3발 남았군.
여분의 총알을 주고 왔어야 했나?
그때 담장 위에서 하얀색 고양이가 나타났다.
외눈 안경에 오브젝트로 판정되는 고양이였다.
능력은 <유령화.>.
애옹.
왠지 눈빛에서 지성이 느껴지는 신기한 고양이.
그 고양이는 나를 내려다보더니, 애옹하고 한 번 더 울고는 담장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성보다는 본능적으로 고양이를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후배! 따라와.”
구불구불.
예측하기도 힘들 정도로 복잡한 루트.
고양이는 미로 같은 골목길과 좀비들의 위치를 전부 파악한 것처럼 우리를 인도했다.
힘들게 도망치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캠프민을 한 명도 만나지 않고 목적지로 하던 공터의 앞까지 우리를 데려다 준 것이다.
애옹!
고양이는 고개를 쭉 뻗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와, 안내해 준 거야? 고마워!”
후배 1호는 하얀 고양이를 품에 안고는 마구 쓰다듬었다.
환영회가 열리던 공터를 바라보자, 예전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캠프파이어는 그 구조를 이루고 있던 통나무가 이리저리 흩어져서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질 못 했다.
온갖 고기들을 구워내던 그릴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3층짜리 작은 건물 앞에는 좀비처럼 변한 캠프 주민들이 닫힌 문을 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올려다보니, 3층 건물 옥상에 후배 2호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 다행히 늦지 않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