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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57

Chapter: 657

   마법 교회의 응접실에 당연하다는 듯 자리 잡은 간슈는 날 제외한 모든 인원을 바깥으로 내쫓고는 품 안에서 시가처럼 생긴 담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서 자연스레 담배 끝을 잘라낸 그는 불을 붙이려다 말고 내 눈치를 살폈다.

   

   

   “뭐.”

   “너라면 당연히 냄새나는 걸 피우지 말라 할 것 같았거든.”

   “그걸 알면서 왜 꺼낸 거야? 그렇게 욕을 먹고 싶어?”

   “현계에 내려왔을 때의 버릇같은 것인지라.”

   

   

   아쉬운 기색을 드러내며 담배를 내려 놓은 그는 주변의 마법을 점검하고서 입을 열었다.

   

   

   “지난 번에 에르기누스를 통해 신들은 교황의 뜻을 알게 됐다. 신화의 시대를 다시금 이 대지에 들어놓겠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을 꿈꾸고 있다지.”

   “정신이 나간 변태니까. 머리로 이해할 수가 없어.”

   “그 때의 일로 여러 신들의 의견을 모았다. 만약 그 광증이 진실된 것이라면 우리의 존재마저 위협받을 테니까.”

   

   

   교황의 계획은 결론적으로 신들의 존재를 모두 다 지워버리는 것이다.

   

   

   그 사이에 생겨날 여러 피해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지.

   

   

   “그래서 하늘에 있는 관음증 환자들이 뭐라는데?”

   “각자의 의견을 늘어놓는 중이다만, 하아. 단적으로 말하마. 신들은 신화의 시대가 오는 것을 그리 꺼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영하는 이들이 더 많아.”

   

   

   수백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늘의 신들은 방관자로 살아야만 했다.

   

   

   지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만으로 악신의 부활에 도움을 주는 게 되는지라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지상에 닿지 못하도록 만들었지.

   

   

   이러한 제약은 수백년에 걸쳐 평화가 유지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지만 반대로 불만을 쌓아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들은 신화의 시대가 열린 후 교황을 제압하면 되지 않으냐는 헛소리를 내뱉고 있다.”

   “등신들이네.”

   “그래. 등신들이지. 짜증나는 건 이들의 수가 꽤 많다는 것이다.”

   

   

   인간의 희생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우리에게 생길 피해도 감수할 수 있다.

   

   

   먼 과거의 권위를 되찾을 수 있다면 기꺼이 모든 손해를 껴안으리라.

   

   

   이런 생각을 지닌 신격은 한 둘이 아니었다. 특히나 긴 세월이 지나며 잊혀져가는 신들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했다.

   

   

   “그런 병신들 헛소리를 왜 들어주는 거야?”

   “그래도 신이니까.”

   

   

   그들의 말이 옳지 않다 생각하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지상의 희생을 막아야한다 여기는 이들도 얼마든 있다.

   

   

   허나 그럼에도 강하게 나서지 못하는 까닭은 신이기 때문이다.

   

   

   신화의 시대 당시 함께 악신에 맞서 싸웠으며 수백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 동료이기에 그들의 의견을 쉬이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 에르기누스가 그대에게 신은 죽지 않는다고 말했지? 그 말은 틀렸다. 신도 죽는다. 개념적인 존재이기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사라지지 않을 뿐.”

   

   

   신이란 존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권위가 필요하다.

   

   

   그가 지닌 개념이 신위를 유지할 수 있을만큼 필수적인 것이여야 신격이 유지될 수 있다.

   

   

   만약 이 개념이 약화된다면,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져 간다면, 그 누구도 기억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면, 신은 사라진다.

   

   

   “신화의 시대 때는 그런 일이 없었다. 신이 지상에 머물며 인간과 함께하니 최소한의 권위가 유지됐지. 허나 인간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인간의 필요에서 벗어난 신은 하나 둘 사라져가게 됐지.”

   

   

   노예라는 개념을 관장하는 신은 노예제가 폐지되고 노예라는 존재가 음지에서나 논의되는 것으로 바뀌자 사라졌다.

   

   

   청동을 담당하던 신은 청동기가 거의 사용되지 않게 되자 자리와 함께 존재를 잃었다.

   

   

   과거 인간의 주식이었던 어떤 식물을 담당하던 이는 더 나은 식량이 나옴에 따라 식물의 신 아래에 통합됐다.

   

   

   “그대도 알 것이다. 소중한 사람이 사라져가는 걸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인간들? 소중하지. 우리를 믿어주는 이들을 어찌 아끼지 않겠나. 허나 그보다 소중한 것도 있어.”

   

   

   그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겠다.

   

   

   내 목숨을 걸고 앞에 나서겠다.

   

   

   여태까지 내가 수도 없이 반복해온 일이다. 지금 신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도박을 하려는 거다.

   

   

   내가 모니터 너머에서 봤던 것처럼.

   

   

   “난 그대가 옳다고 생각한다. 교황의 계획 끝에 모두가 사라질 바에는 희생을 감수하는 편이 낫지.”

   “…”

   “그리고 말이다. 이제는 신들도 죽음이란 개념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존재해야지.”

   

   

   간슈는 그리 말을 하면서 담배를 집어서 물었다.

   

   

   차마 불을 붙이지 못해 잘근거리는 모습을 가만 보다 피식하고 웃어 버렸다.

   

   

   아. 이래서 마법의 신이 에르기누스를 데려간건가.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겠지만 내가 이 녀석과 단 둘이 이야기할 상황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거겠지.

   

   

   어쩌면 협박을 당했을지도 모르고.

   

   

   “…왜 웃지?”

   “여자애 눈치를 힐끗힐끗 보는 꼴이 너~무 한심해서.”

   

   

   그는 내가 옳다고 말했지만 본심은 다를 거다.

   

   

   정말 내가 옳다고 믿었다면 굳이 내게 말을 걸러 오는 게 아니라 다른 신들을 협박하고 있었을걸?

   

   

   엉덩이가 무거워서 도서관에서 나오질 않는 꼬맹이가 굳이 여기까지 내려온 이유는 정반대다. 그는 친구를 지키기 위해 이 곳에 왔다.

   

   

   “하하핳! 자존심을 내려놓을거면 제대로 내려놓고 빌던가~ 별로 간절하지 않은가봐?”

   “앞서 말했듯 나는…”

   “그럼 이야기는 끝이네? 히히. 잘됐다. 쉰내 맡는 거 진짜 고역스러웠는데.”

   

   

   내가 한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간슈가 굳었고 할아버지가 날 다그쳤다.

   

   

   <루시야! 저분의 이야기는 그리 가벼히 여겨도 될 것이…!>

   ‘정말 실망스럽네요. 할아버지. 제가 저런 말을 듣고도 무표정할 수 있는 악한으로 보이세요?’

   <…무언가 생각이 있는 게야?>

   ‘있지만 괘씸하니까 비밀로 할래요.’

   

   

   여태까지 일어났던 여러 변수와는 다르다.

   

   

   교황은 미친놈이지만 모니터 너머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친놈에 불과하다.

   

   

   그가 벌이려는 많은 일도.

   

   

   그로 인해 파생될 수많은 영향도.

   

   

   내가 아는 선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자. 잠깐! 루시 알른! 잠깐만 기다려봐라!”

   

   

   당황한 간슈가 벌떡 일어나는 것을 보고서 느릿하게 몸을 돌렸다.

   

   

   “제기랄! 그래! 네 녀석의 이야기가 맞다! 난 네가 신들의 사연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당연히 그렇겠지. 너는 기록하는 신이니까.

   

   

   모든 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뜻이다.

   

   

   그 세월이 수백년에 이르는데 주변의 신들이 사라지는 광경을 무표정하게 지켜볼 순 없어.

   

   

   무엇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가 아냐. 그걸로 구분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기에 간슈는 날 찾아온 거다.

   

   

   “잘 들어라! 주신께서 침묵하시는 이상 미래를 결정하는 건 그대다! 이제 대륙이 어떤 미래를 택할지는 그대의 손에 달려 있다!”

   

   

   여태 주신이 아무 말도 안 하는 이유는 악신의 힘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변수를 만들어주지 않는 게 본 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네.

   

   

   허접같으면서도 은근히 이런저런 것을 신경쓰는 작자잖아.

   

   

   “그렇기에 부탁하마! 나의 어리광에 조금이라도 어울려다오! 그래준다면…!”

   

   

   간절하고도 격정적인 말을 듣던 난 간슈의 입술을 붙잡아 그의 말을 틀어막았다.

   

   

   “뭐라도 하겠다고?”

   

   

   간슈가 고갤 주억이는 것을 보며 장난스런 미소를 짓는다.

   

   

   “자아. 그럼 약속해. 내 충실한 애완동물이 되겠다고. 내가 하려는 말을 따라하는 앵무새가 되겠다고.”

   

   

   지금부터 일어날 모든 일들을 내가 아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면 해피엔딩을 만들어낼 수 있어.

   

   

   현실에선 회차 플레이 같은 게 없어도 진엔딩을 볼 수 있을 테니까.

   

   

   “알겠으면 고갤 끄덕여.”

   

   

   굳어있던 간슈가 턱을 숙이는 걸 본 나는 키득거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간슈는 내가 잡고 있던 입을 닦아내더니 길게 숨을 내뱉었다.

   

   

   “어찌할 생각이지?”

   “앵무새를 하기로 했다고 머리까지 새대가리가 되어버린 거야?”

   “…뭐 어쩌라고.”

   “공손함이 부족하잖아. 공손함. 신이란 작자가 그런 것도 몰라?”

   

   

   이 녀석의 바람을 들어주는 것과는 별개로 상하관계는 명확하게 해야지.

   

   

   나중에 제멋대로 굴면 곤란하다고. 프로그램처럼 정확하게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줘야하거든.

   

   

   “어쩔 수 없지. 난 친절하니까 교육을 해줄게. 자. 따라해 봐. 루. 시. 님.”

   

   

   간슈의 눈동자에 갈등이 서리는 걸 본 나는 콧소리를 내며 등을 돌리려 했다.

   

   

   그러자마자 다급하게 달려온 간슈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루시님! 됐느냐! 이게 만족하더냐!”

   “새대가리가 참 멍청하긴 하네. 응용이 그렇게 어려워?”

   “이제 만족하십니까!”

   “푸핳. 풉. 푸흐흡. 아~ 부들대는 꼴이 정말 애처롭네.”

   

   

   속을 긁기 위해 턱을 간질이자 간슈의 어깨가 떨렸지만 그는 결코 저항하지 않았다.

   

   

   성격 더러운 이 인간에게도 자신의 친우들은 소중한 걸 테지.

   

   

   “꼬맹아. 나중에 변태까마귀도 여기로 데려와 줄 수 있어? 그 정신나간 치녀한테는 교육이 좀 필요하거든.”

   “네가. 아니. 당신께서 무얼 하시건 그 여자는 기뻐할 것 같습니다만.”

   “…얼빠여우랑 비슷한 쓰레기야?”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겁니다.”

   “내 근처에서 까마귀 날개 안 보이게 해.”

   “최선을 다하죠.”

   

   

   얼빠여우 하나만 해도 끔찍한데 그만한 변태새끼가 하나 더 추가된다?

   

   

   심지어 신의 권능을 지닌 답없는 년이?

   

   

   안 돼. 그런 미래는 받아들일 수 없어.

   

   

   “다시 여쭈어보겠습니다. 당신께서는 무얼 하실 생각이십니까.”

   “기적을 일으킬거야. 허접들이 신을 찬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도록.”

   

   

   히죽 웃으며 답한 나는 어리둥절해보이는 간슈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니까 새대가리야. 네가 알고 있는 병신들 약점 다 내놔.”

   “무얼 하시려는지요?”

   “기쁜 마음으로 협조하게 만들려고.”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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