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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83

성벽의 위에서 던전 도시를 바라보던 마법의 사도 네베라는 도시를 가득 채운 적막에 어색함을 느꼈다.

던전 도시는 항상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곳이었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모험가들, 그들에게서 돈을 뜯어내려는 장사꾼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얼치기들, 연구 재료를 구하러 온 마법사들,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 곳은 마도제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도시였다.

허나 오늘은 아니었다. 불의 악신이 부활한다는 소식에 모두가 피난을 간 지금, 던전 도시에 남은 것은 목숨을 내걸고서 불의 악신을 마주할 각오를 한 이들뿐이었다.

“제국 기사단으로부터의 보고입니다! 도시 바깥에서 불의 악신을 신앙하는 이교도와 접촉! 전투에 진입한다고 합니다!”

“슬슬 때가 됐나 보네.”

주신의 사도가 전하길 도시 주변에 악신을 신앙하는 이교도가 등장한다는 것은 곧 악신이 부활한다는 징조라고 했다.

구체적인 시간까지 말해주길 이교도가 등장한 시점부터 한 시간이랬나.

“엘리온. 시간 측정해 줄 수 있지?”

“공간계열 마법사는 시계가 아니라고 몇 번 말해.”

“주신의 사도께서 한 말이 진짜일지 궁금해서.”

“뭐랬는데?”

“이교도가 발견되고서 한 시간이 지나면 악신이 부활할 거라고.”

“그건 좀 흥미로운데. 좋아. 지금부터 재면 되지?”

“응.”

마법의 신 휘하의 신에게 간택 받은 사도 엘리온은 루시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이것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겠네. 비중 좀 챙길 수 있겠다.”

“좀 있으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텐데 그런 말이 나와?”

“죽을지 살지 모르니까 더 따져야지. 그래야 내 이름도, 내가 모시는 신의 이름도 더 오래 남을 거 아냐.”

엘리온의 말을 들은 다른 사도들은 무언가 깨달았다는 것 마냥 네베라에게 달려와선 자신에게도 할 일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재밌어 보이는 이야기에 배역 하나라도 얻고 싶다고 말이다.

쓰잘데기 없이 간절해보이는 이들의 모습에 네베라는 성질을 내기 위해 미간에 힘을 더했다.

“여러분들. 그러지 않으셔도 제가 모든 걸 기록중입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물러서시죠.”

허나 그녀가 화를 내는 것보다 먼저 프레테가 웃는 얼굴로 그들을 말렸다.

멋진 이야기가 될 것이란 프레테의 말에 신뢰를 느낀 듯 사도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감사합니다. 프레테님.”

“아뇨. 이게 제가 해야 할 역할이니까요. 알른 영애께서 말씀하신 화합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화합이라.”

네베라는 얼마 전 있었던 회합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도들의 회합 당시 루시는 그 자리에 모인 사도들에게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녀의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화합이었다.

신화의 시대가 끝나고 살아남기 위해 흩어진 이들이 다시금 뭉칠 때라고.

서로가 손해를 본다고 여겨지는 길이야말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물론 루시 알른이 실제로 내뱉은 말이 이렇게 곱진 않았지만 내용 자체는 이러했다.

당연하게도 사도들은 루시의 제안에 반발했다.

여태 그들이 반목해온 세월이 너무도 길었다.

서로 간에 쌓인 은원이 너무도 많았다.

그 자리만 하더라도 서로를 향한 증오를 꾹 누르는 이들이 여럿인데 어찌 그들이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

‘잘난 거 하나 없는 허접들끼리 왜 이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네. 그렇게 자존심이 중요하면 너네가 모시는 신이랑 같이 사라지던가. 뭐 어때? 어차피 있으나 없으나 별 달라질 것도 없는 찌끄래기들이잖아?’

그런 사도들의 반발심을 찢어발긴 건 루시의 직설이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도들은 특정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종교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돈의 부족이라거나, 신도 수의 감소, 주력 종교에 의한 침식,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문제가 그들을 짓눌렀다.

이런 상황에서 주신교회를 포함한 여러 주력 종교가 양보를 해주겠노라 선언했으니 귀가 쫑긋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사도 중에선 그래서 어쩌란 거냐는 식으로 나오는 이들이 있었다.

아무리 현실이 척박하더라도 자신의 자존심을 내다버릴 순 없노라 주장하는 이들이 말이다.

허나 그들마저도 루시가 뒤이어 알려 준 이야기를 듣고서 마음을 바꿨다.

신도 죽을 수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만약 종교가 무너지는 것으로 자기 하나가 사라지는 거라면 사도들은 기꺼이 자신의 자존심을 택했을 것이다.

허나 주신의 사도는 그런 게 아니라고 말했다.

신들에게 있어 잊혀짐이란 곧 죽음이나 다름이 없단 것을 알려줬다.

제 아무리 성격이 더럽더라도 그들은 신의 사도다.

신이 직접 선택한 사람이고, 그 신을 위해 평생을 바쳐 온 이들이다.

신의 죽음을 외면할 수 있는 자는 어디에도 존재치 않았다.

“그 땐 주신의 사도께서 한 경고가 최선이라 여겼습니다만, 지금에 와서 보면 다소 과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네요. 다들 안절부절 못하고 있어요.”

모든 사도들이 협조를 약속한 것까진 좋았지만 부작용도 분명 존재했다.

루시의 경고를 들었던 사도들이 두려움을 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사도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과 자신의 신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주신의 사도께서 그린 계획 속에서 조금이라도 존재감을 드높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주신의 사도께서 여러 기적을 일으키시면서 사도들에게 믿음을 주어서 다행이지. 만약 그 분의 권위가 부족했다면 난리가 났을걸요.”

“조금 다르게 생각을 해보시죠. 사도께선 자신이 능히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믿었기에 사도들에게 진실을 밝히셨다고.”

네베라는 너무 과대평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하려다 루시가 일으킨 여러 기적을 떠올리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네베라님! 새로운 보고입니다! 주신의 사도께서 첫 던전의 공략을 끝마치셨습니다!”

“…잠깐만. 뭐? 벌써?”

“그렇습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하신 후 즉시 다음 던전의 공략에 나서겠다고 하십니다!”

“아니. 아니. 잠시만. 그 분이 공략에 들어가고서 아직 한 시간도 안 지났거든? 고위 추종자가 봉인된 던전이 이렇게 빨리 공략될 수 있는 거였어!?”

사도 본인도 최소한 반나절은 걸릴 거라고 말했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리고 추가적으로 네베라님께 전해달란 소식이 있습니다!”

“뭔데.”

“첫 던전의 공략이 완료되었기에 불의 악신이 부활되는 속도가 가속될 거라 하셨습니다! 이교도가 나타난 때로부터 이십 분이라고…”

“그거부터 말해야 할 거 아냐! 이 등신 새끼야!”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여러 사도들을 향해 고갤 돌린 네베라는 확성마법을 펼친 걸로도 모자라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를 질렀다.

“전원!!! 대형을 맞춰라!!! 불의 악신이 강림한다!!!”

여러 사도들은 갑작스런 외침에 놀라면서도 능숙하게 전투를 준비했다.

주신의 사도께서 보는 눈이 좋긴 하네.

사도들이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지도 못하셨으면서 자기가 직접 선별하겠다 소리치셨을 땐 긴가민가 했었는데 이렇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니 그 분의 안목이 옳았단 게 느껴져.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은 주신께서 직접 택한 맹자들인 거야.

네베라가 흐뭇한 웃음과 함께 마법진을 확인하던 그 때 갑작스레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서 있는 것조차 힘겨운 대지의 흔들림. 사도께서 말했던 그대로야.

그렇다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 화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를테고 저 안에서 음험한 목소리가.

– 드디어! 드디어 이 날이 왔구나!

대지의 모든 걸 불태워 버릴 날이! 멀고도 먼 화산의 꼭대기에서부터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네베라가 헛웃음을 흘렸다.

“엘리온. 몇 분 지났어?”

“정확하게 이십 분이야.”

“더럽게 정확하시네. 조금 틀리시면 어디 덧나나?”

화산의 끄트머리에서부터 용암이 경사를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화산의 폭발을 본 네베라는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산사태를 떠올렸다.

아래로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질량과 속도를 더해가는 재앙은 대지의 모든 걸 휩쓸어버릴 붉은 빛의 아귀였다.

“전워어어언!!! 준비됐겠지?!!!”

““예!!!””

“계획대로 간다! 대지마법을 발동해! 당자아앙!!!”

네베라의 지휘에 따라 차례차례 마법이 대지를 뒤덮는다.

가장 먼저 펼쳐진 것은 대지마법이었다.

땅을 보살피는 사도의 권능에 여러 대지 계열 마법사들의 지원이 더해진 그 마법은 산 중턱에 거대한 방파제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용암의 속도를 늦췄다.

그 다음은 바람의 마법이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세찬 바람은 대지를 뒤덮으려는 화산재를 한 군데로 끌어 모아 다시금 화산으로 되돌려 보냈다.

세 번째로 이루어진 마법은 비의 마법이었다.

정확하게 화산의 중심만을 둘러싼 채 쏟아져 내리는 폭우는 용암의 열기에 증발해가면서도 차츰차츰 그 열기를 낮췄다.

“얼음의 신인 히바르카의 권능을 빌어 대지에 고한다. 그대들이여. 세상을 가득 채우던 추위를 떠올려라. 생명의 촛불마저 얼음으로 휘감던 시대를 기억해내라. 그 날의 공포 앞에 얼어붙어라!”

마지막으로 네베라가 비장의 마법 중 하나를 발동시키자 대지의 기온이 빠른 속도로 낮아지더니 차츰차츰 용암의 파도를 굳혔다.

그렇게 대지를 집어삼키려 하던 붉은색의 포식자는 산 아래로 완전히 내려오기도 전에 제압당하고 말았다. 주신의 사도가 계획했던 대로.

– 감히. 감히! 한낱 인간 따위가 또 다시 불에 저항하는가! 불을 받아들여라! 온기 속에서 재로 화하라! 그것이야말로 축복일지어니!

“프레테님. 제가 잘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 데 저 좆같은 소리도 예측범위 내인가요?”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이제 화산의 위에서 악신이 강림하겠군요.”

굳어버린 용암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걸 확인한 네베라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가보죠. 주신의 사도께서 계획했던 것처럼 승리를 거두기 위해.”

“네베라님치고는 상당히 그럴 듯한 대사군요. 마음에 들었습니다.”

– 세상이여! 불을 맞이하라!

하늘에 구름이 걷히고 두 번째 태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불의 악신이 지상에 강림했다.

그리고 수많은 신들의 사도들이 불의 악신을 향해 무기를 들이밀었다.

일사분란한 그들의 모습은 다수였으며 동시에 하나였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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