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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9

소장의 신호와 함께 달려드는 연구원 복장의 오브젝트들.

별로 의욕이 없어 보이는 표정과 동작이 그들을 더욱 기괴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캠프 주민보다 몇 배는 좀비 같은 움직임이었다.

의욕 없이 건성건성, 하지만 우리에게 비틀거리면서도 일직선으로 달려들었다.

몇몇은 팔다리가 잘리고, 피를 잔뜩 쏟고 있어도 좀비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움직임을 지독하게 방해하는, 바닥을 질척하게 채운 핏물을 의식하면서 격돌에 대비했다.

시작은 후배 2호였다.

탕탕!

두 발의 총성과 함께, 연구원도 두 명 쓰러졌다.

머리가 터져나가며 바닥에 쓰러졌지만, 그 뒤로 새로운 연구원들이 그 자리를 메울 뿐이었다.

후배 1호와 나는 의뢰인과 후배 2호의 앞을 지키는 자리를 잡았다.

닌자를 몰살시킨 연구원들이다.

이기기는 힘들겠지.

시간을 끌면서 이 상황을 타개할 묘수를 내야 했다.

펑!

커다란 소리와 함께 팔다리가 엉망진창으로 꺾인 연구원이 날아갔다.

날아간 연구원은 볼링공처럼 뒤이어 들어오려던 연구원들도 쓰러트렸다.

그렇게 싸운 지 몇 분.

인간으로 볼링을 하던 후배 1호가 갑자기 탄성을 질렀다.

“아!”

“왜 그래?”

왓슨을 있는 힘껏 휘두르며 되물었다.

“이 연구원들, 머리통이 터져도 다시 움직여요.”

후배가 곁눈질로 바라보는 곳을 보자, 머리가 터진 연구원들이 천천히 일어나는 꼴이 보였다.

아니, 듀라한도 아니고 뭐야?

완전 팔다리를 다져서 못 움직이게 해야 하는 건가?

그런 짓이 가능한 건 후배 1호뿐인데….

후배 1호라도 일일이 그런 식으로 처리하다간 체력이 먼저 고갈되어 버릴 것이다.

애오옹.

의뢰인 어깨에 올라가 있는 오브젝트 고양이가 불안한 울음소리를 작게 냈다.

“선배! 어떻게 좀 해봐요!”

우리는 점차 지쳐갔고, 점점 수세에 몰렸다.

캠프에서 보였던 가짜 좀비와 달리 연구원들은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려드는 진짜 괴물 같은 녀석들이었다.

후배 1호도 눈에 띄게 지쳐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탄약도 다 떨어져서 후배 2호도 망치 두 개를 들고 싸우기 시작했다.

시간이라도 끌어서 쉴 틈을 만들지 않으면 큰일이 나게 생겼군.

왓슨을 높이 들어 올려서 왓슨을 불렀다.

“왓슨, 우리를 지켜줘.”

“왓슨, 우리를 지켜줘.”

“왓슨, 우리를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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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램프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와서 우리 일행을 휘감기 시작했다.

불길한 핏빛 연기는 물리력을 가지고 연구원들을 밀어내고, 빈 공간을 만들어 줬다.

연구원들은 연기를 뚫으려고 공격을 가했지만, 연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으아, 죽겠다.”

후배 1호는 망치로 땅을 짚고 쭈그려 앉았다.

환하게 타는 가스램프의 빛이 연기 속에 기묘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왓슨’이었다.

왓슨은 그림자 속에서 키득키득 웃으며 그림자로 글씨를 그려냈다.

[오랜만이야, 홈즈.]

[벌써 두 번째 기회를 써버렸네?]

[이번 의뢰도 쉽지 않아 보여.]

[이번에 죽는 건가?]

[보호는 10분뿐이야.]

[여기, 흥미로운 오브젝트가 많아.]

여전히 왓슨은 정신 사나운 녀석들이었다.

나는 박수를 쳐서 주의를 끈 다음, 이야기했다.

“조금 쉬고 있어봐. 나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좀 알아내야겠어.”

연기 너머, 왓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왓슨!”

손에 든 램프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내 말에 답을 하듯이 연기 위로 수많은 문자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무슨 일이야 홈즈?]

[왜?]

[남은 소원은 하나뿐이야.]

[이번에야말로 실패하는 거지?]

현재 의뢰를 완수하려면 왓슨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

왓슨이 도와주는 기준은 모호했지만, 지금은 그 기준을 대충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기준은 ‘시련’.

도와줘도 홈즈에게 ‘적당한’ 시련이 남는다면 왓슨은 꽤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니까 의뢰인의 남동생을 데려와달라는 식의 부탁이나, 소장을 죽여달라는 부탁은 할 수 없었다.

우선 왓슨에게 질문을 던졌다.

“왓슨! 소장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해도 되나?”

가스램프에서 들리던 웃음소리가 멈췄다.

[할 수 없는 일이야.]

[반칙 아니야?]

[반칙이야!]

[그런데 불가능해.]

[오브젝트를 죽이는 건 우리 영역이 아니야.]

[사실, 우리도 죽이는 방법을 몰라.]

[그런 건 홈즈가 알아서 해!]

[차라리 다른 부탁을 하는 게 어때?]

당연히 부정적인 왓슨의 답변이 돌아왔지만, 불가능하다고?

의외였다.

보통 오브젝트는 목을 뽑든 뭘 하든 손쉽게 처리하던 왓슨이 약한 소리를 하다니….

그만큼 저 소장이 까다로운 오브젝트인 거겠지.

온몸에 칼날을 박아 넣고 멀쩡히 서 있는 것만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긴 했다.

그럼 어떤 도움을 받아야 지금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던 중 외눈 안경에 비친 소장의 문구가 떠올랐다.

[소장이 존재하는 한, 연구원들을 소유한다.]

[연구가 끝나지 않는 한, 소장은 재생한다.]

[소망을 이루지 않는 한, 연구는 끝나지 않는다.]

외눈 안경에서 중대한 요소를 누락한 게 아니라면, 소망 달성 시 재생을 멈추고 저 연구원들도 사라지겠지.

“왓슨! 그럼, 소장의 소망을 알려주는 건 어때?”

가스램프에서 웃음소리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그걸로 하려고?]

[응, 그건 괜찮아.]

[소망을 듣고 소망을 보고 소망을 이뤄주는 게 우리니까.]

[간단해.]

[그걸 마지막 소원으로 하려고?]

[쉬워.]

[알려줘도 괜찮을 것 같아.]

나는 왓슨의 반응을 보고, 왓슨에게 부탁했다.

“왓슨, 소장의 소망을 알려줘!”

“왓슨, 소장의 소망을 알려줘!”

“왓슨, 소장의 소망을 알려줘!”

그 말을 들은 왓슨의 그림자는 고개를 숙여서 나에게 다가왔다.

[이건 소장이 들으면 안 되니까, 홈즈한테만 살짝 알려줄게.]

[가스램프를 귀에 가까이 붙여!]

[좀 더 좀 더 가까이.]

뜨겁게 타는 가스램프를 귀에 가까이 가져가자, 각기 다른 사람들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장, 그의 염원은 ‘오브젝트의 기원을 알게 되는 것'”

“기원을 알게 되면 소장은 동력을 잃어버리겠지.”

“하지만 본인은 그걸 원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으니까 쉽지 않을걸?”

“홈즈는 이번에야말로 실패하는 거야?”

“홈즈는 이제 죽는 거야!”

망했군.

왓슨의 답을 듣는 순간 드는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도 알아낼 수도 없는 정보였다.

왓슨이 설치한 장막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흐릿해지고, 후배들의 불안한 시선이 내 등 뒤로 꽂히고 있었다.

위기다.

이대로 도망가면 왓슨이 나를 죽일 텐데, 답이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이군.

후배들만이라도 뒤로 도망가라고 해야 하나?

그때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애옹!!!

작은 새끼 고양이가 내는 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다급함이 느껴지는 울음소리였다.

애오옹!!

마치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듯한 울음소리였다.

***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방을 나서자, 보이는 것들은 기다란 복도였다.

피로 물든 끝이 보이질 않는 복도, 핏물에 절어버린 콘크리트, 복도 양옆으로 도열한 잔뜩 녹이 슬어버린 철문들.

애오옹!

멀리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이정표로 삼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애오옹!!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어볼 때, 이제 슬슬 고양이와 거리가 가까워진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할 때쯤, 내 앞을 막는 연구원들이 나타났다.

지독한 피 냄새.

이 고문실을 관리하는 연구원들이었다.

인간처럼 생겼지만, 인간은 아니었다.

그림자에서 이어진 흐릿한 형상.

아마 그림자에 속박당한 무언가의 하수인으로 보였다.

그 연구원들이 내 앞을 막아섰지만, 그 분위기가 기묘했다.

의욕이 전혀 없어 보이는 표정.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만이 물씬 느껴졌다.

연구원의 숫자는 상당히 많아서, 저들을 일일이 처리하려면 시간을 많이 뺏겼겠지.

하지만 이제 나에겐 황금 사신이 있다!

내 발밑에서 황금 사신이 뿅뿅 튀어나왔다.

황금 사신 정원에서 튀어나온 황금 사신들은 해맑게 웃으며 튀어나왔지만, 금세 시무룩해졌다.

지하실 가득한 지독한 피 냄새.

인간의 피 냄새를 맡고는 시무룩해진 건가?

오히려 이런 장소에 대한 불쾌감으로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황금 사신들의 첫 번째 목표는 온몸에 피 냄새를 풍기는 연구원 오브젝트들이었다.

핏물이 잔뜩 엉겨 붙은 고문 도구를 들고, 나와 대치하던 연구원들은 황금 사신의 분노에 직면했다.

연구원들은 쉽게 죽지 않았지만, 온몸에 황금 사신 구멍이 잔뜩 난 채로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연구원들을 모두 처리한 황금 사신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사방으로 흩어졌다.

얘네들은 또 왜 이러는 거야?

흩어진 황금 사신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뭔가를 찾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전등 위부터 복도 구석까지 황금 사신들은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도대체 뭘 하는 거지?

복도에 있는 문을 열고 안을 살펴보자, 그 방안에 흩어진 황금 사신들이 있었다.

그 방은 중앙에 고문 의자가 놓인 고문실이었는데, 그 피해자가 처참한 상태로 의자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체에 황금 사신들이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찰박찰박.

피로 물든 시체의 얼굴을 작은 손바닥으로 툭툭 건드리며 포롱포롱 황금색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고 있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통곡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폐가 없어서 소리가 안 나왔다.

저 기분 잘 알지, 슬픈데 소리가 안 나오면 답답하고 더 서럽지.

말은 안 해도 그 기분은 느껴졌다.

고문당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느끼는 건가?

황금 사신들은 볼을 밀었다가 당기기도 하고, 눈꺼풀을 들어올리기도 하면서 눈을 뜨라고 소리 없는 외침을 지르고 있었다.

방 밖으로 나와보니, 한층 분노한 사신들이 모여있었다.

애오오옹!

꽤 가까이서 들려오는 유령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향해서 나아갔다.

분노한 황금 사신들과 함께!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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