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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97

우리들을 밀어내려는 끝의 권능을 정화의 권능으로 물림과 동시에 이전에 그렸던 영역을 다시금 구성한다.

이제부터 영역 바깥의 싸움과 우리의 싸움은 별개다. 끝의 악신은 우리를 쓰러트리지 않는다면 결코 바깥에 개입할 수 없다.

더 이상 다른 변수는 없을 거야.

대륙 각지에서 다시금 던전이 발생한 것도, 그리고 그 던전들이 폭주한 것도 이미 기존의 계획에서 한참 벗어난 일이거든.

아무리 끝의 악신이 지닌 권능이 강대하다 한들 신화의 시대가 도래하기도 전에 비슷한 일을 다시 벌이진 못해!

“왜 그딴 꼴을 하고 있어?♡ 설마 그러고 있으면 멋있어 보일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엄청 등신 같거든!♡”

도발을 하기 무섭게 어둠에 집어삼켜진 교황이 손을 뻗었다. 그 움직임은 훤히 보일 정도로 느릿했지만 그럼에도 위협적이었다.

중간과정을 모두 무시한 채 결과에 닿는 그 손에 속도는 필요치 않았으니까.

이전에 당한 게 아니었더라면 이번에도 당했겠지. 근데 난 저기에 이미 몇 번이나 당해봤거든!

교황의 손을 권능이 담긴 방패로 쳐낸 순간 그의 손이 내 기다란 머리카락 끝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왼쪽 갈래 머리카락의 끝부터 부패가 시작됐다.

“위험.”

그를 눈치챈 프레이가 끝을 잘라주지 않았다면 내 트레이드 마크가 사라졌을수도 있었던 상황.

하하하. 이성이 날아갔다는 건 그만큼 권능이 강해졌단 의미니까.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하긴 해.

한 번 실수하면 죽는 상황이라.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참 이상하지만, 익숙하네.

죽음의 위기를 한 두 번 겪어본 게 아니라서 그런가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아.

어쨌건 간에 눈 앞의 교황은 내가 아는 모니터 너머의 교황과 크게 다르지 않잖아?

요정의 시야로 보이는 바닥에서의 기습을 신성을 담은 걸음으로 짓눌러 없애버리고 신성을 집약시키는 것만으로 후방에서의 교란을 막아낸 뒤 교황이 재차 뻗는 손을 향해 메이스를 휘둘렀다.

정확한 타이밍에 교차한 공격이 청량한 소리를 냈고 교황이 품은 어둠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냈다.

내 친구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조이가 어둠을 이용해 끝의 권능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막고, 그 위에 페이비가 신성을 불어 넣어 안정성을 더한 후, 프레이와 아서가 공격을 쏟아 넣는다.

물론 그 틈은 길지 않다.

교황은 금방 균형을 되찾았고 그의 주변에서 권능이 넘실거리는 걸 보자마자 다시금 친구들의 앞에 나섰다.

“맞기만 하니까 화나?♡ 그러게 좀 잘 해보지 그랬어~♡ 난 또 마조인 줄 알았잖아~♡”

다시 어그로를 끌고서 요정의 시야로 교황을 관찰한다.

아직 이성이 완전히 날아간 게 아니라서 약간의 변수는 존재하지만 괜찮다.

이 정도면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안 맞지롱~♡”

패턴의 파훼. 데미지의 누적. 교황의 발악. 우리들의 공격. 영역 너머에서 들려오는 전투의 소리. 사람들의 고함. 간절한 기도. 응원의 말.

“이게 밖에 못해?♡ 진짜 재미 없네~♡ 상대할 맛도 안 나♡ 허접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권능이 강해지고, 교황의 권능도 강해진다.

신화의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악신이 부활할 때가 도래했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사도시여!”

교황이 고함을 치는 걸 확인한 나는 뒤로 훌쩍 물러선 후 페이비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가 내 손에 성물을 꼭 쥐어 줬다.

“성물의 마법은 완성시켰습니다. 이제 남은 건 영애님의 뜻대로 하시면 됩니다.”

성물 위에 그려진 마법을 확인한 나는 웃으며 고갤 끄덕이고서 끝의 권능이 퍼지는 중심을 향해 내달렸다.

아르테아 백작에게 받아낸 이 성물의 효과는 아주 단순하다.

힘의 증폭. 이 안에 축성된 신성만큼 어떤 힘이 사용될 때 그 효과를 늘리는 것.

지금 성물의 안에는 주신 교회에 남아있는 사제들이 며칠 동안 기도를 올리며 모으고 모은 축복이 깃들어 있으며, 그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마법진까지도 마련됐다.

그러니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성물에 권능을 담아 교황에게 펼치는 것 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난 스스로가 잘 할 수 있을지 의심했다.

이론적으로는 틀린 부분 하나조차 존재하지 않았지만 현실은 이론대로만 굴러가는 게 아니니까.

난 분명 권능을 다루고 있지만 언제나 최선으로 다룰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

그치만 오늘에 이르러서 내 의심은 사라졌다.

난 권능은 제대로 다룰 수 있다.

머릿 속으로 생각한 이론을 현실에 불러내는 게 가능하다.

소울 아카데미의 썩은물이어서가 아니라 나라서, 루시라서.

수많은 이들의 희망을 짊어진 영웅이라서, 다른 이들에게 상징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친구와 가족들을 간절히 지키고파 하는 나라서, 이 세상이 루시가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장소이길 바라는 나라서!

할 수 있어!

교황의 앞에 도달한 나는 성물에 스스로의 권능을 부여했다.

정화의 권능으로 부정한 끝의 권능을 뒤로 물린다. 그리고서 포용의 권능으로 교황을 끌어 당긴다.

“…설마.”

끝의 권능에서 벗어난 교황이 무언가 눈치챈 듯 당혹어린 목소리를 내지만 이제와서 그가 대항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젠 신화의 시대가 도래했으니까.

“아닙니다. 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끝의 권능을 완벽하게 취한 저를 당신이 어찌 물린단 말입니까!”

“그래애?♡ 끝의 악신이 되었다는 것치곤 너무 공손하지 않아?♡ 개처럼 기어다니는 게 어울리긴 하는데~♡”

내 말을 듣고 나서야 교황이 이상함을 눈치챘다.

끝의 권능에 사로잡힌 교황은 이성을 완벽히 잃었어야 했다.

완벽히 잠식당하기 전에도 끝에 사로잡혔던 그다.

아무리 교황의 의지가 강하다 한들 멀쩡히 나와 대화할 수 있어선 안 됐다.

허나 그는 지극히 이성적이었으며 심지어 내게 존중을 표하기까지 했다.

왜?

“넌 허접이니까 말야♡”

저 녀석이 허접이니까.

본래라면 이 상황은 교황에게 유리했어야 했다.

끝의 악신이 완벽하게 부활하며 이 대지에 혼란을 일으켜야만 했다.

그렇지만 대지의 모든 건 그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던전은 그 어떤 혼란도 일으키지 못한 채 사라졌다.

대지에 봉인된 악신들은 희생자 하나 만들어내지 못한 채 다시금 봉인됐다.

그리고 교황은.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도박수까지 뒀지만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했다.

지금 그는 온전하지 않다. 끝의 악신은 인간의 시대가 끝나며 힘을 얻을 기반을 모두 잃었다.

허나 나는 아니다. 신화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건 그 어떤 순간보다도 시작의 권능이 강해져 있단 말이니까.

내가 주신의 사도인 한 지금보다도 내 권능이 강한 순간은 존재할 수 없어.

거기에 더해 이 대지는 계속해서 날 찬양하고 있잖아?

이런 상황에 퇴물인 끝의 악신 따위가 나한테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안 됩니다. 이런 결말은 안 됩니다. 아무리 당신이 주신의 사도시라 하여도 이런 허무한 결말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교황은 어떻게든 성물에서 퍼져나가는 권능에 반항하려 했지만 희미해진 끝의 권능으로 완벽한 대처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

거기에 더해서 내가 교황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걸.

교황 본인보다도 더. 이 미치광이는 수백년 전과 지금의 자신을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아냐.

교황은 약한 사람이다.

현실의 시련 앞에 굴복하여 악에 투신한 자다.

자신이 겪었던 시련에 울분을 토하다 하늘을 향해 원망을 쏟아냈으며 비루한 자신조차도 품어주는 하늘에 감동한 신도다.

그렇게 빛을 마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비틀림을 바로 잡지 못한, 끝의 악신을 만났던 그 시간에 멈춰버린 존재.

그래. 교황은 끝의 권능을 얻은 그 순간부터 그 시간에 박제되어 버렸다.

끝을 잃어버림에 따라 영원토록 같은 시간을 유영하게 됐다.

자신이 마주했던 악몽에서 조금도 빠져나오지 못한 채 현실을 외면하게 됐다.

당연한 이야기다. 악신과의 계약이란 악마와 계약한 것이나 다름이 없거든.

교황은 힘을 얻은 대신 시작에도 끝에도 도달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거야.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는 강제로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게 될 거야.

아르마디의 사도인 내가 멈춰버린 그의 시간을 다시 시작 시킬 생각이니까. 끝의 권능에서 반강제로 벗어나 버리도록.

“안 됩니다.”

교황이 사용하는 끝의 권능을 뒤로 물린다.

“안 됩니다!”

물러나려는 교황의 앞으로 훌쩍 다가가 그의 목덜미를 붙잡는다.

“제발.”

그리고서 그의 입 안에 성물을 때려 박았다.

포용의 권능을 그 안에 새겨 내 뜻을 따를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그 안에 새겨진 끝의 권능을 지워버리기 위해서.

“…안 돼!”

신이란 특출난 능력을 지닌 초월적 존재를 말하는 게 아니다.

특정한 개념의 선택을 받아 그 뜻을 대행하는 자를 말한다.

그러니 그 개념이 더 이상 자신을 대리할 수 없노라 판단내린다면 신은 신의 직위를 박탈당한다.

지금 눈 앞의 교황처럼.

끝의 권능이 교황을 떠나가기 시작한다.

더 이상 이 대지에 끝을 선고할 수 없는 존재라 여기고 교황을 버린다.

“주신의 사도시여! 신화의 시대에 악신 아그라를 부활시키시다니! 이게 진정 옳은 일이라 생각하십니까?!”

부들부들 떨던 교황이 소리를 질렀지만 난 거기에 코웃음으로 대답해줬다.

“등신아♡ 넌 네가 한 말도 기억 못 해?♡”

“그게 무슨.”

“개허접변태주신이 강해지면 개병신도 강해진다며?♡ 그럼 그 반대도 성립되잖아♡ 머리가 안 굴러가?♡”

신화의 시대는 펼쳐졌고 이 대지는 어떤 나날보다도 신과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악신 아그라가 부활해 헛짓거리를 한다면 당연히 허접 주신도 돌아오지 않겠어?

모니터 너머와는 달리 이 세상엔 허접 주신이 실존하는 걸.

“그 병신사디는 자기가 부활한 걸 후회하게 될 거야.”

“오. 진짜 그런지 확인을 해볼까.”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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