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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0

Chapter: 70

   “저기. 알른 영애님.”

   

   여느 때처럼 프레이와 대련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으려니 들러리 영애가 찾아와서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왜요?’

   “왜. 들러리 영애.”

   

   “저희 합 한 번 안 맞춰보고 들어가도 괜찮은 건가요?”

   

   우리 중에 가장 이 일을 떨떠름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 합을 이야기하니 당혹스러웠다.

   

   이 사람 왜 적극적인거야?

   

   내 의아한 시선을 느낀 걸까 들러리 영애가 한숨을 내쉬었다.

   

   “고고한 알른 영애님이나 켄트 영애님께선 잘 모르시겠지만 이번 대결은 아카데미 전체에 소문이 났답니다.”

   

   들러리 영애가 이야기하길 나와 아서의 대결은 상상 이상으로 화제가 된 모양이다.

   

   예전부터 천재라 칭송 받았던 3왕자와 그를 누르고 입학시험에서 1등을 달성한 알른 가문 핏줄의 대결이라면서.

   

   “얼마나 소문이 크게 났으면 이걸 가지고 도박이 벌어지고 있어요.”

   

   도박이라.

   

   이런 짓을 벌일 캐릭터는 하나밖에 없지.

   

   거대 상단을 이끄는 상인의 자식인 세스.

   

   걔가 벌이는 도박판은 믿을 만 하지.

   

   상인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외치고 다니는 녀석이니까.

   

   ‘배당은…’

   “배당은 어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중요해요.’

   “들러리 영애. 중요한 게 뭔지 정하는 건 허접한 네가 아니라 나야. 대답해.”

   

   “…1.1 대 10요.”

   

   누가 1.1인지는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당연히 아서 쪽이겠지.

   

   지금 사람들 사이에 나도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걔 파티원은 1학년 중 최고만 불러 모은 수준이니까.

   

   전위의 자칼.

   

   전위 후위 양쪽 다 담당 가능한 아서.

   

   페이비에게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성직자로서 역대급의 재능을 지닌 매튜까지.

   

   걔네 셋이 뭉쳐서 토요일을 대비하고 있다는 건 너무 공공연연한 정보라 외톨이인 나조차도 들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그에 반해 나는 어떤가.

   

   제대로 된 파티원을 구성했는지조차 의문인 상태다.

   

   던전 공략을 위한 연습?

   

   그딴 거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러니 신뢰가 어느 쪽으로 향하겠는가.

   

   근데 너무 배당이 높은 거 아냐?

   

   내가 아예 보여준 게 없는 사람도 아니고.

   

   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 1등을 하면서 재능이 있다는 걸 보여줬고.

   

   거기에 프레이랑 대련을 하면서 무력을 지녔다는 것도 증명을 했잖아.

   

   파티 멤버도 나랑 프레이 정도면 크게 뒤지진 않는데 왜 10이나 되는 거야?

   

   물론 꽁돈을 주겠다니까 받기는 하겠지만.

   

   나중에 칼한테 시켜서 세스한테 돈을 걸라고 해야겠다.

   

   분명 한 사람당 금화 10개가 마지노선이었지.

   

   그거만 해도 벌써 금화가 100개.

   

   하아. 너무 달콤해서 이빨이 썩어버릴 것 같아.

   

   “어쨌든 지금 이 대결은 아카데미 전체의 관심사라고요. 여기서 처참한 성적으로 패배했다간 무슨 소리를 들을지.”

   

   진짜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네.

   

   ‘왜 질 생각을 하시는 거죠?’

   “허접 겁쟁이 영애. 왜 질 생각을 하는 거야? 패배주의가 뼛속까지 박힌 들러리라 그래?”

   

   “어떻게 이길 생각을 해요! 아무리켄트 영애님과 알른 영애님이 무력이 강하다 하더라도 던전은 무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요!”

   

   들러리 영애의 말은 일부 옳다.

   

   던전의 공략이라는 건 결코 무력으로 정해지지 않지.

   

   무력이 존재하면 편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던전에 대한 지식이니까.

   

   그렇지만 들러리 영애는 한 가지를 모르고 있네.

   

   내가 가진 게 무력뿐일 리가 없잖아.

   

   ‘들러리 영애님…’

   “들러리. 내가 힘 뿐인 멍청이 였다면 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 어떻게 1등을 했을까?”

   

   “그거 지난 사고에 대한 보상… 합.”

   

   아하.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나 같은 망나니가 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1등을 달성했을 리 없다고?

   

   하긴 평생 망나니처럼 살던 쓰레기가 일 년 만에 바뀌었다는 소리보다는 부정한 수단으로 1등을 거머쥐었다는 게 설득력이 있겠지.

   

   어쩐지 배당이 높더라.

   

   나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으니 프레이를 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저 꼴이지.

   

   말실수를 해놓고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들러리 영애를 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원래는 던전에 들어가기 직전에 몇 마디 해주고 끝낼 생각이었지만 미리 설명을 좀 해줄까.

   

   ‘저기요.’

   “들러리. 오늘 시간 있지?”

   

   “네? 네!”

   

   ‘잠시…’

   “잠시 여기서 기다려.”

   

   들러리 영애에게 그리 이야기를 하고 나서 프레이에게 다가갔다.

   

   내일 있을 던전 공략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고 했더니 프레이는 전략을 왜 짜야하냐는 이야기를 했다.

   

   “어차피 다 베어버리면 그만이잖아.”

   

   어이가 없다 못해 상대에게 뇌가 있는지가 의심될만한 발언이었다.

   

   보통의 사람이 이런 말을 했더라면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하는 말이겠거니 하고 말겠지만 프레이에 한해서는 아니었다.

   

   이 녀석은 진심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그를 실행에 옮기는 인간이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제멋대로 적에게 달려들어 던전 공략을 망치겠지.

   

   하지만 괜찮다.

   

   내게는 프레이의 목줄을 어느 정도 잡을 방법이 있으니까.

   

   ‘프레이…’

   “허접 검사. 던전 공략의 리더는 나야. 바보 같은 네가 아니라.”

   

   “응. 나도 알아.”

   

   ‘제 말을 따라야 한단 거에요.’

   “짐승 같은 네 머리가 아니라 내 판단을 따라야 한단 거야.”

   

   “왜?”

   

   프레이가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나올 줄 알았어.

   

   게임 속에서 처음 프레이의 호감도를 올릴 적에 이 ‘왜’ 라는 질문 때문에 얼마나 골머리를 앓았던가.

   

   저기에 논리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프레이는 이미 자신의 마음 속에 답을 정해둔 상태니까.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선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녀의 세계에 맞춘 대답을 준비하거나 아니면 똑같이 억지를 부리거나.

   

   이번에 내가 택한 건 후자다.

   

   ‘안 그러면 대련 안 해줄 거에요.’

   “안 그럼 너 같은 허접이랑은 대련 안 해줄 거야.”

   

   프레이는 나랑 하는 대련에 집착을 하는 것 같더라고.

   

   원래라면 호감도가 어느 정도 쌓이기 전까진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인데 날 찾는 걸 보면 말이야.

   

   대련할 때 이외에는 날 찾지 않는 걸 보면 딱히 호감도가 쌓인 것 같지도 않은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써먹긴 해야지.

   

   내 단호한 대련 거부 선언에 프레이의 눈동자가 커졌다.

   

   “왜? 계속 대련 해주기로 했잖아.”

   

   ‘그건…’

   “그건 내가 불쌍 왕자를 발라버렸을 때의 일이야.”

   

   프레이는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수긍을 한 것 같으니 이제부터는 자제를 하려 하겠지.

   

   본성이 있으니 어느 정도 튀어나갈 수는 있겠지만 예상이 가능한 수준은 될 거다.

   

   그리고 그 정도면 내게 프레이란 충분히 제어가능한 변수였다.

   

   프레이에게 동의를 구한 나는 그녀와 들러리 영애를 데리고서 내 기숙사를 향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준비해 둔 여러 물품들을 보여주며 내 계획을 들려줬다.

   

   “…제 친구에게 역배에 걸라고 해야겠네요.”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들러리 영애는 이렇게 말했다.

   

   *

   

   승부를 시작하기로 한 당일.

   

   아서는 아침 일찍부터 수련장 한 쪽에 나와서 몸을 풀었다.

   

   던전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는 한 시도 쉴 수 없는 강행군이 시작될 거다.

   

   그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몸을 달궈 둘 필요가 있었다.

   

   “벌써 나와계셨습니까. 3왕자님.”

   

   한창 몸을 움직이던 아서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갤 돌렸다.

   

   거기에 서 있는 건 창을 어깨에 기댄 자칼 버로우였다.

   

   “몸풀기치고는 과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당연히 그러실거라 생각합니다만 혹시 저 쪽에 자극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서요.”

   

   자칼이 눈짓으로 가리킨 곳에는 루시 알른과 프레이 켄트가 있었다.

   

   아침과 저녁 마다 서로를 죽일 기세로 대련을 벌이는 두 사람은 승부 당일에도 똑같은 짓을 벌이고 있었다.

   

   저러다 둘 중 하나가 크게 다쳐 아서가 부전승을 거두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짐승의 싸움에 인간이 영향을 받던가?”

   “하하. 맞는 말입니다.”

   

   내가 저 망나니의 모습에 긴장을 한다고?

   

   그럴 리가.

   

   아서는 단호히 고개를 젓는 것으로 자칼의 의심을 끊어냈다.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오늘의 승리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당장 겉으로 드러난 것만 봐도 그랬다.

   

   루시 알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프레이 켄트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무력 하나 뿐인 짐승이고.

   

   다른 파티원 하나는 루시 알른에게 협박을 당해 어쩔 수 없이 파티에 참가한 일반 학생.

   

   그에 반해 이 쪽은 입학시험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한 유망주에 훗날 추기경의 자리에 오를게 반쯤 확실히 된 성직자 매튜까지.

   

   전력의 차이는 명확하다.

   

   이것만으로 승리를 확정지어도 될 정도로.

   

   허나 아서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먼저 던전을 올라가고 있는 학생들에게서 아카데미 던전에 대한 정보를 구했다.

   

   그 안이 어떤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

   

   안의 지도는 어떤 식으로 되어 있는지.

   

   준비해야 할 것.

   

   공략의 방법 같은 것까지.

   

   모두 다.

   

   아직은 학생들이 30층에 막혀 있는 상황인지라 거기까지밖에 정보가 없었지만 문제는 없었다.

   

   루시 알른은 오만했으니까.

   

   그녀는 던전 공략에 대해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던전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보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던전 공략을 위한 여러 물자들을 준비하는 것도.

   

   심지어는 파티원들을 모아 합을 맞추어 볼 생각조차도 없었다.

   

   그런 것을 준비하지 않아도 아서 따위는 손쉽게 이길 수 있다는 것처럼.

   

   자신은 1년 만에 모든 이들을 추월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재능을 가졌으니 그딴 준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건가?

   

   오만하고도 방자하군. 루시 알른.

   

   그딴 식으로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네 년이 천재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어쩌면 나의 예상마저도 깨부수고 30층을 넘어설지도 모르지.

   

   허나 상관없다.

   

   오늘 본인은 패배를 준비하지 않았으니까.

   

   만일 그대가 예상을 부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때는.

   

   *

   

   어제 결과가 나쁘면 대련을 안 해줄 거라 이야기했기 때문일까.

   

   오늘 따라 프레이가 몰아붙이는 것이 살벌했다.

   

   던전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기가 다 빠져 버린 느낌이야.

   

   가볍게 사워를 하고서 던전에 들어갈 준비를 마친 후에 바깥으로 나오니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아가씨.”

   “알른 영애.”

   

   기숙사의 앞에는 칼과 조이가 함께 서 있었다.

   

   칼이야 오늘 나랑 같이 던전에 들어간다 치더라도 조이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조이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당신은 생각이 있는 건가요. 없는 건가요.”

   

   엑? 갑자기 왜 잔소리가 시작되는 거야?

   

   우리 오랜만에 이야기 나누는 거지 않나?

   

   “3왕자님이랑 자신만만하게 승부를 하자 해놓고 아무런 준비를 안 하는 게 말이 돼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는 조이의 모습에 그녀가 날 걱정해서 이 곳에 왔음을 깨달았다.

   

   역시 착한 사람이라니까.

   

   “자. 여기 현재까지 밝혀진 아카데미 던전에 대한 정보고 이건.”

   

   ‘조이…’

   “얼빵 영애. 나한테 이런 게 필요할 거 같아?”

   

   필요한 건 이미 다 준비해뒀거든

   

   “알른 영애. 당신 아무것도 준비 안 했잖아요. 자존심 때문이라면 그런 건 버리고.”

   

   ‘했어요.’

   “내가 당신처럼 얼빵한 줄 알아? 이미 이길 준비는 끝냈어.”

   

   아서가 무슨 준비를 했을 진 모르겠지만 상관없어.

   

   난 NPC에게 발릴 정도로 무능하지 않으니까.

   

   ‘이기고 돌아올게요.’

   “이기고 돌아올 테니까 구경이나 해. 얼빵 영애.”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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