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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01

하늘에 떠올랐던 또 다른 태양이 자신의 빛을 세상에 흩뿌린다.

“막아!”

“버텨라!”

“무기가 더 필요해!”

“부상자다! 뒤로 호송을!”

“죽을 각오로 싸워라! 앞으로!”

전선의 선두에서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던 어느 군대의 지휘관은 점차 뒤로 밀려나는 병사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던전의 폭주가 발생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세상 모든 이들이 영웅처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미 병사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해주고 있었다. 이 이상을 기대하는 건 미친 짓이야.

전선을 뒤로 물려야 한다. 희생이 따를 지언정 선택을 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모두 다 죽어.

얼굴에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낸 지휘관은 전선의 한 가운데에서 어떤 여자아이의 환각을 봤다.

얼마 전 그의 영지 앞에 나타났던 재앙을 겨우 몇 시간 만에 해결하고 돌아간 이.

지금도 재앙의 중심에서 악신을 마주하고 있을 영웅.

그 누구보다 작으면서도 큰 등을 지녔던 주신의 사도.

“지휘관님!”

거미의 모양새를 한 마물의 머리를 내리찍은 종자가 소리를 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지휘관은 미소와 함께 각오를 다졌다.

육신은 진작 한계에 달했다.

지금 내 몸을 움직이는 건 어디까지나 간절함의 발로일 뿐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헌데 기이하게도 내 정신은 그 어떤 때보다도 선명했다.

육신에 남아 있던 기운을 모두 사용했음에도 자꾸만 기운이 솟는 걸 보면 이 힘의 근원은 분명 생명일 테지.

난 지금 목숨을 태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이 싸움이 끝난 후엔 재가 되어 바람에 스러지겠지.

기왕 재가 될 거라면 좀 더 멋진 사연을 지닌 재가 될 테다.

내 몸을 깎아내며 타인을 구원한 재가 되고 말 것이다.

“총지휘관께 전령을 보내라! 당장 퇴각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마음의 준비를 끝마친 지휘관이 종자에게 소리를 쳤지만 종자의 시선은 그를 향하지 않았다.

한 시가 급한 상황인데 정신을 놓고 있다니!

“이봐!”

“지휘관님.”

“내 말을 듣고 있는데 왜 대답을 하지 않나!”

“위를 봐요.”

“빛 하나 없는 하늘을 봐서 뭐 어쩌란 거냐!”

“태양이 떴어요.”

지휘관은 그제서야 자신의 머리 위를 비추는 따스함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둠으로 가득 차 있던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너무도 포근해서 육신의 고통도, 당장의 위기도 잊게 만드는 빛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온기에 매혹당해 멍하니 위를 올려다보던 지휘관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이렇게 방심하면 마물들이 달려들 거다!

“…허.”

최악을 상상했던 지휘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 여름날의 얼음처럼 녹아내리는 마물들의 모습이었다.

작은가 큰가, 강한가 약한가 하는 구별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상에 나타났던 모든 마물들이 때양볕 아래에 사그라든다.

“기적이 일어났는가.”

헛웃음과 함께 무구를 내던진 지휘관은 피로 범벅이 된 투구를 벗고 주변을 둘러봤다.

다리를 잃었던 이가 자신의 다리로 대지를 내딛는다.

출혈 속에서 잠에 들었던 이가 갑작스레 눈을 뜨더니 다급히 주변을 살핀다.

전선에서 입었던 상처 탓에 절뚝이던 이가 어느새 상처를 잊는다.

절망으로 가득했던 대지 위에 기적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위대하신 주신이시여.”

눈을 감고서 짧게 기도를 한 지휘관은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억지로 채찍질해가며 전장의 한 가운데에 섰다.

“모두들 들어라!!!”

그의 고함소리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던 병사들이 하나 둘 고갤 돌린다.

“위대하신 주신께서 우리에게 기적을 베풀어 주셨다! 악이 저물고! 선이 대지에 자리한 것이다!”

어느새 전장에 선 모두의 시선을 받게 된 지휘관은 씨익 웃으며 팔을 치켜 들었다.

“우리가 이 나라를 구했다!”

“우리가 이 대륙을 구했다!”

“우리가 이 세상을 구했다!”

“그러니 자랑스러워하라! 그대들의 이야기는 영원토록 이 대륙에 전해지리라! 과거의 영웅이 그랬던 것처럼!”

““와아아아아아!””

병사들의 환호성이 대지를 진동시키는 걸 확인한 지휘관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다 종자의 어깨에 기댔다.

짧은 혼란이 지나고 다시금 세상에 평화가 도래했다.

*

몸 한 가운데에 대검이 박혀 벽에 박제되어버린 라샤는 어떻게든 빠져나오려 몸을 뒤틀어봤지만 고통만 커질 뿐 성과는 없었다.

개같은 노친네. 쓸데 없는 축복을 강하게 걸어놓다니.

재생을 시킬 거면 제대로 해야지. 명줄은 유지되는 데 왜 잘려나간 내 팔은 돌아오질 않는 거냐.

제기랄. 이렇게 비루한 죽음은 사양하고 싶었는데.

한탄하다 하늘의 어둠이 걷히는 걸 확인한 라샤는 진한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다 피를 토했다.

최후의 싸움은 최악의 싸움이었어. 파괴의 악신을 쓰러트리고 돌아온 녀석들에 의해 사냥을 당했으니까.

어설픈 놈들이 몇 명 있어서 그 놈들을 노리려 했지만 하. 베네딕 그 새끼가 진짜 더럽게 강해서 결국 실패했지.

이게 다 뭣 같은 악신 때문이야. 그 놈이 잡것들만 처리해줬어도 어떻게 될지 몰랐을 테니까.

한참 동안 투덜투덜거리던 라샤는 태양의 따스함을 느끼고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 진짜 죽기 싫네.

아직 붙어보고 싶은 놈들이 차고 넘치는… 데…

*

싸움이 끝나고 숲으로 돌아온 요정여왕은 이번에 고생한 요정들을 치하한 후에 그들의 시선을 빌려 세상을 둘러봤다.

대륙은 평화로웠다. 혼란을 틈타 타국을 공격하려는 무리도,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내부의 사람에게 칼부림을 하는 이도, 자신의 신앙이 어긋났단 걸 인정하기 싫어 발악하는 이도, 악신의 자리가 사라진 틈을 타 음지를 제 것으로 만들려는 이도, 대륙엔 존재하지 않았다.

주신 교회가 자신들의 잘못이라 소리치며 대륙의 안정화를 위해 재산을 쏟았다.

각지에서 자생하던 다른 종교들도 주신 교회와 협력하여 재앙에 휘말렸던 자들을 구원했다.

대륙의 여러 나라들도 그를 방해하는 대신 함께 손을 잡고 사람들을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이 모든 선행을 대지에 잠시나마 머무를 수 있게 된 신들이 지원했다.

인간의 시대와 신화의 시대가 뒤섞인 지금이기에 가능한 예외적인 일.

사정을 모르는 이라면 우연이 낳은 결과물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주신의 사도와 함께 했던 이들은 이게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았다.

애초부터 루시 알른이 내건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신들의 강림이었으니까.

“그렇게도 평화롭단 말인가. 괜한 걱정을 했군.”

요정여왕에게 확인을 부탁했던 에르기누스는 안도와 씁쓸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다 헛웃음을 흘렸다.

“들었겠지. 용사여. 아무래도 자네가 나설 일은 없을 듯 해.”

“잘 된 일이군. 이번 대의 용사께서 우리보다 훨씬 더 유능하다는 소리니까.”

과거 신화의 시대가 끝날 무렵에는 달랐다.

신들의 전쟁이 끝나자 인간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그 전쟁이 끝날 무렵에도 대륙엔 불신이 가득했지.

당시를 살아가던 이들은 시간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 말했지만. 보라. 하나의 인간이 대륙을 구원하고 있지 않나.

“덕분에 미련 없이 떠날 수 있겠어.”

주신과 맺었던 계약이 끝남에 따라 용사의 육신이 희미해진다.

“저승에서 꽤 고생스러울 거다.”

“어둠을 바라보며 수백 년을 기다리는 것보다야 낫겠지.”

가벼운 미소를 지은 용사는 자신의 동료들은 다시 한 번 눈에 새기고서 고갤 숙였다.

“그 동안 고마웠다. 먼저 가보도록…”

“뭘 후련하단 듯 작별인사를 하고 있어?”

갑작스레 그들 사이에 등장한 루시는 자기 주변에서 소란을 피우는 요정들을 쫓아내곤 용사의 앞에 섰다.

“냄새나는 폐품 아저씨. 당신 제대로 한 일 아무것도 없잖아.”

“…그건 실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허나 이것이 순리다. 어긋난 시계를 이제라도 맞춰야 한다.”

“그건 아저씨의 등신 같은 생각이고.”

표독스런 루시의 어투에 당혹스러워하던 용사는 자신의 육신이 다시금 색을 찾은 걸 보고 경악했다.

“주신의 사도여! 이는 나와 주신 사이에 맺어진 약속이다! 그러니…!”

“그거 취소 됐어.”

“…그대 멋대로 움직여선! 잠깐. 뭐?”

“취소됐다고. 수백 년 전 유물이라 요즘 말 몰라? 글자부터 알려줘야 해?”

“루시야. 어째 저주가 사라지고 나서 말이 더 험악해진 것 같구나.”

보다 못한 루엘이 끼어들고 나서야 루시가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할아버지. 그걸 대놓고 말하면 어떡해요. 분위기 다 잡아 놨는데.”

“바보 같은 놈이라도 내 친우다. 이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최소한의 예를 갖췄으면 좋겠구나.”

“네에. 네에.”

대충 대답을 하고서 고갤 돌린 루시는 방금 전의 모든 게 연기였단 것처럼 말끔하게 예의를 지켜 고갤 숙였다.

“죄송합니다. 용사님. 당신께서 납득하시기에 어려운 상황일 듯 싶어 일부러 강한 태도로 나섰습니다. 의도가 어찌되었건 무례는 무례.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어. 어어? 괘. 괜찮다. 신경 쓰지 마라.”

“사과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됐죠?”

일순에 표정을 바꾸는 루시를 본 루엘은 할 말이 많은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잔소리 대신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하아. 그래. 됐으니 이제 방금 전 말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봐라.”

“우리 바보 마마 때문에 용사님이 많이 고생을 하셨잖아요? 심지어 그 뒤에 제대로 보상도 안 해줬고요. 그래서 혼냈어요.”

“혼… 냈다고? 네 어머니를?”

“허접주신이요. 모자란 부분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을 고생시키는 얼간이에 자기 딸한테 바니 의상을 입히고 싶어 하는 변태기도 하고요.”

루시의 말에 모두들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눈동자만 구르던 그 때 루시의 뒤 편에서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으.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들.”

위대한 주신의 눈가는 방금 전까지 오열하다 온 듯 퉁퉁 부르터있었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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