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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4

04. 나 때는 말이다.
동훈이의 소식을 듣고 급히 걸음
을 재촉했다. 바람이 얼굴에 강하게
부딪히는 것이 느껴졌지만, 눈을 크
게 뜨고 더욱 속도를 높였다.
탕.
콘크리트가 뭉개지는 감촉이 다리
를 타고 올라왔다.
탕.
아파트 옥상에서 아파트 옥상으로,
빌딩의 벽과 벽 사이를 박차고 앞으
로 나아갔다.
시야 아래쪽으로 수없이 많은 빛
이 흘러 지나간다.
노란 자동차 불빛, 푸르게 빛나는
스마트폰의 화면, 그저 서 있는 가
로등, 손님을 유혹하는 오래된 네온
사인, 어둠을 가로지르는 빛줄기.
그런 빛의 홍수가 도시를 밝혔지
만, 하늘을 나는 나를 쳐다보는 시
선은 느껴지지 않았다.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이어서 그
런 것일까, 아니면 하늘을 나는 영
웅 따위는 흔해졌기에 그런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어두운 밤하늘
을 내달렸다.
*
*
*
가가각.
급하게 착지한 탓인지 응급실 앞
쪽에 깔린 아스팔트가 갈라졌다.
급히 아스팔트를 발로 밟아서 다
시 다듬은 후, 응급실을 향해 뛰어
들어가며 다급히 외쳤다.
“동훈아!”
“응급실이니 조용히 해야지?”
급하게 들이닥친 나를 간호사들이
째려보더니, 조용히 하라는 표정으
로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애들을 대하는 듯한 말투와 표정.
간호사들의 태도는 불만족스러웠지
만 이런 대우를 받은 것이 처음도 아
니고, 응급실에선 조용히 해야 한다는
말도 정론인지라, 끓는 마음을 식히고
간호사에게 다가가 용무를 전하였다.
“동훈이가 위급하다고 연락받고
왔습니다만.”
“보호자는 어디 계시니? 응급실에
어린이는 혼자 못 들어간단다.”
간호사는 자료를 찾을 생각도 하
지 않고 나를 타일렀고.
나는 혀를 차며 품속에서 신분증
을 꺼내 내던졌다.
수십년째 얼굴이 변하지 않아,
갱신된 적조차 없는 낡은 신분증은
카운터 위를 날아가, 간호사의 정면
에 내려앉았다.
“영웅등록번호 01-005-M 이하람
입니다. 안내해주시죠.”
내 신분증을 받아낸 간호사는 신
분증과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실례했습니다.”
표정을 정돈한 간호사는 사무적인
표정으로 돌아와 말을 이었다.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김동훈입니다.”
딸칵딸칵.
어둠에 집어 삼켜져 조용한 병원
안쪽에서 기계적으로 단조로운 키보
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환자분과의 관계는요?”
“친구입니다.”
간호사는 그 말을 듣고 수화기를
들어 올려 어딘가로 연락했다.
“환자분의 지인이라고 하시는 분
이 오셨는데 어떻게 할까요?”
상대방의 말을 기다리는 듯, 간호
사가 잠시 침묵을 이었다. 기나긴
시간이 흐르고, 이윽고 간호사가 수
화기 너머를 향해 조용히 대꾸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아직 대화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내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간호사의 입이 열리는 한순간, 한
순간이 고통의 시간이나 마찬가지.
손가락이 떨린다. 적들과 싸우는
것처럼 열기가 몸에 차오른다.
격렬한 감정이 내 몸을 잠식하자
나는 평소처럼 품 안에서 흰 막대기
를 꺼내 입안에 집어넣고 깨물었다.
까득.
단단한 금속을 쉼 없이 깨물며 생
긴, 금속 위의 잇자국에 내 이빨에
맞물린다.
입술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
이 내 체온을 뺏어가고, 떨리던 몸
이 서서히 멈추었다.
몸을 지배하던 긴장과 열기는 막
대를 통해 빠져나간 듯 평소의 자신
으로 돌아왔다.
걱정하지 말자.
나 같은 녀석도 어떻게 살아있잖아.
그 녀석이라면 분명 무사할 거야.
“확인되셨습니다. 들어가셔도….”
뭔가를 말하려던 간호사는 말을
끊고 나를 째려보았다.
“병원에서는 금연입니다.”
“담배도, 전자담배도 아닙니다.”
그냥. 옛 친구가 싸울 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꼴 보기 싫다고 준
선물이죠.
***
“현재는 의식불명 상태로…”
나는 받침대 위에 올라, 침대에
쓰러진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깃집 앞에서 헤어지던 모습 그대
로인 내 친구를.
아니, 단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붉은 반점이 묻어나는 붕대.
“후두부에 생긴 타박상이 의식불
명의 원인입니다.”
열성적으로 정의를 떠들던 그 얼
굴은 눈을 감은 채, 후두부에 붕대
를 둘둘 말고 있었다.
“범인은 잡혔습니다만…. 현재 경
찰이 심문 중입니다.”
담당 의사의 말이 아무 의미도 없
이 뇌리를 맴돈다.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모든 상황을
믿을 수가 없다.
“뇌 손상이 워낙 심해서 뇌사의
가능성도….”
의식불명.
뇌 손상.
범죄.
정의의 영웅.
“돈이 필요한가요.”
“예?”
“돈이 필요합니까? 그런 거라면
저 녀석도 은퇴한 영웅이니 관련 보
험이 있을….”
은퇴한 녀석들은 이런 상황에서
받을 수 있는 조치가 있었다. 분명.
그런 내용이. 그게 있다면 충분히….
“안타깝지만..”
아.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달그락.
“맞은 부위가 문제입니다. 어쩌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각오를 하셔
야 할지도…”
“신원조회를 통해 영웅임을 확인
해서, 치유술도 동원했습니다만…
뇌 손상이 심한 탓에…”
“아…, 하, 하하하, 하하.”
의사는 실성한 것처럼 웃음을 흘
리는 나를 보며 말을 꺼냈다.
“본래 면회 시간은 10시까지지만
영웅이시고 하니….”
작아지는 목소리에서 더 있어도
괜찮다는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눈치를 살피던
의사는 병실에서 사라졌다.
나는 땅에 떨어진 막대를 집어 품
에 집어넣고, 침대 옆에 걸터앉아
입을 열었다.
“동훈아 기억나냐 처음 만났을 때.”
삐익.
기계가 울리는 소리.
“우리보고 각성자라고 부르면서
관리한답시고, 한 장소에 모았지.”
쉬익.
누군가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
그에 맞춰 지금은 영웅이라 불리
는 자들의 시작을 입에 담았다.
우리들의 처음을.
“전자 발찌도 달아보고, 모욕도 당
했잖냐. 그래도 우리는 정의를 위해
서, 사람을 위해서라면서 싸웠지.”
삐그덕.
내 움직임에, 침대의 프레임이 약
간의 소음을 울렸다.
“심성이 다들 정의로운 건지, 아니
면 그런 애들만 뽑은 건지. 우린 결
국 지켜냈잖아?”
창문을 열었다.
“이제 새로운 영웅들은 우리 때처
럼 비방 받지도 않고, 습격당할 일
도 없으니까 다들 TV에서도 자기
본명이나 얼굴도 보여준다니까?”
우리 때는 말이다.
“사람들도 이제 대피 사이렌 같은
거 안 무서워해. 다들 조용히 침착
하게. 영웅이 우리를 지켜줄 거라면
서 피난 장소로 이동한다니까…”
우리 때는 말이다.
도시를 아름답게 밝히는 빛이 침
대 위에 내려왔다.
“김동훈 네가 제일 보고 싶어 하
던 거잖아! 다들 다시 웃는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그런 세상을 우리가 만들었다.
“왜 네가 그걸 못 보고 쳐 뒤지려
는 건데!”
고깃집 앞에서 그의 마지막 질문
이 떠올랐다.
정의로웠냐고.
우린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냐고.
그래 이 멍청아.
지금의 평화는 우리가 만든 거라
고. 일그러지긴 했지만, 모두가 웃을
수 있다고. 자신의 과거를 의심하는
그에게 그것을 이야기해주지 못한,
후회가 내 마음속을 맴돌았다.
“그러니까 죽지 마라. 몇 번이고
다시 말해줄 테니.”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또다시 기적이 일어날 것을 믿으
며, 우리 영웅은. 항상 빛나는 존재
였으니까. 항상.
***
김동훈 남성 46세 타살 후두부 타
박상. 뇌사. 01시 24분.
나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멍하니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진 속의 그는 밝아 보였다. 그
것은 마치 모든 행복을 가진 사람의
표정처럼 보였다.
그것이 15년 이상 젊은 얼굴로 시
간을 넘은 채. 사회와 떨어져, 사진
한 번 찍을 수 없었던 그가 남긴
마지막 사진이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바닥에 앉아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
“저 여자애는 누구야? 딸?”
“크림슨 해머라고 있어. 마법소녀
영웅. 꽤 친한 사이였나 보더라고.”
귓가에 그런 이야기가 몇 번이고
들려온다. 동훈이는 연고자가 없었
기에 내가 상주를 맡았다. 그러나
나는 명목상의 상주였을 뿐. 아무것
도 하지 않았다.
장례는 큰 장례식장에서 치러져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조문을 왔으
나, 나는 그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관리국의 직원들이 조문객들을 맞
이하고 모든 것을 대신해주었다.
사진, 관, 장례식장, 무덤 터.
그들은 처음 몇 번은 나에게 질문
을 했지만, 내가 영혼이 나간 표정
으로 고개만 끄덕이자 나를 내버려
둔 채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관 앞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정치인과 손을 흔들며 사진이 찍힐
필요도 없었고, 관리국의 높은 분과
얼굴을 맞댈 필요도 없었다.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
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디선가 동훈이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의 얼굴이 보였다.
텔레비전 안.
장례식장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그의 연설 장면이 작은 소리로 흘러
나오고 있었다.
몇 번이고 흘러나오는 연설 장면.
거기에 매료된 나는 그것을 계속
해서 바라보았다.
뒤이어, 이번 사건에 대한 개요가
나온다. 심문이 끝난 범인에 대해,
범인의 신상정보. 그놈의 위치.
나는 장례식장에서 사라졌다.
***
쾅.
부서져 나간 유치장의 벽.
회색 콘크리트가 흩날린다.
그놈이 보인다.
김동훈을 죽인 그놈이.
“네놈이냐.”
감정이 폭주한다. 힘이 걷잡을 수
없이 튀어 오른다.
“왜. 죽였지.”
그것이 나를 바라본다. 무력으로
공권력을 돌파한 나를 두렵지 않다
는 듯, 빤히 바라본다.
“각성자니까.”
탁하게 갈라진, 한마디.
“고작 그거 때문이냐.”
멱살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영웅 차별. 사라진 단어라 생각했
다. 우린 그걸 위해 노력했기에.
눈앞의 쓰레기는 숨이 막힌 듯 캑
캑거리긴 했지만, 여전히 당돌하게
나를 응시했다.
“그래! 각성자는 악의 첨병이고, 이
것은 악을 퇴치하기 위한 성전이다!”
이 상황이 아무것도 아닌 듯, 즐
거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뭐지.
“공권력 놈들, 그놈들도 이미 각성
했어! 이게 다 괴전파의..”
…뭐지. 이건.
“경찰분들. 하나만 묻죠.”
나를 포위한 그들에게 질문을 던
졌다. 그들은 딱딱히 굳은 얼굴로,
내 말에 답하지 않았다.
상관없다.
“이거. 미친 겁니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신미약. 민간인.
영웅이 처벌할 수 없는 자.
내가 손써서는 안 되는 대상.
이는 단순한 광증의 사고, 내영
웅으로서 정의가, 관리국의 규범이
그리 판결을 내렸다.
쿵.
멱살 들렸던 그것이 떨어진다.
“그것 봐라! 내 힘이 널 멈추….”
미치광이의 아우성이 퍼진다.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는 영웅이니까.
우리가 만든 시스템이니까.
* * *
동훈이는 인기 스타가 되었다.
영웅의 최후에 대해서.
그의 생애에 대해서.
그의 일생이 텔레비전에서 계속해
서 방영됐고 그런 영웅을 죽게 만든
흉악한 사회 범죄를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그의 얼굴이 신문 1면에 나오는
건 물론이요. 인터넷에서도 그에 대
한 추모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렇게 된 데에는 관리국의 뒷공
작도 있으리라.
비운의 영웅을 만들어 영웅들의
사회적 입지를 높일 속셈.
그 증거로 여기저기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정보는 틀린 점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일반인은 모르겠지만, 당시 그와
같이 이야기를 써 내려가던 영웅이
라면 알 수 있는 명백한 오류. 하지
만 옛 영웅들도, 나도 입을 닫았다.
그것이 새로운 영웅들을 위한 길
이니까.
그런 절망 속에서 동훈이의 장례
식이 지나간다.
핏값의 복수도.
격렬한 사건도 없이.
그저 지나갔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이
미 식어있던 마음의 불꽃은 마지막
빛을 밝히며 사그라들었다.
***
“그는 훌륭한 영웅이었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묘지에 설
치된 단상.
그 위에서 처음 보는 누군가가 열
변을 토하고 있다.
“그는 인류를 위해 끊임없이 싸웠
으며, 은퇴한 후에도 인류를 위해
헌신하였습니다.”
장례식 조사에서 저렇게 열변을
토해도 되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영웅의 최후는 어
떠하였습니까! 어두운 골목길에서
싸늘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그래. 참 어이없는 최후였지.
정신이상자의 습격이라니.
“이제 은퇴한 영웅들에게도 좀 더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오늘, 여기에
묻히는 영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
다. 시선을 돌려보면 수많은 영웅이
사회의 풍파에….”
연설은 뻔한 정치적인 이야기로
흐르기 시작했다.
오늘 이렇게 죽은 영웅이 있으니,
좀 더 영웅의 설 자리를 넓혀야 한
다는 정치적인 이야기.
나는 듣기 싫어져 귀를 막았다.
연설이 끝나고, 장례식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정확히 사각형으로 파인 땅 안쪽
으로 동훈이가 담긴 관이 들어갔다.
값비싼 나무관 위에 새하얀 천이
덮인 동훈이의 마지막 휴식처.
흰색 천이 흙으로 가려지며 관은
점차 그 모습을 감추었다.
관의 모습이 사라지자 둥근 봉분
이 세워지고, 값비싼 흰색 테두리와
비석이 갖추어졌다.
모인 사람들은 한마디씩 이야기를
나누더니, 한 명씩 사라졌다.
빗속에 서 있기는 싫었겠지.
방송국도 모두 철수하고 남아있는
사람도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누
군가가 말을 걸었다.
“크림슨 해머 님은 아직 남아계실
건가요?”
“친구 놈이 가는 마지막 길이니까.”
내가 죽인.
“그런가요.”
그는 천천히 중절모를 벗더니 묘
지에 고개를 숙였다.
“저런 분위기는 안 좋아해서요. 영
웅들을 광대로 보는 것 같아서…….”
그렇게 우리 둘은 분주히 움직이
는 사람들 틈에서 고요히 묘지를 바
라보았다.
시간이 지나, 둘만 남게 되자 그
는 중절모를 뒤집어쓴 후 천천히 묘
지에서 사라졌다.
이제 나 혼자만이 공동묘지에 남
아 그를 보내고 있다.
나는 그대로 차가운 비석에 등을
붙이고 앉았다.
“끝났다. 동훈아.”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하늘. 어둡
디어두운 하늘을.
“정말로, 죽었구나.”
이제야 동훈이가 죽은 것이 완전
히 실감 되었다. 내가 죽인 동훈이
의 죽음이.
“관리국도 너무하다. 네가 죽은 거
로 이렇게 성대하게 정치질이나 하
“다니.”
그런 푸념 속에서 갑작스럽게, 조
금 전 떠난 남자가 입에 올린 단어
가 떠올랐다.
광대.
그 단어를 떠올린 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고인을 명분으로 한 살아있는 사
람들의 잔치.
관리국의 정치질.
정의에 관심이 없는 영웅들.
텔레비전에서 춤추는 광대들.
안정만을 추구하는 규범.
그것을 놓아둔 사회.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영웅들은 모두 사라졌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광대들뿐.
침묵하던 옛 영웅들도, 광대의 탈
을 뒤집어쓴 것이다.
침묵하며 이 사회를 만든 나도 마
찬가지. 그저 영웅이 웃을 수만 있
으면 될 거라 믿으며, 걸어온 나또
한 마찬가지.
나는 내 손으로 영웅을 지워버린
것이다. 그저. 우리의 고난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가짐이.
세상을. 영웅을 썩게 만들었다.
마지막 영웅은 조금 전 무덤 속으
로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광대들뿐.
그렇다면 이제 누군가가 다시 정
의를 알려주어야 한다.
정의가 끊기게 둘 순 없다.
나는 젖은 몸을 일으키고 묘지를
걸었다.
몸속의 불꽃이 타오른다.
내 몸을 불살라. 세상을 태울 분
노의 불꽃이. 잘못된 길을 걸어온
나를 다시 이끌어줄 불꽃이.
잘못을 범한 내가 걸어가야 할 새
로운 길을 밝혀줄 불꽃이.
영웅이 아닌 자에게 고난을.
영웅이 아닌 자가 영웅을 칭하지
못하도록. 내가 고난을 내리겠다.
땅을 파던 인부가 잊어버린 것인
지, 빠루가 보여왔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고 묘지를 나섰다.
망치를 휘두를 순 없다.
그것은 정의를 간직한 마법소녀의
무기니까. 지금부터 이어질 진흙탕
에는 필요 없는 물건이다.
이제 알려줄 시간이다.
나 때는 말이다.
피가 흐르던 감각.
내장이 쏟아지던 이세계.
토마토가 머리에 닿는 감촉.
동료의 죽음.
금빛의 해머.
비가 흐르는 감각.
구토가 쏟아지던 골목.
블랙잭이 머리에 닿는 감촉.
동료의 죽음.
진홍빛 빠루.
뭐야. 다를 거 없네.


           


Mr. Magical Girl

Mr. Magical Girl

마법소녀 아저씨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202X. In the back alleys of Seoul, South Korea… He looked down at the heroes under his feet—the heroes who adorned themselves in a variety of colorful clothes, as if they were K-pop idols on TV. Those heroes? They were crawling beneath him, their gaudy outfits smeared with dirt. That was the true nature of being a hero. He hoped the individuals before him learned that lesson well. It was time to ensure they never forgot it. As a magical girl, he swung his hammer down. This is a bright story. The story of a man reclaiming his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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