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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6

06. 젊을 땐 다쳐도 금방 나아.
슈슉.
눈앞에서 남자의 주먹이 바람을
갈랐다.
귀찮게.
고개를 까딱여 주먹을 피했다. 머
리카락 몇 가닥이 휘말려 사라졌지
만, 그리 신경 쓸 문제는 아니다.
“꽤 하는구나 꼬마!”
우락부락한 근육질 곰이 스텝을
밟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권투하는 곰이라. 괴인치고는 정말
독특한 형태구만.
오랜만의 자유 토벌 일거리라 기
쁘게 나왔건만, 너무나도 기대 이하
의 녀석이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이계의 힘으로 인한 무
작위 발생이거나, 너무 약해서 다른
영웅이 이야기의 적이라고 인식도
못 한 녀석이겠지.
이 수준이면 현상금도 뻔한데.
짜증이 일어 입에 문 막대를 까딱
거리며 불만을 표현했다.
“싸움 도중에 담배를 피우다니. 그
러고도 전사라 할 수 있는가!”
뭔 말투가 저러지.
어느 이야기 소속인지는 몰라도,
그 녀석도 참 쪽팔리겠구만.
괴인을 무시한 채, 해머를 어깨에
짊어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자세는 무엇인가. 신성한 싸움
의 와중에 전사를 무시하는 건가!”
“어.”
너 따위를 어떻게 신경 쓰겠냐.
“그렇다면 날 무시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
곰은 갑자기 팔을 뒤쪽으로 뻗더
니,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했다.
적이 뭘 하든 기대가 안 된단 것
도 나름 신기한 일이다.
“맹호파산권!”
힘을 다 모으고 달려드는 곰의 글
러브에 호랑이의 모습이 나타남과
동시에, 그가 빠르게 나를 향해 질
주해왔다.
“곰인데 왜 호랑이를 쓰고 있냐.”
어이가 없구만. 곰과 호랑이라니.
곰의 움직임에 맞춰 천천히 해머
를 휘둘렀다.
어깨에서부터 출발해 원을 그린
해머는 그대로 곰의 턱으로 향했고,
망치와 충돌한 곰의 머리는 산산조
각이 나 흩어졌다.
어찌나 약한지, 해머에 머리가 터
지는 감촉조차 없는 결말.
머리를 잃고, 기세를 잃은 곰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확인사살 정도는 해야겠지.
나는 곰에게 다가가 그대로 해머
를 치켜들고, 곰의 몸뚱이에 또다시
해머를 박아넣었다.
펑.
망치에 닿은 곰의 배가 터지며 살
점과 내장이 주변에 흩어졌다.
길게 이어진 창자가 공중을 날아
내 머리 위에 착지했다.
제길, 내장이 있는 타입의 녀석이
었구나. 왠지 아이들 상상처럼 생긴
녀석이라 그냥 살점만 있을 줄 알았
는데. 내 판단 미스다.
쓸데없이 내장이 빵빵할 줄 알았
으면, 그냥 기술을 써 살점 하나도
남기지 않고 증발시킬 걸 그랬다.
저지르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일까.
머리 위에 착지한 내장을 내팽개치
고, 질척한 시체 위에 앉아 관리국
에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통화음 소
리를 들으며 엉덩이에서 전해지는
죽은 자의 온기를 느끼고 있자니,
곧 딱딱한 여성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어왔다.
“예. 관리국입니다.”
“등록번호 01-005-M.”
“확인되었습니다. 무슨 용무이신가
요. 이하람 영웅 님?”
“의뢰받은 괴인의 자유 토벌 완료
했습니다. 주변부 처리와 입금 부탁
드립니다.”
“위치 확인되었습니다. 입금은 소
“멸이 확인..”
뚝.
전화를 끊었다. 어차피 이후 이어
질 내용은 몇 번이고 들은 내용이
다. 이제 관리국에 기록된 괴인의
전투력을 확인해서 돈이 나오겠지.
오랜만에 찾은 자유 토벌 임무라
즐겁게 집에서 나왔건만, 예상을 한
참 밑도는 약한 녀석이었다.
적어도 한 달 분량 생활비는 나올
줄 알았는데. 이게 뭔가.
“쯧. 진짜 간부라도 안 나오나.”
10년째 이야기 진행이 안 되고 있
으니, 들어오는 수익은 기본 월급에
다 자유 토벌 수당뿐이고. 이래서야
사회에 영웅의 이름을 다시 새우기
전에 내가 굶어 죽는 건 아닐까.
입에 문 막대를 다시 품속에 집어
넣고, 고깃덩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퉷.”
입안에 모인 침을 괴인의 잔해에
뱉고 자리를 떴다.
***
“나왔다.”
“오셨어요?”
요즘 흰 덩어리가 인사를 멀쩡하게
하고 있다. 왠지 살도 빠진 것 같고,
뭔가 마음의 변화라도 생긴 걸까.
거실에 있는 소파에 몸을 던지고
운호에게 말을 건넸다.
“뉴스에 뭐 좀 나오는 거 있던?”
“마법소녀가 습격당했단 뉴스는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텔레비전에서도 안 나온 건가.
나 또한 집에 오는 도중 핸드폰으
로 뉴스 사이트를 뒤져보았지만, 그
런 뉴스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내가 검색을 잘하지 못해서
일 가능성도 있지만, 관리국에서 정
보를 차단했다고 봐야 하겠지.
“손발이 부러진 여자애만 불쌍하
게 됐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이제 그만
두시지 그래요?”
“그러면 그 여자애만 혼자 당한
게 되잖아, 아픔은 모두가 같이 짊
어져야지.”
“그런가요.”
왠지 운호가 슬픈 눈으로 나를 바
라보기에 손을 올려 흰 털을 쓰다듬
어주었다.
“걱정하지 마, 누가 죽진 않을 거
야. 그냥.., 바꾸고 싶을 뿐이니까.”
“전 누가 다치는 것도 싫은걸요.”
“젊을 때 다친 건 금방 나아. 안
죽으면 된 거지.”
난 젊을 때 더 심한 꼴도 당해봤
는데 안 죽었잖아.
왠지 운호의 복슬복슬한 털이 기
분이 좋아, 계속 털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대로 영웅을 습격하고, 남은 자
리에 내 뜻을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것이다.
누가 볼 일도 없을 테니 공적 지
정도 늦어질 것이고, 꾸준히 활동해
희생자가 늘어난다면 관리국도 정보
를 통제할 순 없겠지.
“그래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단
“말이야.”
“무슌 마리에요?”
얼굴이 쥐어짜이는 탓에 운호의
말투가 일그러졌다. 운호 본인은 내
손길이 기분 좋은지 내 손에 몸을
비비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내 행동이 널리 퍼
질지를 생각하고 있었어.”
“텔레비전에 나와서 주장을 알리
는 건 어때요?”
“그게 말처럼 쉽게 되겠..”
아니, 방법이 있다. 꼭 텔레비전
방송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핸드폰을 집어 들어 빠르게 인터
넷 방송 앱을 불러들였다.
탭은 실황, 영웅으로.
스크롤을 넘기자, 꽤 많은 숫자의
방송들이 나타났다. 시청자가 적은
숫자의 방송은 거의 없었다. 영웅의
이름값을 빌려, 하나같이 시청자가
많은 방송뿐.
“그건 뭐예요?”
“너도 너 전용 핸드폰 집에 있으
니 알지 않냐?”
“조작법을 몰라서 동영상만 봐요.
누르면 바로 제가 좋아하는 것만 떠
서 좋아요.”
흰 돼지는 할 줄 아는 게 뭘까.
“영웅들 싸우는 구역은 통제되니
까 사람들이 못 오는 건 알지?”
“예.”
“그래서 영웅들이 카메라맨을 고
용해서 방송으로 내보내는 거지. 시
청자는 영웅의 액션을 실시간으로
보고, 영웅들은 인지도 올리고.”
“그럼 왜 하람 님은 이런 거 안
해요? 매번 돈 돈 거리시더니.”
“잔인하다고 차단 먹었다.”
내가 싸우러 나갈 일도 얼마 없
어, 고정 시청자가 없는 것도 한몫
했지만,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될 줄 미리 알았더라면 적
어도 카메라맨 고용 비용은 아낄 수
있었을 텐데.
어차피 길게 할 생각은 없었으니
상관없나. 얼굴을 너무 드러내는 것
도 나중을 생각하면 별로고, 용돈
벌이도 실패한 건 좀 아깝지만.
“너도 이거 켜줄 테니, 지금 이동
하고 있는 영웅 좀 찾아줘.”
“알겠어요.”
운호와 함께 빠르게 스크롤을 넘
기며, 영웅 활동을 위해 이동하고
있는 영웅을 찾았다.
전투 중, 잡담 방송, 카메라맨이
영웅을 놓침, 게임방송? 이건 뭐야.
“찾았다.”
남성 변신 히어로.
마침 위치도 가깝다.
“일하고 오마.”
***
늦지 않게 현장에 도착했다.
빌딩 위에서 내려다보니, 영웅은
이미 변신해 괴수와 싸우는 중이었
고, 카메라맨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그들을 촬영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난입하는 타이밍은 영웅이 괴수를
물리친 직후가 적당하리라.
그렇게 타이밍을 재며 허공에 손
을 뻗어 빠루를 불러내었다.
어제는 너무 당황한 탓에 확인하
지 못했지만, 빠루 또한 마법의 무
기가 되면서 해머와 마찬가지로 어
디서든 소환이 가능해졌다.
새로운 무기 빠루를 손에 쥐고,
마음을 다잡았다. 발밑에서 싸우는
영웅은 우리의 적이라고.
백색 머리카락이 검게 물들며 허
공에 흩날렸다. 푸른 마법소녀 복장
이 검게 물들고, 마법소녀 복장에
붙어있던 여러 장식물도 빛나며 허
공으로 사라졌다.
몸이 가벼워졌음을 느낌과 동시에,
적도 필살기를 발사하며 괴인을 이
세상에서 소멸시켰다.
토옥.
짧게 바닥을 박차고 허공에 몸을
내던졌다.
드레스가 바람에 흩날리며 검은
입자를 퍼트린다. 검은 입자는 허공
에 궤적을 새기고, 나는 그를 따라
떨어져 내렸다.
카메라에 비치는 장면은 꽤 환상
적이겠지. 검은 유성처럼.
“보았는가! 오늘도 압도적인 힘…”
콰아앙.
멋진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지
만, 그 말은 내 추락에 가로막혔다.
적과 카메라맨 사이.
그 지점에 추락한 나는 검은 입자
를 몸에 두르고, 붉은 빠루를 그의
얼굴에 내밀었다.
“새로운 괴인인가!”
곧바로 나를 적으로 판단한 그는
왼 주먹을 짧게 내질렀다.
행동으로 옮기는 게 빠르군.
갑주계열, 육체 강화, 필살기로 보
아하니 염동력도 조금 있나.
적이 내지른 주먹을 향해 빠루를
올려세웠다.
캉.
갑주와 빠루가 만들어낸 충격음.
“상대 파악도 않고 아무렇게나 주
먹 내지르는 거 아니다.”
속도나 파워는 꽤 쓸만했지만, 대
충 내지르면 기술로 커버할 수 있는
법. 그대로 빠루를 미끄러트리며 적
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내 작은 몸에
주먹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을 파악
했는지, 그는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어설퍼.
그가 뒤로 빠짐과 동시에 손목을
뒤틀어 빠루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갑주에 튀
어나온 장식물에 빠루가 걸렸다.
손맛이 느껴진다. 익숙한 연계.
곧바로 빠루를 잡아당겨 그를 내
쪽으로 이끌었다. 적의 당황하는 표
정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어린아이에게 힘 싸움에서
진 것이 믿기지 않았겠지.
몇 번이고 본, 익숙한 표정.
적이 다가온다.
왼손을 꽉 쥐자 검은 가루가 모여
흑색 건틀렛을 형성했다.
색상은 조금 다르지만, 이전 마법
소녀 옷에도 있던 기능.
건틀렛이 끼워진 손으로 적을 적
당히 후려쳤다.
그렇지만, 돌아온 것은.
퉁.
북을 치는듯한 파열음과 아무 감
촉 없이 허공에 멈춘 팔.
뭔가에 부딪히는 맛이 없다. 염동
력인가. 필살기뿐 아니라 방어에도
사용하는 모양이다.
오른손을 비틀어 빠루를 빼냈다.
적이 나를 붙잡으려 오른손을 뻗
어왔기에, 그대로 몸을 회전시켜 그
의 왼쪽 겨드랑이 사이를 통과했다.
이런 실책을 저지르는 것을 보니,
자기보다 작은 이들과 싸워본 경험
이 없으리라.
품에서 빠져나옴과 동시에, 오른팔
을 당겼다. 아직 그의 품에 남아있
던 빠루가 그의 왼팔에 걸렸다.
그대로 잡아당기며, 힘을 쏟았다.
이미 한번 균형이 무너졌는데도
몸을 추스르려고 시도도 하지 않았
던, 센스도 경험도 없는 적의 몸이
내 쪽을 향해 쓰러진다.
균형을 잃은 적의 머리를 향해,
건틀렛을 휘둘렀다.
쾅.
충격음.
뒤흔들리는 머리.
확실한 손맛이 느껴졌기에,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가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질 수 있도록.
갑주를 입은 영웅이 바닥에 나뒹
굴었다. 정신을 잃었는지, 나를 붙잡
고자 하는 자세 그대로.
혹시나 기만 작전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의 몸을 발로 툭툭 차고
있자.
“히이익!”
비명이 들렸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땅바닥에 주저앉은 카메라맨이 시야
에 들어왔다.
영웅이 쓰러졌으니 다음은 자기
차례라고 생각한 것이겠지.
애꿎은 민간인을 괴롭힐 생각도
없었기에, 그에게 내 주장이 적힌
쪽지를 내밀었다.
“그거 잠시 화면에 비춰주시면, 조
용히 보내드리죠.”
평소의 나를 연상시키지 못하도록,
조금 여성스럽게 치장한 목소리.
“알겠습니다!”
카메라맨은 허둥거리며 건네준 쪽
지를 카메라에 잡았다. 아마 저 방
송 채팅창은 난리가 났겠지.
그럼, 일은 끝났고.
이제 이 영웅에게 고난을 줘야지.
빠루로 갑주를 조금 두드려보았지
만, 쉽게 팔다리가 부러질 것 같지
는 않았다.
여러 번 내리쳐야 하나? 귀찮게.
망치를 꺼내면 한 방에 해결되겠
지만, 그래서야 정체를 사방에 드러
내는 바보짓이니.
천천히 갑주를 살피자, 어디를 어
떻게 내리쳐야 할지 감이 잡혔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미성년자 관
람 불가 시간이다.
“거기 카메라 담당자님? 이제 되
셨으니 방송 꺼주시길.”
“아… 알겠습니다!”
그는 카메라를 내팽개치고 빠르게
현장에서 도망쳤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달아나도 괜찮
단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방송을 꺼달라고 했던 건 혹시 이
채널도 잔인한 영상으로 처리되어
정지당할까 걱정해서였다.
수익을 뺏는 건 너무한 처사니까.
이 영웅도 먹고살아야지.
그럼. 작업을 시작하자.
깡. 깡. 깡. 빠직.
“끄아악!”
“정신 차렸어? 아직 팔 하나랑 다
리 하나 남았으니까 조금 참자.”
깡. 깡. 빠직. 깡. 깡. 깡. 빠직.
“아아아악!”
작업이 마무리되었지만, 그의 비명
은 끊기지 않았다.
투구를 쓴 탓에 얼굴을 볼 순 없
지만, 분명 그 안쪽은 울리는 비명
과 쏟아지는 눈물로 엉망일 것이다.
“깔끔하게 부러트렸으니, 별 이상
은 없을 거야. 머리는 정밀검사 받
아보고.”
“아으헉. 흐억, 허어억.”
그가 내 말을 듣거나 말거나, 나
는 내 말만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상상 이상으로 일이 잘 풀렸다.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 자
리를 벗어났다. 이것으로 관리국은
확실히 움직이리라.


           


Mr. Magical Girl

Mr. Magical Girl

마법소녀 아저씨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202X. In the back alleys of Seoul, South Korea… He looked down at the heroes under his feet—the heroes who adorned themselves in a variety of colorful clothes, as if they were K-pop idols on TV. Those heroes? They were crawling beneath him, their gaudy outfits smeared with dirt. That was the true nature of being a hero. He hoped the individuals before him learned that lesson well. It was time to ensure they never forgot it. As a magical girl, he swung his hammer down. This is a bright story. The story of a man reclaiming his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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