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16

16. O급 전투기록
소녀 「해피니스 드롭

미친 마법
엿 같네.
주룩거리며 내리는 비를 맞으며
느끼는 더러운 감상이다.
비를 맞는 기분도 엿 같은데, 여
기에 마약이 섞여 있다면 더더욱 거
지 같을 수밖에 없다.
비 맞은 애들은 행동은 둘째치고
행복해 보이던데 그렇게 기분이 좋나.
잠시 혀를 내밀어보았다.
행복해질 수 있나 하여.
시야를 가릴 만큼 장막을 형성한
빗줄기는 혀 위에 안착했고, 빗물이
목 안쪽으로 흘러들어왔다.
기대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배신당
했다. 느껴지는 것은 쓴맛이 섞인
괴이한 맛뿐. 정신적으로는 어떤 감
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야. 진홍철추. 회의에 참석도 안
한 주제에 뭘 처마시고 다녀?”
진홍철추라. 저따위로 날 부르는
녀석은 한 명밖에 없는데.
“내가 뭘 하든 너랑 무슨 상관이
“냐. 뇌신.”
건방지게 생긴 노랑머리 꼬마.
본인 말로는 여자라지만, 발달하지
않은 여성의 몸을 가졌으면 그냥 꼬
마 녀석이다.
“안 그래도 애들 숫자가 부족한데,
네 녀석이 처마시고 미쳐버리면 누
가 막아.”
쓸데없는 참견이다.
“막을 사람은 많지. 너희 나라 무
한성주도 있고, 우리나라 천마검신
도 있으니까.”
“걔들이 빠지면 그 미친년은 누가
근접해서 막아. 안 그래도 어제만
두 명이 죽었어.”
그렇군. 육체파가 줄줄이 빠지는
게 문제인가. 그보다 두 명이나 죽
었다고?
“두 명이 죽다니, 누구?”
“여전히 관심이 없구나, 넌.”
“그 난장판에서 누가 죽었는지 어
떻게 알겠냐.”
당장 나 살기만 해도 벅찬데.
“나도 오늘 아침 회의에서 들을
때까지 몰랐어.”
“이왕 말 나온 김에 나한테도 좀
알려주지 그러냐.”
“그러지 뭐.”
뇌신이 내 옆에 꿇어앉아 입을 열
었다.
“부머랑 메테아르”
“부머야 근접전이라 재수 없었다
치고, 메테아르는 어쩌다가?”
저격전문인 그 녀석이 뜬금없이
죽을 일이 있나?
“미친 마법소녀의 얼굴을 스코프
로 봤다가 미쳐서 즉사했다더라.”
“즉사는 개뿔. 누가 옆에서 총으로
쏴버렸겠지.”
최전선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미친 녀석이 아군에 방해되지 않도
록 머리에 총을 갈겨버리는 일은.
이계에 접한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정신 붕괴 증상은 발에 치일 만큼
흔하고, 그런 주제에 위험성은 하늘
을 찌를 만큼 높으니까, 문제는 일
반 병사가 아니라 A급 각성자가 한
번에 지배당했다는 것.
너무 위험하다.
“예상보다 정신지배력이 높은데,
연합군은 병사들 물릴 생각 없나?”
저대로 놔뒀다가는 단체로 정신지
배를 당할지도 모른다. 최악의 상황
에는 아군이 모두 적이 될 가능성도
생각해둬야 할 것 같았다.
“소련이랑 미국이 크게 반대했어.
자국의 각성자가 죽었는데 이대로
병사를 물릴 수는 없다면서.”
“다 뒤질 판에 그놈의 자존심은.”
빌어먹을 놈들. 지금 자존심을 따
질 처진가.
덕분에 화가 들끓었지만, 일단 계
속해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살아남
기 위해서 정보가 필요하니까.
“부머는 어떻게 죽었지?”
“몰라.”
이건 또 뭔.
“뭔 소리야. 사망원인도 모른다고?”
“아무 상처도 없이 그냥 죽었어.”
또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인가.
매일같이 벌어지는 의미불명의 사
건. 의미불명의 힘.
이제는 지겨울 수준이다.
“정신조작?”
“그렇다기엔 표정이 너무 이상하
다더라. 뛰어들기
위해 화난 표정
그대로 굳었다면서.”
“목격자는 없었나?”
“한순간 붉은 섬광이 번쩍이더니
그대로 죽었다던데.”
붉은 섬광이라.
그리 도움 되는 정보는 아닌 것
같지만, 일단 뭔가 전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번쩍하고 그대로 죽었다면 시선을
통한 즉사 계열 능력인가? 아니면
레이저? 일단 붉은 빛이 보이면 눈
을 감고 초고속으로 움직여야겠군.
“내일 작전은?”
“다 물어볼 거면 회의에 좀 나와.”
“각성자들만 모인 회의면 모를까,
엄한 사람들이 끼어있으면 기분만
나빠져.”
“나도 마찬가지야.”
뇌신이 불만 서린 어투로 말했다.
아마 모두가 마찬가지겠지. 괴물이
라는 경멸 어린 시선, 압도적인 힘
을 가졌음에도 자신들을 건들지 못
하는 것을 알기에 있는 차별. 그 시
선들을 떠올리자 급격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습기 찬 장소인 탓에 담배도 눅눅
해졌지만, 적어도 나쁜 기분은 달랠
수 있으리라.
“비 오는데 불 어떻게 붙이려고.”
“이렇게.”
망치의 뒤쪽이 열리고 애프터버너
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길게 솟아오른 불꽃이 짧은 시간
주변을 밝힌 후, 다시 사그라들었다.
입 끝에서 밝게 빛나는 담뱃불.텁
텁한 담배 연기.
“…재주도 좋다.”
“몇 번 하니까 익숙해지더라.”
행복의 비로 더러워진 입을 담배
연기로 뒤덮은 후, 입을 열었다.
“그래서, 작전은?”
“총공격.”
“왜? 지들 말로는 약해질 때까지
반복하면 언젠간 쓰러질 거라면서.”
“S급 각성자가 줄줄이 죽어 나가
니 작전이 틀렸다는 걸 안 거지.”
멍청한 새끼들.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지. 우리 말은 완전히 무시하
더니, 자국 각성자가 죽고 나서야
정신 차려?
다른 녀석들이 주장했던 계획이
떠오른다. 각성자의 권리를 위해, 우
리도 집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
기라는 끝이 존재하기에 미뤄졌지
만, 이제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실행 시간은?”
“2시간 있다가.”
빠득.
앙다문 이빨에 담배의 필터가 잘
려나갔다. 반 이상 남은 담배가 흙
바닥 위를 구르고, 끝에 붙어있던
불도 비에 젖어 사그라들었다.
“돌았나. 쉴 시간은?”
“너희들은 튼튼하니까 문제없지
않냐고 하던데.”
개새끼들. 아무리 튼튼하다지만 각
성자도 사람이다.
새 담배를 찾기 위해 품 안을 뒤
져보았지만, 나오는 것은 빈 담뱃갑
뿐이다.
“담배 있냐?”
“나이가 안돼서 보급 못 받았지.”
“20살이잖아.”
“일본에서는 만 20살부터 흡연할
수 있답니다.”
엿 같네 정말.
***
“꺄하하하하하학! 모두 모였어! 끝
을 내자! 나도 끝이야!”
왜 저 미친 목소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잘 들리는 걸까.
병사를 뒤로 물리고, 기지에 남아
있던 모든 각성자가 모였다.
“시작은?”
“나랑 천마검신.”
“얼마나 해치울 수 있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수없이 많은 뒤틀린 천사들.
시체를 기반으로, 고기 날개를 붙
여 하늘을 떠도는 미친 마법소녀의
하수인. 입을 찢고 눈에 유리구슬을
박아 항상 웃도록 만든 광기의 산물.
“대충 85%?”
“믿겠다.”
사람들이 뒤로 물러서고, 두루마기
를 차려입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
지와 나만 남았다.
“할아비, 연료는 충분하죠? 망치로
머리 갈겨달란 소리 하지 마세요.”
“네놈 몸이나 신경 써라.”
“할아비보다 오래 살 거니까 걱정
하지 마시고요.”
천마검신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기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꺄하하학 뭐야? 크림슨★해머?
천마검신 유명하신 분들이네!”
제한을 풀고, 마력을 흘러 넣어
망치의 크기를 키웠다. 망치의 무게
를 견디지 못한 지반이 무너지고 망
치는 끝없이 커진다.
천마검신도 환도를 뽑아 머리 위
로 치켜들어 자세를 잡았다. 나와
달리 검 하나에 집중되는 기.
주변에 힘을 흩뿌리는 나와 달리
조용한 천마검신이지만 그 검에 담
긴 위력은 나를 초월할 것이다.
시작은 나부터.
끝없이 커진 망치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둘러졌다.
금빛을 품은 망치는 하늘에 떠다
니는 천사들을 휩쓸었고, 그대로 충
격파가 되어 뻗어 나갔다.
“꺄학! 아무리 크림슨★해머라지
만 땅을 기는 존재는 그 정도야!”
그 말대로다.
내 망치가 커지는 것은 한계가 있
기에, 휩쓸린 것은 정말 일부뿐. 이
미 뒤틀린 천사들은 후방으로 도망
쳐 짓이겨지는 걸 피했다.
충격파에 휩쓸려 추락하는 존재들
도 있지만, 그 또한 반응이 늦은 천
사들뿐. 하지만, 애초에 이 공격의
목적은 그들을 한 장소에 몰아넣는
것이니, 내 목적은 완수했다.
“흡!”
조용히, 천마검신의 환도가 휘둘러
졌다. 단순한 내려 베기. 기술 대부
분이 화려한 편인 무인이건만, 천마
검신의 검로는 너무나도 단조롭다.
“아무리 천마검신이라도 이 높이
는 안될걸!”
천사들과 함께 더더욱 상승하는
미친 마법소녀.
이것 또한 그녀의 말대로다.
평소의 천마검신이라면 말이지.
쩌적. 쩌저적.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뭔가가 잘리
는 소리.
“뭔데?! 뭐야?!”
푸슛.
여기저기서 피가 솟구치고, 반으로
토막 난 천사들이 땅으로 추락했다.
철퍽. 철퍽.
비에 젖은 땅에 시체들이 떨어져
역겨운 소리를 이어나갔다.
“쌓인게 많으셨나 보네요.”
“어른이라는 것들이 그딴 짓을 하
는데 참는 것도 한도가 있다.”
“그렇군요.”
그 정도로 스트레스가 쌓이셨으면
좀 미리 푸시지.
본인 말로는 부정을 힘으로 바꾸
는 거라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스
트레스를 힘으로 바꾸는 거다.
정말 부정이라면 충전한답시고 나
보고 망치로 후려쳐달라는 소리는
안 하시겠지.
“가자.”
하수인들이 소멸한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각성자들이 뛰어올랐다.
연락받은 군인들도 하늘을 향해
무기를 쏟아부었고, 하늘을 날 수
없는 각성자도 미사일을 하나씩 잡
아들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먼저 간다!”
등을 후려치는 손길. 노란 번갯불
로 변한 뇌신이 내 등을 후려갈기곤
미사일을 밟아 하늘로 뛰어올랐다.
나도 가봐야겠군.
“할아비, 저도 갈게요.”
“다녀와라. 난 삭신이 쑤셔서.”
“예.”
망치에 다리를 올린 채 자루를 쥐
었다. 애프터 버너가 땅으로 향하고,
나 또한 로켓처럼 하늘로 솟구쳤다.
***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다.
아무리 이계에 물든 각성자라지만,
그 힘의 한계는 명확했다. 처음부터
총공격했으면, 전초전부터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자국의 각성자를 아낀답시고 내보
내질 않다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방해하지 마! 이계의 앞잡이들아!”
누가 누구보고 앞잡이라는 건지.
그녀는 오른손이 부서진 채, 사방으
로 마법을 흩뿌리며 계속 저항했다.
“저리! 꺼져! 이 날파리들!”
하수인을 모두 잃고, 얼굴에서 웃
음마저 사라진 그녀는 이제 단순한
과녁일 뿐.
수없이 많은 기술이 그녀를 향해
쏟아진다. 그녀가 쓰러지는 것은 이
제 시간문제.
이대로 끝난다면 좋을 텐데.
그리고, 그 생각을 거부라도 하듯.
【정신은 곧 육체이니】
뇌리에 문장이 새겨졌다.
이계침식.
“이계침식! 정신은 곧 육체이니!”
“확인!”
목소리를 증폭시켜, 내지르듯 빠르
게 이계침식의 내용을 복창했다.
전투의 열기에 빠져 문장을 놓친 이
들을 위한 경보음.
교전수칙에 따라 이계침식 경보를
빠르게 내뱉긴 했지만, 대체 뭐란
말인가. 정신이 육체가 된다니.
물리법칙을 뒤바꾸는 이계침식은
여러 번 겪어봤지만 정신이라니. 일
단 경보를 내지른 후, 미친 마법소
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라면 이 내용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바라본 그녀는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그저 상처가 말끔히 회복되
고, 오른손에 큰 낫을 들고 있을 뿐.
붉디붉은 낫.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온 피가 모
여 낫을 형성했다. 양면에 날이 달
린 기괴한 모양으로.
붉은색.
빠르게 휘둘러지는 낫.
그 모습을 보자, 어제 들은 정보
가 떠올랐다. 붉은 섬광이 번쩍이더
니 부머가 즉사했다고.
각성자의 눈으로 보면 느린 속도
지만, 병사들의 눈으로 본다면 섬광
과 비슷할 것이다.
“막지 말고 회피! 부머가 죽은 공
격이다! 특수능력 미확인!”
내가 언제부터 사령탑이 되었다고
이렇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최대한 목소리를
키워 정보를 내질렀다.
“확인!”
다짜고짜 내지른 정보였지만, 평소
에도 큰소리를 치고 다닌 덕분인지.
많은 숫자의 각성자들이 내 말을 따
라주었다.
결정적 일격을 가할 수 있었던 각
성자도 공격을 포기하고 허리를 굽
혔으며, 막기 위해 무기를 들어 올
렸던 각성자도 막는 걸 포기하고 허
공을 나뒹굴었다.
붕.
낫이 넓게 휘둘러지고, 내 목소리
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두 명이 낫
에 휘말렸다.
“아무렇지도 않…”
“방금 그거 뭐….”
공격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서
있던 두 명이었으나 말을 다 끝내기
도 전에 지상으로 추락했다.
사망자 둘.
아무것도 자르지 않으면서, 어떤
것에도 막히지 않는 낫. 하지만, 한
번 베이면 죽는 일격필살의 무언가.
왜 여태껏 사용하지 않았지?
“정신을 죽이는 낫! 낫에 닿지 마라!
사용조건은 자신의 피와 이계침식!”
“확인!”
내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분석을
마친 누군가가 답을 내주었다. 그에
답하며, 날아오는 낫을 회피했다.
정신은 곧 육체라.
그럼 저 미친 마법소녀를 쓰러트
리기 위해서는 정신을 굴복시켜야
한다는 뜻이겠지.
그녀의 상처가 회복된 것은 정신
에 조금의 흠도 없기 때문이고.
미쳤기에 완벽한 정신이라니 아이
러니하구만.
우리는 상처 입은 몸으로 미친 마
법소녀를 향해 다시 뛰어들었다. 정
신을 죽이는 방법은 모르지만, 우리
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니까.
* * *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미친 마법소녀는 계속해서 낫을
휘둘렀지만, 낫에 휘말린 건 그 이
후로 한 명뿐.
그녀가 육체파 마법소녀가 아니라
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일
무기술이 뛰어났다면 희생자는 지금
보다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
“피하지! 마!”
미친 마법소녀 또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휘두르는 낫은 점차 작아졌으며,
상처가 생기지 않던 몸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완벽한 정신이라 해도 쌓이는 피
로는 어쩔 수 없다는 뜻일까.
다행인 소식이지만, 이 이상 전투
를 이어나가면 희생자가 늘어날 것
이다.
지금은 다들 낫을 잘 피하고 있지
만, 조금씩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한순간 방심하면 죽을
수 있다는 공포는 우리의 정신을 깎
아나갔다.
뭔가 결정적인 한 방.
그녀가 낫을 휘두를 수 없도록,
깊은 상처가 필요했다.
미친 마법소녀는 계속해서 낫을
휘두르고, 우리는 그 낫을 피하며
계속해서 공격하는 대치상황. 끝없
이 이어질 것 같은 대치였으나,
번쩍.
번개가 치며 시야를 가린 한순간,
미친 마법소녀 뒤에 노란 형체가 나
타났다. 노란 꼬마는 양팔을 벌려
미친 마법소녀의 양팔을 구속했다.
“물리계열! 공격해!”
“잘했다. 뇌신!”
모든 마력을 쏟으며, 미친 마법소
녀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낫을 신경 쓰느라 내지르지 못했
던, 강한 일격을 내지르기 위해.
철컹. 철컹.
마력을 흡수한 망치가 빠르게 변
형하며 말뚝 모양으로 바뀌고, 뒤편
에 애프터 버너를 만들어냈다.
기이이잉.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와 함께,
애프터버너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미친 마법소녀는 어떻게든 뇌신의
구속에서 빠져나오고자 발버둥 쳤지
만, 뇌신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퍽.
미친 마법소녀의 정수리에 말뚝이
꽂혔다. 기나긴 전투의 마지막을 장
식할 공격이.
“죽어 이 미친년아아!”
모든 분노를 담아 계속해서 망치
를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아-
내 분노에 답하듯 망치 뒤편의 애
프터버너도 불꽃을 뿜어 추진력을
높였고, 한껏 가속된 망치는 충격파
를 퍼트리며 미친 마법소녀의 상반
신을 날려버렸다.
지지대를 잃어버린 미친 마법소녀
의 하반신이 땅으로 떨어지고, 자욱
한 혈운 속에서 나는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뇌신. 살아 있냐.”
“왜 네가 가까이 있던 거야.”
“순수한 물리계열이면 나 말고 얼
마나 있겠냐.”
“퉷. 물리 공격은 잘 안 통해도 썩
을 불꽃은 뜨거워.”
입안에 살점이 들어간 듯, 고기
조각을 뱉어내며 뇌신이 답했다.
“미리 말해줬으면 주의했을 텐데.”
“끝났으니 괜찮아. 다음부터 주의
“해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뭐, 끝났으니 된 거다.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저걸 맞
고 살아 있을 녀석이 있을 리가……
“꺄하하하하하하! 대단해! 대단하
다고!”
미친.
지상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다들 상황을 파악한 듯, 곧바로
지상으로 내려앉았고, 처참한 모습
의 그녀를 볼 수 있었다.
“대단해! 내 몸이 이렇게 망가질
수 있다니!”
머리에 구멍이 뚫리고, 고기 조각
으로 몸의 형태를 유지하는 그녀.
분명 상반신이 날아갔을 터인데, 계
속 재생되는 몸은 너무나 역겨웠다.
“봐봐! 내 정신이 머리가 죽었다
고 생각하나 봐! 구멍이 안 막혀!”
그녀가 고개를 흔들자 정수리에
난 구멍에서 뇌가 삐져나오고, 눈알
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저런
모습을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몸이 걸레짝이야! 꺄하하하!”
내장이 끊임없이 재생되어 땅에
떨어졌다.
조각조각 난 몸뚱어리는 어떻게든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구멍
나고 무너진 몸이 정상적인 상태일
리가 없다.
공격에 대해, 몸이 산산이 조각났
다고 정신이 인식한 결과일 것이다.
“끝내자.”
각성자 중 누군가가 말했다. 그리
고, 모두가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
를 끄덕였다.
한때는 우리와 같이 싸웠던 그녀
를 보내주도록. 저런 모습의 그녀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끝내? 뭘? 너희가 끝났다고?”
쾅. 콰과과과광.
갑자기 들려오는 폭발음.
그녀를 향해 포탄이 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폭발이 일어난 장소는
각성자들이 모여있는 장소였다.
“뭐야!”
갑작스러운 폭발에 당황하여 전투
자세를 취하는 사이.
“해피니스 드롭 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망가졌지만 살아 있어!”
지프를 타고 나타난 연합군의 사
령관이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배신이냐!”
“무슨 소리냐. 배신은 너희들이 한
것이지. 해피니스 드롭 님이야말로
인류의 구원자이시다.”
“맞아! 내가 인류를 행복으로 이
끌 거야! 까하하하하!”
망할.
뭔가가 틀어졌다.
“정신지배…”
“정화해! 빨리!”
“아까부터 이미 하고 있어!”
언제부터 지배된 거지? 처음부터?
사령관 말고도 배신자가 있나?
“그냥 저 미친년을 죽여! 뒷일 생
각하지 말고!”
누군가가 외친 그 말에.
“확인!”
나와 뇌신이 곧바로 뛰어들었다.
사령관이 휘말릴지 모르지만, 지금
이라면 팔 하나로 끝낼 수 있다.
망치가 미친 마법소녀를 향해 휘
둘러지고, 번개로 변한 뇌신의 오른
손이 그녀를 향해 뻗어 나갔다. 방
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둘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챙. 서걱.
눈앞을 은빛 섬광이 지나쳤다.
“할아비. 망할.”
“할아비라니. 웃어른에게는 좀 더
예의 바르게 굴어라.”
천마검신의 검이 우리를 가로막았
다. 내 망치는 무사했지만, 뇌신의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할아버지, 어째서…?”
천마검신을 따르던 뇌신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지 멍하니
목소리를 내뱉었다.
“뭐냐 뇌신. 너는 왜 여기 있느
냐? 당연히 행복을 위해서가… 행
복? 행복…? 행… 복?”
천마검신은 뇌신의 얼굴을 보고
괴상한 말을 내뱉었다.
그 틈을 타 망치를 휘둘렀지만,
천마검신은 검으로 내 망치를 막으
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뭐냐 하람이 너도 상태가 이상….”
순간 천마검신의 행동이 멈추었다.
뒤이어, 뭔가를 깨달은듯한 그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검
을 고쳐잡았고.
“내 손자를 죽인 마귀가, 누굴 또
“죽이려 드느냐!”
소리를 내지르며 검으로 자신의
배를 꿰뚫었다.
정신지배에서 가장 빠르게 이성을
되찾는 방법인 자해.
몸에 큰 부담이 되는 행위건만,
천마검신은 어떠한 의심도 없이 그
것을 행하였다.
“천마검신 정신지배 확인! 자기
정신이 멀쩡한지 확인해!”
“씨발 뭐?”
“정신에 결손 확인! 누가 나 좀
기절시켜!”
“기절은 무슨. 죽어!”
혼란이 시작되었다. 돌변하여 아군
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는 각성자.
우릴 노리고 달려오는 병사들.
“모두 정신 차려!”
“눈을 떠 바보들아!”
수많은 외침이 오간다.
눈앞에 이번 사태의 원흉이 있는
데. 저 녀석을 없애면 다시 사람들
이 웃을 수 있는데.
“하하칵칵! 정의는 승리한다! 이
빌어먹을 이계의 앞잡이들아.봐!
내 진심을 모두 알아주셨어!”
“대피하시죠. 해피니스 드롭 님.”
“그래. 이제 인류를 더더욱 행복하
게 해줘야지.”
저 녀석이 도망친다. 우리가 지키
려던 병사들에게 둘러싸여서. 편하
게 차에 타서 점점 멀어져간다.
“메테오르는 어디 있어! 저 자식
을 쏴버려!”
“총! 활! 아무나 좋아! 제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소수의 죽음
인가, 모두의 생존인가.
그렇다면, 뻔하지 않은가.
저울을 기울일 가치도 없었다.
“정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을 위해. 앞으로 살아
갈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는 오물을
뒤집어써야만 한다.
“하람아…?”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힘을 끌어내었다. 여기서 죽어
도 좋다.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아아아아아아악!”
모든 힘을 쏟아내었다.
이빨에 금이 가고, 몸속의 마법
지팡이가 비명을 지른다.
한계를 벗어난 마력.
눈앞이 붉게 물들고, 다리가 떨리
기 시작했다. 이 한 번의 공격을 위
해 내 모든 것을.
내 망치가 불어난 마력에 호응했
다. 길게 솟아오르며 거대해지는 망
치. 금빛으로 빛나는 망치는 계속해
서 몸집을 불렸다.
“쏴라!”
배신.
아니, 정신 지배당한 군인에게 내
려지는 발포 명령. 너덜너덜한 몸에
총탄이 박혀 들었다. 지친 몸은 총
탄조차 제대로 튕겨내지 못하고 몸
속에 받아들이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적들의 최후.
“미쳤어! 그러다 네가 죽는다고!”
눈앞을 노란 번개가 가로질렀다.
총탄을 막으려는 듯, 여기저기 뛰어
다니는 번갯불.
“나도… 돕지.”
배에서 피를 흘리는 무인이 내 앞
을 가로막았다. 이젠 목소리도 들리
지 않는 누군가가 나를 지켰다. 누
군가는 등 뒤에서 나에게 마력을 불
어넣었다. 이제 몸을 흔드는 총알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한가지 행동을 위해.
망치를 키웠다.


           


Mr. Magical Girl

Mr. Magical Girl

마법소녀 아저씨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202X. In the back alleys of Seoul, South Korea… He looked down at the heroes under his feet—the heroes who adorned themselves in a variety of colorful clothes, as if they were K-pop idols on TV. Those heroes? They were crawling beneath him, their gaudy outfits smeared with dirt. That was the true nature of being a hero. He hoped the individuals before him learned that lesson well. It was time to ensure they never forgot it. As a magical girl, he swung his hammer down. This is a bright story. The story of a man reclaiming his light.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