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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

19. 관리국 – ??? 『????』 (1)
“이게 뭐냐?”
“밥이요.”
“내 눈에는 라면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밥의 정의는 음식을 말하
는 게 아니라 식사라는 뜻이에요!”
궤변이구만.
“반찬은?”
“없어요!”
그래, 배를 채울 수 있으면 뭐든
어떠랴. 제자가 요리를 못할 수도 있
지. 평소에도 라면이나 인스턴트 식
품으로 때웠으니, 별 다를 바 없다.
커다란 냄비에 라면을 끓인 것도
한 번에 끓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그래야 한다.
“밥은 어디…?”
운호는 오랜만의 밥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처량한 눈빛으로 라면을
쳐다보았다.
내 잘못은 아니다. 설마 그녀가
밥이랍시고 라면을 끓일 줄 누가 알
았겠는가.
“아빈이는 나중에 먹이고 일단 우
리 먼저 먹자.”
내 말이 신호가 되어, 각자 자신
몫의 라면을 퍼담았다. 기름기가 둥
둥 떠다니는 붉은 국물에, 들어 올
리기만 해도 뚝뚝 끊어지는 면.
심히 불길했지만, 라면을 어떻게
망칠 수 있겠는가. 물 넣고 끓인
후, 제때 면을 집어넣기만 하면 되
는 것이 라면인데.
뚝뚝 끊어진 면을 보아하니 젓가
락은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아, 국물
째로 숟가락에 퍼담아 입에 옮겼다.
처음 느낀 것은 밍밍함, 그다음으
로는 물에 녹지 않아 떠다니는 라면
스프의 자극, 이빨에 씹히는 감촉마
저 더러운 질척거리는 면발.
이건 아니다.
전쟁터에서 엿 같은 것을 많이 먹
어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사람을 엿먹이려고 만드
는 요리만이 이 흉물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운호도 마법으로 면을 빨아먹고
있었지만, 이게 대체 뭔가 싶은 표
정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열심히 퍼
먹는 것은 무표정한 린과 백시현뿐.
그래, 자기가 만든 음식이라 괜찮
다 이거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잠시 고민해보았다.
밥이 이게 뭐야 하면서 엎어버려?
그냥 눈 딱 감고 밀어 넣을까?
어차피 안 먹어도 문제없는 몸이
니 식욕이 없다고 하면서 도망쳐?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에서 맴돌
고 운호의 눈빛도 점차 처량해졌다.
삐비빅. 덜컹.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와 문이
열리는 소리.
“다녀왔습니다아…”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한아빈은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기회다.
식탁에 놓인 흉물을 치워버릴 절
호의 기회. 빠르게 몸을 움직여 현
관으로 뛰쳐나갔다. 제자를 아끼는
스승으로서, 힘든 수행을 끝내고 돌
아온 제자를 반가이 맞아주어야 하
지 않겠는가.
“왔냐.”
지쳐서 땀범벅에다가 현관에 쓰러
져있긴 하지만, 변신이 풀리진 않은
모습이었다.
150km를 정말 다 뛰고 온 모양이
지만, 마력이 다하지 않았는지 변신
이 유지된 상태였다.
바닥난 마력으로 변신상태를 8시
간 유지라.
마력의 효율이 뛰어난 탓인지, 아
니면 본래부터 마력의 제어에 재능
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하나의 재능이었다.
칭찬받아 마땅한 행위이지만, 지금
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나중으로 미뤘다.
“일단 씻고 밥 먹어라. 시현이가
라면 끓여놨다.”
“라면… 이요?”
한아빈은 헉헉거리면서도 내 말을
귀담아들었는지 라면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
“역시 뛰다 와서 라면은 좀 그렇
지?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뇨, 시현이가 준비한 거라면 라
면도 괜찮.. 히익!”
다물고 원하는 걸 말해. 빨리.
그녀에게 약한 살기를 쏘아 보냈
다. 저 흉물을 처분할 명분이 눈앞
에 있는데, 이렇게 놓칠 순 없다.
저 라면 맛없다고.
일단 급하게 입을 움직여서 말을
전하긴 했지만, 전해졌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1…”
“고?”
“고기요….”
“그래. 운동한 다음은 그런 영양보
충이 필요하지.”
고기가 나올 줄 몰랐지만, 저 흉
물에 비하면 뭐든 나쁘지 않다.
“씻고 와라, 고기 구워놓으마.”
“예.”
살기를 쬔 탓인지, 다리에 힘이 풀
린 아빈이가 약한 목소리로 답했다.
냉장고에 고기도 있겠지. 아침 일
찍 와서 뒤져보았을 뿐이어서 확신
할 순 없지만, 관리국이 음식 재료
를 쌓아두고 갔으니, 고기도 있을
것이다.
쓰러진 아빈이를 목욕탕에 던져넣
은 후, 웃으며 식당으로 돌아왔다.
“라면 다 불었어요.”
왠지 뚱해진 표정의 백시현이 그
리 말해왔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저 흉물을 치울 수 있었으니 그녀의
감정은 별 상관없다.
“아빈이가 고기 먹고 싶다더라.”
“제 라면은요?”
“솔직히 운동하고 온 사람이 기름
지고 뜨거운 라면을 먹고 싶겠냐.”
“고기도 기름지고 뜨거운데요.”
고기는 다르지.
“…라면은 짜.”
내가 생각해도 궁색한 변명이다.
“아빈이가 무슨 운동을 하고 왔길
래 그러세요?”
다행히 저 궁색한 변명이 좀 잘
먹혔는지, 좀 대답할만한 질문이 되
돌아왔다.
“150km 달리기.”
“15km겠죠?”
“150km. 서울 한 바퀴.”
내 말에 시현이도 당황했는지, 표
정이 조금 바뀌었다.
“그게 돼요?”
“영웅이면 가능하지. 너는 아마 1
시간도 안 돼서 주파할걸?”
정말로 가능한가 하며 머뭇거리는
백시현에게 약간의 조언을 건넸다.
“영웅이 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은 버려라. 이미 너희는 평
범한 인간을 초월했고, 과거에는 불
가능했던 것들을 할 수 있으니까.
“41!”
산뜻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아마
이해하진 못했으리라. 아직 자신이
어떠한 힘을 가졌는지 인지하지 못
했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있는 힘껏 달려보아도 자동차와
달리 속도계가 나오지 않는다. 주먹
을 휘둘러도 오락실에 있는 펀치머
신처럼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달리기나 주먹질 모두 영웅이 아
니었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할 수 있는 행위이니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인지할 수 없다.
놔두면 곧 익숙해지겠지.
누굴 죽이기 전까지만 익숙해지면
되는 일이다. 사람만 안 죽이면 됐
지 뭐.
“뭐, 아빈이한테는 조금 힘들었겠
지, 그 녀석은 정말 육체 강화의 최
소치만 있으니까.”
“얼마나 걸렸는데요?”
“쉬지 않고 달렸으니 8시간 정도
걸리지 않았을까.”
“밥은요?”
“나야 모르지만 아마 안 먹었을
거라고 본다.”
그제야 시현이는 흉물이 담긴 냄
비를 밀어내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
지했다.
“그럼 든든히 먹여야겠네요.”
“그래서 고기지.”
대충 이야기가 맞아떨어졌다. 이대
로 저 흉물을 버리면 모든 것이 완
벽해진다.
“그럼 아쉽지만, 라면은 후식으
….”
“그쯤 되면 이미 더 불어서 못 먹
을 물건이 될 거다.”
저 흉물에 왜 저리 집착하는지 모
르겠지만 그냥 버려주었으면 한다.
잠깐의 눈치싸움이 있었지만, 결국
흉물은 내 손에 붙들려 하수구로 흘
러 들어갔다.
냄비를 뒤덮은 검게 탄화된 라면
스프와 바닥에 붙은 밀가루 덩어리
는 분명 내 눈이 잘못된 거겠지.
파손된 냄비를 살려보고자 힘을
불어넣는 와중, 콧속에 익숙한 냄새
가 흘러들어왔다.
야전병원에서 피 냄새 다음으로
자주 맡을 수 있었던 냄새.
소독약의 냄새였다.
“목욕탕은 어떻든?”
“괜찮았어요. 온수도 잘 나오고.”
약간 높은 목소리.
아빈이가 본래 이런 목소리였나?
여렸던 목소리가 조금 높게 변했다.
고철로 변한 냄비에서 눈을 떼고,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짧은 갈색 단발, 약간 큰 키. 분홍
빛 머리에 작은 체구의 마법소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한창때 여성의
모습이 식당에 나타났다.
“너도 변신 편차가 크구나.”
“처음 변신했을 당시에는 적어도
덩치는 비슷했어요….”
목소리가 조금 올라가긴 했지만,
성격은 그대로인지 자신 없는 끝맺
음이 어투에서 드러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긋난 케이스
인가. 옛날엔 많았지.”
옛날에는 그만큼 길게 영웅 일을
하던 사람도 많았으니까.
“고기는요?”
“시현이가 굽고 있어.”
“…저거 숯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분명 전기 그릴을 내줬는데. 라면
을 흉물로 연금했다지만, 고기를 조
질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보였다.
숯으로 변한 단백질, 검게 변한
고기 기름, 사방으로 퍼지는 탄내.
귀중한 고기가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손바닥 부위만큼 말랑
말랑하게 될 때까지 굽고….”
“고기가! 고기가 포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고기를 찌
르고 있는 백시현. 그 옆에서 허둥
거리며 숯을 고기로 바꾸려고 노력
하는 흰 털뭉치.
시현아. 지금 네가 찾아보고 있는
건 스테이크야. 고기구이가 아니고.
심지어 이미 숯으로 변해서 말랑말
랑해지지도 않을 거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느끼
며, 백시현에게서 집게를 빼앗았다.
“아직 덜 구웠어요! 고기는 바싹
구워야.”
주워들은 건 있는지 뭐라 말하고
있지만, 그조차 틀린 정보였다. 설령
그 정보가 옳다 쳐도, 저건 바싹의
영역을 넘어선 무언가라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고철로 변한 냄비는 버려둔
채, 내가 직접 고기를 구웠다. 아빈
이가 자신이 굽겠다고 자청했으나,
힘든 훈련을 뛰고 온 만큼 내가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고기는 바싹 구워야 하는데.”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는 주제에,
백시현은 잘 익은 고기만 보이면 덥
석덥석 집어 먹기 바빴다.
그리고, 그 옆에는 행복해하며 밥에
얼굴을 처박은 흰 무언가가 있었다.
난장판이 일어난 저녁 식사 시간,
한아빈과 나 사이에 무언의 시선이
오갔다.
어째서 내가 라면을 버리는 데 집
착했는지 이해했다는 듯, 한아빈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 또한 고개를 끄
덕였다.
스승이 밥을 하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백시현에게 요리를 시키지
않으리라. 저런 음식을 매일 먹느니
죽고 말지.
***
어두운 밤을 달린다.
이계의 힘을 흡수한다는 검은 입
자가 후방으로 퍼져나가며, 몸을 가
려주는 언제나와 같은 밤.
손에 들린 핸드폰의 불빛만이 반
짝이며, 내가 어둠에 삼켜지지 않음
을 알렸다.
빨리 위장용 괴인도 받아야겠어.
제자들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
왔지만,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
한 빨리 돌아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행동을 위해서도 위장용
괴인은 필요하리라.
그리 생각하며, 다시 핸드폰 화면
을 내려다보았다. 화면에 비추어져
있는 것은 오늘 목표인 김태준의 행
동 보고서였다.
처음 그 자료를 받을 때는 믿을
수 없어 잠시 시선을 돌렸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적힌 것이 변하지
는 않았다.
“어째서 관리국의 대변인씩이나
녀석이 관리국의 기숙사에서
되는
“사는 거지?”
데인저 라이플이 찾아낸 정보에
따르면, 그는 관리국 내부에 있는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말단 공무원이면 모를까, 대변인이
나 되는 고위공무원이 기숙사에서
지낸다고? 기숙사 시설이 그리 좋지
는 않을 텐데.
관리국에서 일하던 시절에 기숙사
신세를 졌으니 잘 알고 있다. 어떤
사건이 터져서 쫓겨나긴 했다만.
내가 나간 사이 급격히 기숙사가
좋아졌을 가능성도 생각해보았지만,
이상한 데 돈을 아끼는 관리국의 성
격을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아닐 것
이다.
관리국 내부에서만 지낸다기에 관
리국 부지에 있는 공관이라도 쓰는
줄 알았건만, 기숙사라니. 시작부터
계획이 어그러졌다.
방음도 엉망인 데다가 좁기까지
한 기숙사에서 날뛴다면, 금세 소란
이 일어나겠지. 누구의 지시로 행한
일인지 심문 정도만 하고 끝내려 했
지만, 이렇게 된 이상 납치로 방향
을 틀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계획을 다시 정립하는 사이,
높디높은 빌딩이 시야에 들어왔다.
서울시 중앙에 있는 높은 빌딩.
하나가 아닌 여러 빌딩이 얽혀서
만들어진 검은 탑. 이계의 힘을 감
시하고, 이계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세워진 인류의 마지막 보루들.
그중 동남아 전역을 담당하는 관
리국의 한국지부가 가까워졌다.
관리국의 빌딩은 어두운 밤에도
밝게 빛나며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었다. 인류를 수호하고, 영웅들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해서.
밤을 밝히는 관리국의 빛이 나의
몸에 닿았다. 빛은 마치 나를 타박
하듯이 내 몸을 비추었다.
관리국은 정의이며, 너 또한 그것
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느냐고. 그런
데도 너 혼자의 아집을 위해 관리국
을 습격하려 하느냐고.
관리국 빌딩의 빛에 맞닿았을 뿐
인데 그런 목소리가 들린 기분이 들
었다. 내가 관리국에 가진 감정이
그리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리라.
“관리국을 적대할 생각은 없어.”
관리국의 존재는 필요하다.
인류를 위해.
각성자를 위해.
“그저, 나는 정의를 바로 세울 뿐.”
모두가 함께 세운 관리국의 이상
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뒤틀려버
린 부분은 잘라내야 하니까.
아무도 듣지 않음에도, 나는 그런
혼잣말을 내뱉었다. 검은 입자가 서
서히 빛을 가리고, 나는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Mr. Magical Girl

Mr. Magical Girl

마법소녀 아저씨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202X. In the back alleys of Seoul, South Korea… He looked down at the heroes under his feet—the heroes who adorned themselves in a variety of colorful clothes, as if they were K-pop idols on TV. Those heroes? They were crawling beneath him, their gaudy outfits smeared with dirt. That was the true nature of being a hero. He hoped the individuals before him learned that lesson well. It was time to ensure they never forgot it. As a magical girl, he swung his hammer down. This is a bright story. The story of a man reclaiming his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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