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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

20. 관리국 – ??? 『????」(2)
관리국에 잠입하는 가장 쉬운 방
법은 무엇일까.
대규모 침공?
숨어서 들어가는 것?
보안의 공백을 찾아서?
아니면 무언가 특별한 수단?
모두 틀렸다.
“수고하시네요.”
“그쪽도 늦은 밤인데 열심이구만.
“수고하게.”
이계의 힘 탐지기 옆에 선 경비원
은 누가 인사했는지 돌아보지도 않
고, 기계적으로 내 인사에 답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내가 어떤 생김
새였는지 기억도 남지 않았으리라.
만약 직업의식이 투철한 경비원이
라면 내가 누군가와 닮았다는 사실
정도는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비원은 곧 그 생각을
지워 없앨 것이다.
그런 괴인이 관리국에 모습을 드
러낼 리 없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이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에.
그렇게 블랙 머라우더는 관리국의
경비를 돌파하여 관리국 내부에 들
어오게 되었다.
이런 것이다.
관리국이라 하여도 결국에는 공공
기관. 자신이 인간처럼 생기기만 했
다면,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가면 되
는 거다.
굳이 방어시설을 뚫는답시고 이계
의 힘을 뿜어대니까 들키는 거지.
중요 시설이야 경비가 탄탄하니
불가능하지만, 관리국 빌딩 내부로
들어오는 데에는 그리 많은 무언가
가 필요치 않다.
그렇다고 해도….
옛날보다 감시카메라가 늘었구만.
그런 생각을 하며, 천장에 매달린
감시카메라의 사각으로 움직였다.
얼굴인식 기술이 얼마나 좋아졌는진
모르겠지만, 옛날보다 떨어지진 않
았을 것이다.
감시카메라의 사각으로 나아가며,
수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느긋이 발
걸음을 옮겼다.
-등록번호 30-0623-C 영웅님.
상담 창구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빨리 움직여! 이미 대응팀이 출
발했다!”
“야, 저거 자숙 중인 걔 아니냐?
특종이다!”
“아직 식당 문 안 닫았지?”
“네가 훈련을 너무 오래 해서 그
러잖아!”
누군가를 찾는 방송 소리.
급히 출동하는 관리국 소속 영웅
들의 모습.
특종을 찾아 야밤에도 잠복하는
기자들의 아우성.
훈련을 막 끝마친 것으로 보이는
땀으로 범벅된 남녀 한 쌍.
한때 속했던 집단의 익숙한 모습.
모두 정겨운 광경이다.
인류를 위해 각성자와 비각성자가
함께 힘을 합쳐 움직이고, 각성자를
존중하며, 영웅이 인정받는 기관.
동훈이가 이 모습을 보았으면 분
명 기뻐했으리라.
그리 생각하며 몸을 움직이자, 하
필 많은 이들이 밖으로 나갈 타이밍
인지, 출구를 향해 사람들의 흐름이
만들어졌다.
“아 죄송합니다.”
작은 몸이 출구를 나가려는 누군
가와 부딪혔다.
사과를 표하는 그에게 고개를 숙
이고,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나와 부딪힌 남자는 그런 혼잣말
을 내뱉었지만, 곧 관심이 사라졌는
지 시선을 돌리고 출구로 향했다.
그와 비슷한 충돌이 몇 번이고 이
어지는 흐름 속. 나는 그 흐름을 거
슬러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찾는
것은 저 흐름 밖에 있으니까.
***
몇 번 ‘관계자외 출입 금지’ 표지
판을 보았지만, 무시하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로 하는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깔끔하지만 묘하게 얼룩져 생활감
이 드는 복도. 문 앞에 걸린 숫자가
적힌 문패들. 귀를 기울이면 자그맣
게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들.
여긴 여전하구만.
혹시나 했지만, 여전히 방음도 제
대로 안 되는 얼빠진 기숙사였다.
고위공무원씩이나 되는 김태준이
여기 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
큼 부실한 기숙사.
역시 함정인가?
처음부터 염두에 뒀던 가능성이
머리에 떠올랐다.
데인저 라이플이 나를 관리국에
팔아먹기 위해 가짜 정보를 주었을
지도 모른다는 것.
그렇다고 해도 딱히 뭔가를 대비
해야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함정이든 뭐든 어떻게든 도망칠
수는 있는데 무슨 상관이겠는가.
일단 확인은 해봐야겠지.
나는 빠루를 어깨에 걸치고 탁탁
이며, 복도를 걸어 나갔다.
304호, 306호.. 311호.
찾았다.
문을 부수고 진입하기 전, 청각을
강화해 방 내부에서 들리는 것이 있
는지 확인했다.
“그렇다니까. 관리국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원. 돈? 돈이야
많이 나오지.”
분명 김태준의 목소리였다.
누군가와 통화라도 하듯 떠드는
목소리긴 하지만, 적어도 김태준이
여기 있는 것은 확실해졌다.
빠루를 문틈에 걸쳐 살짝 밀었다.
빠직.
잠금장치가 박살 난 문을 잡아당
기며, 방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6평 정도의 원룸.
좁은 방 주제에 가구는 윤이 나는
묘하게 언밸런스한 방. 그런 방의
침대 위에서, 김태준은 몸을 누인
채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뭐야 누구…….”
툭.
김태준의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지
고, 경악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블랙 머라우더…”
“얌전히 있으면, 손발로 끝내주지.”
심문 결과에 따라서 더 늘어날지
모르겠지만.
..
“뭐・・・ 뭐야! 뭔데?”
정말로 내가 왜 찾아온 지 모르겠
다는 듯, 겁에 질린 목소리.
적어도 함정은 아니겠네.
김태준의 목에 손을 올리고, 경동
맥을 틀어막기 위해 손에 힘을 불어
넣었다.
탁.
그러나 그런 내 노력은 아무런 의
미 없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의 목을 짓누르던 손아귀는 목
표를 잃은 채 주먹으로 변했고, 직
전까지 느껴지던 그의 미친듯한 생
명 반응은 완전히 소실되었다.
뭐지.
눈을 떼지도 않았건만, 한순간에
김태준의 모습이 사라졌다.
순간이동 능력도 있었나?
아니.
그렇다기에는 뭔가가 이상했다.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각 방에서 들려오던 모든 소음이
끊겼으며, 주변에서 어떤 기척도 느
껴지지 않았다.
빠직. 빠지직.
천장에 달린 전등들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명백한 이상 현상.
이계침식? 대규모 전송?
빠루를 고쳐잡고, 급히 복도로 뛰
쳐나왔다.
복도는 이미 모든 전등이 꺼져있었
고, 녹색 비상등만이 출구를 가리켰
다. 그 비상등마저 괴롭게 깜빡이며
끝을 알리는 괴이한 상황이었건만.
묘하게 기억 속 무언가와 이 상황
이 닮아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소실. 어둡게 가라
앉은 건물. 별다른 의미 없이 반짝
이는 전등. 내 예상이 올바르다면,
이다음은 기괴한 소리가 울려올 터.
끼익. 끼익.
녹슨 경첩이 울리는듯한 기괴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왠지 모르게 신
경을 거스르지만, 역으로 안심되는
그런 소리.
그것은 그만큼 내가 그 소리를 익
숙히 여기고 있으리란 뜻이겠지.
“예지는 믿을 게 못 된다고 생각
했거늘, 몸을 옮긴 보람이 있구만.”
나이 든 남성의 목소리가 어두운
복도에 울렸다. 천천히 시선을 돌렸
다. 튼튼해 보이는 휠체어, 그 위에
몸을 올린 평범한 노인.
약간 해진 점퍼를 입고, 흰머리에
빵모자를 올린 노인의 모습은 양로
원이나 병원에 있는 노인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영웅이라면 그가 평범한 노
인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 녀석이랑 다른 건・・・ 머리색인
가? 그 녀석도 본 지가 오래되다
보니 잘 기억이 안 나는구만.”
이 괴상한 상황에 빠졌을 때부터,
그가 나올 것은 예상하였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제발
그만은 아니었기를 비는 내가 있었
기에, 그의 등장에 마음이 흔들렸다.
“입 좀 열어봐라, 그 녀석은 아니
지만 오랜만에 목소리라도 들어봐야
하겠다.”
노인은 무릎 위에 놓인 지팡이를
손에 들었다.
평범한 나무 지팡이임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는 지팡이가 흔들리
고, 벽이 네모나게 솟구치며 나를
붙잡았다.
마치 이 건물은 본래부터 그렇게
생겼다고 주장하듯, 나조차 인지할
수 없는 속도의 움직임.
끼익. 끼익.
복도 전체가 기울어지며, 그 경사
로를 따라 휠체어가 굴러 내려왔다.
벽 안에 갇힌 내 앞에 노인이 도
착하고, 기울어진 복도가 다시 본래
대로 돌아왔다.
눈이 마주쳤다. 세상사를 초탈한,
늙은 눈길이 나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과연, 닮았어. 특히 뚱한 표정이.”
내 표정이 어쩐다고 이러는가 이
영감탱이는.
그에게 많은 정보를 읽히고 싶지
않았기에, 빠루를 잡은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쿠궁. 쿠구궁.
힘을 불어넣었음에도 콘크리트 벽
은 굉음만을 내지를 뿐, 부서질 생
각을 하지 않았다.
“소용없다네. 지식은 복사되지 않
았는가? 단순한 힘으로 빠져나올 물
“건이….”
다 아니까. 입 좀 다물어 이 영감
탱이야.
묵혀두었던 감정이 풀려나가고, 몸
전체에 막대한 마력이 감돌았다.
동료에게 감사해야겠다.
오랜만에 모든 힘을 쏟아도 상관
없을 전장을 마련해주었으니까.
빠득. 빠드드득.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른팔이 벽을 파괴하며,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과연. 관리국이 나를 부른 이유
를 알겠으이.”
단순한 물리력으로 부수지 못할
것은 없다. 부수지 못한다면, 그저
물리력이 부족했을 뿐. 나는 온몸으
로 그것을 실천하며, 설계자의 공간
을 깨부쉈다.
쾅.
오른팔이 벽 밖으로 튀어나오고,
붉은 빠루가 그 모습을 보였다. 콘
크리트 조각이 사방으로 튀며 흩날
리는 와중, 나는 노인의 머리를 향
해 빠루를 휘둘렀다.
애송이 영웅의 팔다리를 부술 때
와는 다른, 반쯤 진심이 담긴, 상당
한 힘을 담아 휘두르는 공격.
그렇게 빠루를 휘두른 힘의 여파
가 퍼져나갔다.
빠루에서 뻗어 나간 충격파는 주
변을 휩쓸며 건물을 박살 내었고,
내 몸을 집어삼켰던 벽도 폭발하며
콘크리트를 사방에 흩뿌렸다.
지지대를 잃은 몸이 공중에 떠오
르고, 자세를 바로잡는 내 시야 속
에서, 노인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당황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았다.
냉정히 상황을 파악하는 차가운
얼굴. 몇 번이고 본 그의 전투태세.
“공간을 부수다니, A급은 어림도
없고, 최소 ㅇ급 이구만. 관리국 녀
석들도 혼 좀 내야겠어.”
영감. 그런 이야기는 다 끝나고
합시다.
지금은 나도 이 순간을 즐길 테니까.
쾅-.
귀가 먹먹해질 만큼 엄청난 굉음
이 귀를 울렸다.
빠루를 휘둘렀던 오른손을 타고
당연한 결과가 도달했다.
단단한 무언가에 충돌한 감각.
당연히 벽이겠지.
공격의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벽
을 걷어차 몸을 틀었다. 실패한 공
격을 확인하는 취미는 없다.
곧바로 검은 벽이 내가 있던 자리
에 생겨났다.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
다는 양, 당연히 존재하는 벽.
지금부터는 한순간도 움직임을 멈
추어서는 안 된다.
한 번의 구속, 한 번의 실수가 패
배로 이어지니까.
계속해서 나는 빠루를 휘둘렀고,
허공에서 생겨난 벽은 빠루를 집어
삼키며 공격을 멈추게 했다.
공방일체의 벽은 아슬아슬하게 내
피부를 스치고, 공격을 피한 대가로
대신 빠루가 벽에 가로막혔다.
벽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소멸하길
반복했고, 나는 그저 감각적으로 몸
을 움직였다.
짜인 연극처럼 그저 그렇게 반복
되는 전투.
“뭐라도 말이라도 해보지 그러냐.
고집불통인 것도 딱 그놈을 닮았군.”
한순간, 그가 입을 열었다.
전투에 무의미한 행위.
빠루를 고쳐 잡은 후, 오른팔을
내질렀다. 당연히 벽이 생겨났지만,
이번 공격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내질렀다.
방심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한순
간. 하지만 달인 사이에서는 크나큰
한순간.
탕.
벽에 못이라도 박는듯한 상쾌한
소리가 내달리고, 빠루가 벽을 관통
했다.
그는 벽이 관통될 것을 예상한 듯
고개를 젖히며 빠루를 피했지만.
“머리 조심.”
나는 처음으로 입을 열며, 빠루를
잡아당겼다.
탁.
빠루의 끝에 뭔가가 걸리는 손맛.
나는 있는 힘껏 빠루를 당겼다.
쾅.
빠루에 머리를 붙잡힌 노인이 성
대한 소리를 내며, 벽과 충돌했다.
강제로 휠체어에서 일으켜진 노인
의 표정이 보이진 않지만, 분명 크
게 당황했으리라.
잠시 승리의 감각을 만끽하고 싶
었지만. 나는 곧바로 빠루를 회수하
고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예상대로 벽이 나를 구속하기 위
해 다시 생겨났고, 나는 또다시 아
슬아슬하게 벽을 회피할 수 있었다.
한 방 먹였으니까, 이제 어떻게든
달아나야겠구만.
김태준을 잡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동료를 만나 몸을 풀었으니 별 상관
없었다.
오래간만에 좋은 운동이었다.
동료의 얼굴도 오랜만에 봐서 기
분도 나쁘지 않고.
자. 그럼 어떻게 도망쳐야 할까.
나는 노인이 나를 놓아주지 않으
려나 하고 생각하며, 힐끗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표
정이긴 했지만, 머리에 힘줄이 돋아
난 상태였다.
아, 저거 화났네.
저 영감 화나면 더럽게 끈질긴데.
나는 그리 생각하며, 어떻게든 이
공간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고자 노
인에게서 멀어졌다.
무한성주.
수많은 나라에 문어발을 뻗은 S급
각성자이자, 모든 관리국의 설계자.
우리들의 후방지원을 담당했던 영
감탱이. 그리고 지금 나를 미친 듯
이 쫓아오는 중이다.


           


Mr. Magical Girl

Mr. Magical Girl

마법소녀 아저씨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202X. In the back alleys of Seoul, South Korea… He looked down at the heroes under his feet—the heroes who adorned themselves in a variety of colorful clothes, as if they were K-pop idols on TV. Those heroes? They were crawling beneath him, their gaudy outfits smeared with dirt. That was the true nature of being a hero. He hoped the individuals before him learned that lesson well. It was time to ensure they never forgot it. As a magical girl, he swung his hammer down. This is a bright story. The story of a man reclaiming his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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