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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

21. 관리국-설계자 「무한성주」
다리 아래에서 폭음이 들려와 땅
을 박차고 앞으로 뛰었다. 네모난
금이 복도에 생긴 것이 시야에 남은
마지막 광경.
쾅.
뒤쪽에서 거대한 소리가 들렸기에
복도가 솟구쳐올랐다는 사실을 깨달
았지만, 충돌음은 멈추지 않았다.
천장이 복도를 강타했다.
벽에서 솟구친 돌은 벽을 파괴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콘크리트의 원
초적인 폭력.
죽일 생각인가.
저 영감탱이는 침입자인 나를 잡
을 생각도 없는지, 대놓고 건물을
공격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 항복하면 뼈는 남겨주마.”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잔잔
한 목소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막
대한 살기만이 느껴지는 목소리.
당연히 항복할 생각 따위 없었기
에 앞쪽으로 몸을 날렸으나,
빠득. 빠득. 빠드드득.
귀에 울리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콘크리트 벽이 솟아올랐다.
일 났군.
무한성주가 건물의 지배권을 손에
넣기 시작한 모양이다.
아슬아슬하게 콘크리트를 피하는
묘기를 부리는 내 눈에 갈라진 콘크
리트 틈이 보여왔다. 부실 공사 따
위가 아닌, 의도적으로 생겨난 듯한
깔끔한 금.
“쯧.”
혀를 차며, 안전이 예측되는 장소
로 몸을 틀었다. 어떤 공격이 올지
예상되었기에.
틈 사이에서 솟구치는 흑색 막대.
본디 그런 형상은 아니겠지만, 어쩐
지 끝이 잘려 창처럼 변한 그것.
철근 창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등 뒤에 생겨난 벽을 박차고 오른
손에 들린 빠루로 위험한 철근을 튕
겨내었다.
하나. 둘. 셋.
끝없이 이어지는 철근. 그 모든
것에 대해 대처하고자 팔을 흔들었
으나. 그리하였음에도, 모든 철근을
튕겨내진 못했다.
철근은 몸을 꿰뚫으며 옷을 찢었
고, 자잘한 상처를 몸에 남겼다. 평
범한 철근이라면 이렇게 솟아난다
한들 내 몸에 상처조차 입힐 수 없
지만, 이것은 무한성주가 건물을 지
배하며 철근 자체를 강화한 것.
벽 생성과 비교하면 한참 느린 속
도로 들어오는 공격이긴 하지만, 그
것을 넘쳐나는 재료로 메꾸었다.
건물을 무기로 사용하는 물량 전술.
망할 영감탱이. 이제 무슨 손해를
보든 나를 잡겠다 이거지?
“쯧.”
오늘 몇 번째 혀를 차는 것일까.
입을 열어 욕이라도 퍼부어주고 싶
지만, 저 영감탱이라면 내 어투와
사용 단어를 통해 블랙 머라우더의
정체를 유추해낼 가능성이 있다.
근질거리는 입을 혀를 차는 것으
로 대신하며, 점차 좁아지는 복도를
내달렸다.
지금이라도 전술을 바꿔서 저영
감탱이를 기절시키고 도망갈까.
무한성주의 힘은 후방지원과 공간
장악에 특화되어있으니, 본체를 노
린다면 기절시킬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의 무기인 건물을 모조리
분쇄하고 머리에 빠루를 박아넣으면
되는 간단한 일.
무한성주 자신도 본체가 취약하다
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내가 본체
를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지만, 건물을 사용
하여 능력을 발휘하는 무한성주의
특성상 결국에는 내가 승리하리라.
문제가 있다면, 그러면 관리국 건
물이 무너져야 한다는 것.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다.
그런 내 배려에도 상관없이, 무한
성주는 관리국의 건물을 신나게 소
모하며 나를 공격했다.
무한성주가 나중에 복구하면 된다
지만, 저 영감탱이는 그런 손익계산
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어딜 가느냐! 빌어먹을 후레자식
아! 얌전히 붙잡혀서 으깨지거라!”
벌써 따라잡혔나?
이렇게 빨리 올 리가 없는데 휠체
어 바퀴를 미친 듯이 굴리셨나?
그런 생각에 목소리가 들리는 방
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끝없는 숫자의 인간형 돌덩이가
대지를 울리며 나를 향해 달려왔다.
무한성주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본
뜬 콘크리트 골렘들의 질주.
저 영감탱이가 진짜로 미쳤나. 이
대로 놔두면 내가 아니라, 저 영감
탱이가 관리국을 말아먹을 것 같은
데?
그런 생각을 뒷받침하듯, 계속해서
골렘들이 건물 벽에서 일어섰다.
모든 콘크리트 벽은 골렘으로 변
하고, 그나마 뼈대가 남아있던 철근
은 창으로 변해서 허공을 날았다.
그것이 반복되자, 주변은 이미 건
물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진 채 공사
장처럼 바닥과 철골만 남게 되었고.
“이 노인공경도 못 하는 빌어먹은
검은 머리 짐승놈아!”
그런 대참사를 일으킨 장본인은
골렘의 입을 빌려 나에게 쌍욕을 퍼
붓기 시작하였다.
저건 열 받은 걸 넘어서 아예 나
를 피떡으로 만들 속셈인 게 분명.
무한성주의 머릿속에는 이미 나를
생포하겠다는 생각은 사라졌을 것이
분명했다.
남은 것은 불같은 성질을 따라 나
를 으깨버릴 생각뿐이겠지.
조금 전까지 무한성주를 기절시키
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저
렇게 머리에 열이 오른 상대와 싸웠
다가는 관리국이 날아갈 것이 분명
하기에 모든 생각을 지웠다.
나 때문에 관리국이 박살 나는 게
아니라, 무한성주가 관리국 전체를
재료로 써서 말아먹으리라.
그냥 도망쳐야겠다.
어떻게든 공간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무한성주도 포기하겠지.
전술을 바꾼 나는 복도를 달리며,
끝없이 솟아나는 철근 창을 피하고,
계속해서 일어나는 콘크리트 골렘을
빠루로 후려쳤다. 그렇게 도망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망치 애송이의 복제가 아니랄까
봐 복제 놈도 성격이 더럽구나!”
콘크리트 골렘의 목에서 흘러나오
는 둔탁한 목소리가 아닌, 영감 본
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고.
목소리가 들리는 장소를 향해 고
개를 돌리자, 왼손으로 휠체어 바퀴
를 굴리고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휘
두르는 무한성주가 눈에 들어왔다.
저 영감탱이는 무슨 생각이지. 저
늙은 몸으로 전장 한복판에 왜 온
거야? 뭐 있다고 저렇게까지 하나.
“좋구나! 더 춤춰봐라! 오늘 끝장
을 보련다!”
아무래도 그냥 싸우고 싶어서 그
러는 것 같다. 옛날 성질 좀 죽으셨
나 했더니, 나처럼 감정을 발산할
시간이 없었을 뿐이었다.
노인의 얼굴에 떠오른 찢어지는
미소가 그를 증명했다.
전장의 열기 속에서, 자신의 본모
습을 드러내는 한 명의 설계자.
함께 전장을 달린 옛 각성자들 대
신, 콘크리트 골렘이 설계자의 동료
가 되어 전장을 달리고, 그의 무기
였던 괴수의 뼈로 만든 단봉 대신
나무 지팡이가 설계자의 무기가 되
었다.
우리는 비슷한 처지다.
잊혀가는 옛 영웅. 싸움을 놓아둔
채은퇴하지 못한 두 영웅.
타의로, 자의로, 은퇴하지 못하며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는 옛 영웅.
그런 영웅이 동급의 상대를 만나,
평화의 시대에 감정을 불태운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더더욱 싸울 마음이 사라졌다.
우리 둘이 진심을 가지고 싸우면,
결국엔 누군가가 다치면서 끝날 터.
위력을 조절한다고 하여도 저 나
이라면 어디가 잘못될지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니지,
동료를 내 손으로 묻어버리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이미 할 만큼 해본
일이긴 하지만.
그런 내 심정과 다르게, 전투의
열기는 격해져만 갔다. 내가 싸울
마음이 없더라도, 상대방이 멈출 생
각을 하지 않았기에.
“계속 그렇게 도망만 칠 생각이
냐? 그럼 이것도 받아봐라!”
무한성주가 내뱉은 외침과 동시에,
땅이 크게 울렸다. 지진이라 생각할
정도의 거대한 울림.
그리고, 거대한 형체가 무한성주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콘크리트 거인. 무한성주의 걸작.
저건 나도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처리하기 힘든데. 어떡하지? 처음
계획대로 기절시키고 가야 하나?
그리 생각하는 와중.
탁.
빠루에 뭔가가 맞닿는 감촉이 전
해져왔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
이지만, 거기에 뭔가가 있다는 듯.
찾았다.
“다 꺼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간질거리던
입을 열고, 빠루를 크게 휘둘렀다.
큰 동작을 취한 덕분에 주변의 골
렘이 쓸려나갔지만, 그만큼 큰 빈틈
이 생겼고.
푹. 푹. 팡. 팡.
철근창이 맨살에 박혀 들고, 콘크
리트 골렘의 주먹이 몸을 후려쳤다.
손에 익지 않은 빠루였기에 생겨
난 빈틈.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
는 망치였다면 이런 빈틈을 만들 리
가 없었다.
“뭐냐?”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무한성주는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의문의 목소
리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약간의 상처를 대가로 벌어낸 시간.
빠루를 몸 뒤로 크게 젖히고, 모
든 마력을 오른팔에 담았다.
몇 차례나 공간을 두드릴 시간은
없으니…. 단 한 번으로 끝낸다.
쿵. 안쪽에서 울리는 심장 소리.
쿵. 주변으로 뻗어 나가는 충격파.
마력이 육체를 강화하고, 모든 힘
이 빠루에 모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있던 골렘들은 충격파에
휩쓸려 콘크리트 조각으로 돌아갔으
며, 뻗어오던 철근은 운동량을 잃고
지면에 나동그라졌다.
“막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예상한 것일
까, 당황한 목소리로 그가 외쳤다.
콘크리트 거인이 무한성주의 명령
에 따라 주먹을 휘둘렀으나,
내 빠루가 공간의 경계에 닿는 것
이 빨랐다.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손에 닿는 감촉도 없었다.
그렇지만, 막대한 힘을 담은 빠루
는 공간을 넘었다.
빠루는 공간을 꿰뚫었고, 나는 열
쇠를 따듯 빠루를 비틀었다.
약간의 틈이 생겨났다. 막대한 힘
으로 만들어냈다고 믿을 수 없는 작
디작은 틈.
그러나, 그 틈이 일으킨 현상은
절대 작지 않았다.
세계의 복원이 시작되었다.
작은 물줄기에서부터 댐이 무너지
듯, 저편의 세계에서 힘이 밀려 들
어왔고, 무한성주의 지배하에 있던
유사 이계는 본래 세계에 흡수되며
그대로 소멸하였다.
본래 세계로 돌아온 내 눈에 밝은
섬광이 비추었다.
관리국 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빛.
뭐, 잘 놀았네.
김태준을 못 잡은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이 정도면 꽤 좋은 스트레
스 해소였으니 만족할까.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가장 가까운
빌딩을 향해 도약 후 잠시 뒤를 돌
아보자, 무한성주의 얼굴이 보였다.
격렬한 운동 중 갑작스럽게 찬물
을 맞은 듯한 어리둥절한 표정.
열기가 다 식지 않은 그런 모호한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긴 했지만, 시
간이 지나면 무한성주도 이성을 되
찾고 열기를 식힐 것이다.
이 개판이 났으니 블랙 머라우더
잡겠다고 날뛰진 않겠지.
아마 몇 달간은 관리국 건물 수복
에 힘을 쏟아야……
“…이 망할 애새끼가 이딴 짓을
하고 어디로 도망치는 거냐.”
평탄하지만, 분노가 깔린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불길한 예감
이 온몸을 감싸 안았고.
그 예감에 보답하듯 무한성주 뒤
쪽의 콘크리트 거인이 다른 관리국
건물을 손으로 붙잡았다.
잠깐. 설마. 저 미친 영감탱이가.
콰직.
과자처럼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뜯어졌고, 거인의 손에 들린
빌딩은 무한성주의 지배에 따라 거
대한 콘크리트 구체로 변하였다.
“우어어어!”
거인의 포효소리와 동시에 거대한
콘크리트공이 나를 향해 던져졌다.
이 미친 영감탱이야. 여긴 민간인
구역이라고. 입을 열 수만 있다면
저런 쌍욕을 퍼부었으리라.
빠루를 든 오른손에 힘을 모았다.
힘을 모은 탓에 생긴 충격파에 주
변 건물에 금이 가기 시작했지만,
저 콘크리트공이 떨어지는 것에 비
하면 새발의 피이리라.
하늘을 가릴 만큼 거대한 공이 하
늘을 날아왔다.
단순한 공격을 해서는 주변의 피
해를 막을 수 없다. 증발 혹은, 조
각조차 남지 않을 정도의 파괴.
그런 결말을 바라며,콘크리트를
향해 빠루를 휘둘렀다.
***
“최악의 밤이었어.”
콘크리트공이 공중에서 폭발한 탓
에, 계속해서 뛰어다니며 조각을 정
리했다.
주변에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신
경 쓰는 행위는 내 취향이 아닌데.
피가 끓을 정도로 열심히 싸운 전
투의 마지막이 그런 삽질이라니.
돌조각으로 엉망이 된 몸을 털고
집에 돌아왔지만, 그런 엉망인 싸움
을 한 덕분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잠을 설친 밤이 지나.
“흐아암.”
피로가 담긴 하품을 내뱉고, 배를
긁으며 거실로 나왔다.
“스승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잘 잤냐.”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
는 백시현의 인사에 답한 후, 거실
을 지나 식당으로 향했다.
3명이 사는 집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들
고, 거실의 소파 위로 몸을 던졌다.
“아침부터 뭔 텔레비전이냐.”
“그러는 스승님은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데 괜찮으세요?”
“어차피 안 취해.”
나한테는 그냥 쓴 물이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변명이지만.
차가운 맥주의 자극이 목구멍을
통과하는 것을 느끼며, 텔레비전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여기저기가 박
살 난 관리국 빌딩이 텔레비전 화면
에 떠오른 것이 보였다.
-블랙 머라우더가 관리국 내부에
침입한 것으로 알려져……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관리국이 입은 재산피해는….
저건 절대 내 잘못이 아니다.
그 영감탱이가 맛이 가서 자기 손
으로 박살 낸 거지.
난 온건히 끝내려 했다.
“블랙 머라우더는 무슨 생각일까
요. 관리국에 침입하다니.”
“나라고 알겠냐?”
“스승님의 복제 괴인이니까. 스승
님이라면 아시지 않을까요?”
나랑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괴인
이 있다 쳐도, 관리국에 쳐들어갈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그렇게 따져보자면, 아마 관리국
이 마음에 안 들었겠지.”
“예를 들면 어떤 점이었을까요?”
왜 나한테 묻는 거지.
백시현 저 녀석은 내가 모든 걸
알 거라고 생각하나?
“…기자회견 당시 나온 사진이 마
“음에 안 들어서?”
대충 내던진 변명이긴 하지만, 나
름 괜찮은 이야기였다.
사악한 악당처럼 찍힌 사진이 마
음에 안 들었다라. 확실히 내가 그
당사자였다면 분명 화를 냈으리라.
“괴인들도 그런 걸 신경 쓰나요?”
“수배서 사진이 멋지지 않다며, 관
리국에 자기 사진 들고 와서 잡힌
괴인도 있었지.”
일이 없던 날 관리국 내부의 편의
점에서 놀고 있던 내가 잡았으니까,
정말로 있던 일이다.
“괴인이 그런 걸 신경 써요?”
“괴인도 인격이 있고 생각이 있으
니까. 이계에서 넘어온 지 얼마 안
된 괴인이면 모를까. 넘어온 지 오
래된 괴인일수록 인간 사회에 적응
하지.”
그렇다고 파괴 활동이나 악당 짓
을 안 한다는 건 아니지만.
대장벽 너머 정화봉사단이라는 멍
청한 애들도 A급 괴인투성이인 막
장단체인 주제에 깡패짓이나 하면
서 살고 있지 않은가.
“의외네요. 전 이계의 존재라면 침
략 활동을 한다고 배웠거든요.”
“대부분은 나오자마자 퇴치되고,
퇴치되지 않은 괴인 중에서도 사회
에 적응하는 애들은 극소수니까.”
그렇다 해도 정작 따져보면 꽤 인
구수가 되긴 하지만,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뉴스 앵커의 흥분된 목소리 위로,
한아빈이 가물거리는 목소리가 거실
에 깔렸다.
아침에 약한지 몽롱한 얼굴. 단발
머리임에도 여기저기 뻗친 머리는
저게 무슨 새 둥지인가 싶을 정도로
난리가 났다.
“잘 잤냐.”
“예에….”
한아빈은 대답 같지 않은 대답을
하며 욕탕으로 향했다.
계속 비틀거리는 것이 어딘가에
기대고 잠을 잘 것 같은 모양새.
그런 한아빈에게 나는 회색 막대
를 던졌다.
“한아빈. 받아라.”
“예…?”
몽롱해도 내 말에 반응할 의식은
있는지 한아빈은 손을 뻗어 하늘을
날아온 막대를 잡았다.
“이게 뭐예요…?”
멍하니 막대를 쳐다보는 한아빈.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돌로 만들
어진 투박한 회색 막대기.
“네 새로운 마법 지팡이다. 훈련
전까지 거기에 마력 불어넣어.”
“마력은 어떻게 불어넣죠?”
마침내 의식이 돌아왔는지, 멀쩡해
진 한아빈에게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냥 손에 잡고 계속 집중해. 어
차피 마력도 제대로 안 나올 텐데,
그 정도로 충분할 거다.”
재료부터가 무한성주의 유사 이계
에서 뜯어온 콘크리트이니, 그 가치
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손재주가 별로라 약간 투박하
긴 하지만, 재료가 워낙 좋으니 마
법 지팡이로는 충분히 좋은 물건.
분명 한아빈도 만족할 수 있을 것
이다.
“마법 지팡이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과 전
혀 달랐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
는지 모르겠다는 어리둥절한 말투.
설마….
“백시현, 설명 안 했냐?”
“까먹었어요!”
망할.


           


Mr. Magical Girl

Mr. Magical Girl

마법소녀 아저씨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202X. In the back alleys of Seoul, South Korea… He looked down at the heroes under his feet—the heroes who adorned themselves in a variety of colorful clothes, as if they were K-pop idols on TV. Those heroes? They were crawling beneath him, their gaudy outfits smeared with dirt. That was the true nature of being a hero. He hoped the individuals before him learned that lesson well. It was time to ensure they never forgot it. As a magical girl, he swung his hammer down. This is a bright story. The story of a man reclaiming his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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