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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

22. 저에게 시간과 예산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1)
훈련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두 명
의 마법소녀. 한 명은 불안한 표정
으로 회색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
고, 한 명은 그저 방긋방긋 웃으며
은빛 해머를 붕붕 휘두르고 있다.
“백시현 너는 가서 증폭이나 연습
해라. 아빈이 끝나고 나서 보자.”
“예!”
백시현은 어제와 똑같은 훈련내용
에 큰 불만이 없는 듯, 기운찬 대답
을 돌려주며 훈련을 시작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뿅뿅이라 들리는
기괴한 소리가 훈련장을 가득 채우
고, 계속해서 은빛 봉이 허공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있자니, 빠른
시일 내에 성공하기엔 글러 보였다.
놔두면 한참 걸리겠지만, 지금은
한아빈이 더 중요하니 일단 놔두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마법 지팡이는 익숙해졌냐?”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지팡이를 건
네준 것이 세 시간 전의 이야기. 지
팡이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에는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내가
건네준 지팡이의 원재료는 무한성주
의 콘크리트.
이계의 힘이 전혀 탐지되지 않는,
요즘 세상에선 찾을 수 없는 순수한
물질이니 한아빈도 자신의 마력으로
물들일 시간은 충분했을 것이다.
“일단은 선배님이 말씀하신 데로
꽉 쥐고 있긴 했는데요..”
그래. 얼마나 꽉 쥐고 있었으면
그걸 숟가락 대신 밥에 박아넣었지.
지금도 유심히 보면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 하얗게 질린
것이, 내 말을 너무 잘 따라줘도 문
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한번 보자.”
내가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자,
한아빈은 꽉 쥔 손을 펼치며 나에게
지팡이를 건네주었다.
파직.
지팡이가 내 손에 닿은 순간, 짧
은 스파크가 튀며 반발을 일으켰고.
“꺅!”
스파크 소리와 함께 한아빈의 놀
란 비명소리도 들려왔다.
“잘 완성됐네.”
내 손에 붙들린 마법 지팡이는 어
떻게든 벗어나고자 계속해서 번개를
일으키며 발버둥을 시작하였다.
주인이 아닌 자의 손에서 벗어나
려고 발버둥을 치는 마력의 근원.
자신의 순수함을 지키고 싶다는
듯, 지팡이는 분홍빛 마력을 뿜어내
며 계속해서 스파크를 뿜어내었다.
“가만히 있어 이 녀석아.”
무사히 완성된 모양이군.
한아빈의 미약한 마력으로는 지팡
이의 자아도 일깨우지 못하지 않을
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지팡이의 자아가 싹튼 모양
이다.
“받아라.”
자기를 만들어준 창조주도 몰라본
것에 약간 심통이 나, 한아빈의 머
리 너머로 지팡이를 던졌다.
지팡이가 단단하기도 하고, 바닥도
부드러운 매트라 망가질 걱정도 없어
땅에서 굴러보란 심보로 던졌지만.
지팡이는 휘어진 궤도를 마력으로
수정하며, 한아빈의 손에 안착했다.
한아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
팡이를 집어 들었고, 지팡이는 주인
의 손에 돌아간 것이 만족스러운지
다시 조용히 침묵했다.
자아가 생각보다 강하군. 역시 기
반이 된 물건을 잘 골랐어야 했나.
자아가 강하면 한아빈이 지팡이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어, 부수고 새로
만들까도 생각해봤지만, 얌전히 한
아빈의 손에 쥐어진 것이 주인으로
인정한 것 같고, 재료도 다시 구할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거기에 더해, 개인적으로는 저마
법 지팡이를 받은 한아빈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지도 궁금하니.
“오기 전에 백시현이 지팡이가 뭔
지 설명해주던?”
“예. 설명에 애매한 것이 있긴 했
지만… 대충은.”
백시현에게 설명을 들어도 정상적
인 설명이 아니었겠지.
사실 설명이 난장판이었어도 상관
없다. 올바른 설명이건 아니건 간에
지금부터 행할 일에 백시현의 지식
상태는 별 상관없으니까.
“그런 거다. 기반이 되는 마법지
팡이가 약하니 새롭게 기반을 만드
는 것이 가장 빠르지.”
“그럼 저는 활 대신에 돌 지팡이
를 휘둘러야 하나요?”
한아빈은 그리 말하며, 위태위태한
자세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지팡이에 휘둘리는 모양새.
“몸속에 집어넣어야지. 그 무거운
걸 들고 다닐 생각이냐.”
“몸・・・ 속에요?”
“그래. 몸속에 지팡이를 집어넣어
서 마력의 근원으로 삼는 거지.”
‘이게 몸속으로 들어온다고?”
한아빈은 그런 말을 할 것 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자신의 손에 들린
콘크리트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수술이라도 하는 건가요?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 집어넣으면….”
그런 귀찮은 짓을 뭐 하려 하냐.
“그냥 몸 안쪽에 닿도록 쑤셔 넣
는 거다. 그럼 대충 자리 잡거든.”
“네?”
목소리의 음정을 듣자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지만, 무슨 상관일까.
“마법 소녀들은 몸속에 지팡이를
넣을 공간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넣으면 딱 맞게 되어있지.”
“예? 예?”
한아빈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
히며 나에게서 멀어졌다.
“지팡이 안 넣을 거냐?”
물론 지팡이를 넣는 행위가 거북
할 수 있지만, 저렇게 공포에 질릴
만큼 무서운 행위인지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는데.
“저기 잠시만요. 꼭 그런 방법 말
고도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의
학적으로 보면 이런 큰 돌을 몸에
넣고 다니면 분명 어딘가 문제가.”
“무슨 헛소리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횡설수설
하는 한아빈의 몸을 붙잡았다.
“잠깐만요! 선배님! 마음의 준비
가! 살려주세요!”
계속 발버둥 치는 꼴을 보자니, 이
대로 계속해봐야 시간 낭비겠구만.
나는 곧바로 한아빈의 다리를 걷
어차, 그녀를 매트 위에 눕혔다.
“선배님!”
매트에 쓰러지면서도 날 찾는 한
아빈의 절규를 무시하며, 한아빈의
등 위에 올라타 그녀를 짓눌렀다.
뭐가 그리 두려운지 한아빈의 발버
둥이 계속되었지만, 지팡이를 뺏고
머리를 눌러주니 비명이 잦아들었다.
“그럼, 넣으마.”
한아빈의 귓가에 그리 속삭이며,
콘크리트 마법 지팡이를 척추 위에
위치시키고, 있는 힘껏 힘을 쏟았다.
지팡이는 자신의 위치를 찾은 것
을 기뻐하는 듯, 내 손에 닿았음에
도 거부하지 않고 마력으로 변하며
한아빈의 내부로 말려 들어갔다.
회색빛 몸체가 분홍색의 입자를
지닌 마력으로 변하며, 조금씩 몸
안으로 파고드는 지팡이.
한아빈은 자신의 몸이 마력에 잠
식되는 감각이 익숙하지 않은지, 기
묘한 비명을 내지르며 꿈틀거렸다.
지팡이가 파고들수록, 한아빈의 기
묘한 비명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시간이 지나, 비명이 옅은 숨소리
로 변하고. 꿈틀거리던 몸은 잠을
자는 사람처럼 축 늘어졌다.
그녀는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지팡이에 잠긴 그녀와 만나는 꿈을.
비록 온전한 그녀의 지팡이를 사
용한 것은 아니지만, 그 파편을 사
용한 지팡이인 만큼 그녀의 존재가
남아있을 터.
잠든 한아빈을 눕기 편한 자세로
바꿔준 후,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네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은
옛 시대의 영웅이야.”
함께 전장을 달렸던 옛 영웅.
“세계에 실망하고, 그런데도 세계
를 구하고자 노력했던 비운의 영웅.”
그렇기에 그녀의 삶은 비참했으며,
모두에게 버림받았다.
최후를 지킨 것은 나 혼자였다.
유품을 거둔 것은 나 혼자였다.
그녀를 죽인 것은 나 혼자였다.
그렇게 그녀의 잔해를 빼돌렸다.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말살된 그녀의 이름은 리사 달그
렌. 영웅명은 해피니스 드롭.”
그녀의 귀에서 입을 때였다.
그럼, 좋은 꿈 꿔라.
* * *
“아빈이는 또 왜 저래요? 어제는
기절해있더니.”
“신경 쓰지 마라. 새 마법 지팡이
에 익숙해지느라 저러니까.”
끝나고 나면 성격이 바뀔 수도 있
긴 한데, 그리 중요한 건 아니고.
심약한 성격이 좀 나아지면 좋겠
지만, 꿈에서 어지간히 험한 걸 보
지 않는 한 그런 큰 변화는 일어나
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변화라면 새로운 힘에 눈
을 뜰 수도 있다는 점인가?
“한아빈은 신경 쓰지 말고, 시켰던
증폭은 잘 돼 가냐?”
“어느 정도는요.”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람
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백시현
의 손에 은빛 해머가 나타났다.
백시현은 허공에 나타난 해머를 꽉
잡고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하였다.
등 뒤에서 등 앞으로, 오른손에
들린 망치가 왼손으로.
손장난치듯 백시현의 해머가 허공
에서 회전하고, 그 회전에 따라 망치
에 마력이 쌓이는 것이 느껴졌다.
백시현의 주변을 회전하는 망치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마력은 망치
내부에서 더욱 증폭되니.
“증폭이 맞군, 평범한 방식과 좀
“다르지만.”
자기식으로 어레인지인가.
힘의 증폭을 위해 자신에게 암시
를 거는 경우는 많았지만, 망치를
휘두르는 행동 그 자체가 암시라니.
증폭의 사용처가 좁아진다는 문제
가 있지만, 망치를 휘두르는 공격
행동 그 자체가 증폭으로서의 암시
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양성을 떨어트리는 대신, 공격적
인 면에만 집중한 증폭이라.
약간 편법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이 천재 제자 놈은 이틀 만에 이런
경지에 도달했다.
잠시, 도장 구석에 쓰러진 한아빈
을 바라보았다. 기초부터 다시 쌓아
야 하기에, 출발선에 도달도 못 한
영웅과 눈앞의 천재.
붕붕.
그런 씁쓸한 사색도 허공을 가르
는 망치 소리에 중단되어 다시 백시
현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어요.”
“이틀이면 충분히 빠른 거다.”
이래서 천재 놈들은 자기가 얼마
나 대단한 걸 해냈는지도 모르지.
붕붕.
그런 대화 사이로, 계속해서 휘둘
러지는 망치 소리가 파고들었다.
저 망치는 왜 계속 휘두르는 걸까.
“망치는 왜 안 멈추냐.”
“어・・・ 스승님?
이거 멈추면 마력
은 어떻게 되죠…?”
“어떻게 되긴, 때릴 대상도 없으니
까 그대로 방…”
잠깐.
저 마력이 방출되면 어떻게 되지?
지금도 망치에 쌓인 마력은 실시
간으로 불어나고 있다.
백시현의 올곧음을 반영하기라도
했는지, 어마어마한 기세로 불어나
는 마력.
“스승님… 이거 어쩌죠?”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건만, 백
시현은 뭔가를 눈치챈 듯 울상인 표
정을 얼굴에 띄웠다.
제자라는 놈이 첫 주부터 훈련장을
날려 먹게 생겼구만. 아니, 이 기세
라면 아예 훈련장을 매몰시키려나.
붕붕붕.
그런 내 현실도피와 상관없이, 백
시현의 마력은 더욱 불어났고, 그에
맞춰 망치를 휘둘러지는 속도로 빨
라졌다. 더더욱 가속되는 증폭.
“스승님…?”
항상 태평하던 백시현도 자신이
대형사고를 친 것을 알아챘는지, 목
소리에 애원의 기색이 섞였다.
할 수 없지.
“아파도 참아라. 네 잘못이니까.”
허공에서 무기를 꺼냈다.
오른손을 타고, 금빛 망치의 무게
가 느껴져 왔다.
역시 무기라면 이래야지.
빠루는 너무 가볍다. 가볍게 움직
일 수 있지만, 무기라기보다는 작업
을 위한 연장과 비슷한 느낌.
백시현의 회전속도에 맞춰, 나 또
한 망치를 회전시켰다.
마력을 담아 무거워지는 망치의 무
게를 느끼며, 마력량을 조절해나갔다.
망치에 담긴 마력량이 비슷해지고,
두 망치가 그리는 궤도가 겹친 순간.
제자가 만든 마력의 회전 사이로
망치를 밀어 넣었다.
쾅.
금속끼리 부딪친 거라고는 믿을
수 없는 굉음이 훈련장에 퍼지고.
최대한 비슷하게 조절하긴 했지만,
완전한 상쇄는 불가능했기에 흘러나
온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 충격파를 뒤집어쓴 것
은 단 한 명의 마법소녀.
힘의 대결에서 진, 망치를 든 마
법소녀가 하늘을 날았다.
“스승님!”
그리고 그 마법소녀.
나는 허공에 몸을 맡기며 생각했다.
제자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일부러
져주는 것도 기분이 영 엿같구만.
제자를 더 강한 힘으로 찍어 누르
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그러다가
제자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누가 책
임을 지겠는가.
차라리 내가 날아가고 말지.
그런 생각으로 충격을 모두 붙잡
았기에, 오른손이 저리긴 하지만, 몸
에 아픈 장소는 없었다.
굳이 아픈 장소를 찾아보자면, 자
존심이라 해야 할까 그런 장소가 망
가지는 아픔일까.
덕분에 짜증이 솟구쳐올랐다.
‘내 짬에 이런 일도 해야 하나?’
언젠가 들었던 군인의 말.
딱 그런 생각.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내 몸을 띄
우던 부유도 끝나, 몸을 틀었다.
지상에서 구르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허공을 박차고, 몸을
뒤틀며 매트 위에 내려섰다.
“스승님!”
나를 걱정하는지 달려오는 백시현.
“시현아.”
“예!”
진중한 말투에 놀란 듯, 백시현은
그 자리에 멈추며 몸을 곧추세웠다.
“네가 망치를 쓰는 이유가 뭐냐.”
“스승님이 망치를 쓰시니까요!”
대충 그런 이유일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망치를 쓸
이유가 없으니.
“그럼 망치의 장점은 뭐지?”
“어・・・ 질량이 무거워서 높은 충격
을 줄 수 있다는 건가요?”
상식적인 답변이었다.
그래,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우리 정도 힘이 되면 질량은 큰
의미를 못 가지지. 그런데도 망치를
쓰는 이유는?”
극단적으로 무게를 불려 몇만 톤
짜리 망치를 휘두른다고 해도, 천마
검신이 힘을 모아서 베는 행동 한
번에 못 미친다.
“잘 모르겠어요!”
그래, 백시현 너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았다.
“확실하게 내면까지 파괴할 수 있
는 공방일체의 무기라서다.”
망치에 마력을 불어넣자, 마력을
머금은 망치는 내 몸만큼 크기를 키
우며, 주변에 스팀을 뿜어내었다.
쿵. 무거운 망치가 매트에 떨어지고.
“그럼, 무기술 훈련을 시작하자.”
그대로 망치를 휘둘렀다.
그러자 가벼운 내 몸은 막대한 무
게가 쏠리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망
치를 뻗은 방향을 향해 몸을 던졌다.
대지에 다리를 붙여 온 힘을 담던
평소와 다르게, 내가 망치에 휘둘리
는 이상한 모양새.
“스승님?!”
피했나.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란 듯, 백시
현은 반격하지 않고 망치를 피했다.
“지금부터 대련을 시작한다. 난 이
망치를 휘두를 정도의 마력뿐이니,
전력을 다해서 막아봐라.”
아무리 짜증이 솟구쳤다고 해도,
무자비하게 제자를 짓밟을 생각은
없다.
마력을 억제하고, 백시현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의 힘만을 남겼다.
행하는 것은, 모든 위력을 무게와
회전에 의존하는 공격법.
온몸을 비틀며 공격해야 하니, 그
만큼 빈틈이 많아 백시현도 반격할
수 있을 것이다.
쾅.
몸 전체를 회전시키며 박아넣은
망치에 바닥이 솟구쳤다.
“으힉!”
백시현은 내 예상과 다르게, 반격
할 생각도 들지 않는지 이상한 소리
만을 내뱉으며 도망칠 뿐이었고.
“망치는 뒀다가 어디 쓸 거냐. 막
아라. 네 망치는 장식이냐?”
나는 짜증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런 내 말에 자극된 것일까, 백
시현은 똑바로 날 바라보았다.
내 제자면 그렇게 나오셔야지.
나는 제자의 용기에 보답하고자,
망치를 등 뒤쪽으로 회전시켰다.
어느 순간, 회전이 멈추었다. 회전
에 뒤틀렸던 근육이 스프링처럼 풀
려나가고, 축적되었던 힘을 받은 망
치가 정면을 향해 발사되었다.
나 또한 그 힘에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틀었다. 온 힘을 담은
회전의 일격.
그런 일격이 날아오는 것을 확인
한백시현은 망치 자루를 두 손으로
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막기인가.
깡.
망치와 망치 자루가 부딪치고, 힘
에 밀린 백시현이 튕겨 나갔다.
“망치는 회전에 그 진가가 있다.
단순히 막는 용도라면 검이나 봉을
쓰면 된다.”
날아가는 제자에게 조언을 던진다.
망치란 무엇인가.
모든 힘을 담아,궤도를 그리며
상대를 짓뭉개는 힘의 상징.
단순하며, 올곧은 힘이다.
막는 행동은 그것을 방해할 뿐.
마법소녀가 사용하는 망치는 오로
지 공격만을 위한 무기.
“그렇다고 방어를 소홀히 하란 소
리는 아니다. 공격을 위해 망치를
회전시키고 휘두르며, 상대방의 공
격을 튕겨낼 힘을 담아라.”
쓸데없어 보이는 회전도, 괴이하리
만큼 무거운 질량도 모두 그런 힘의
압도를 위한 것.
두 무기가 부딪치며 생겨난 금속
음과 함께, 또다시 백시현이 저 멀
리 튕겨 나갔다.
“회전이 약하다. 방금 내 급소의
빈틈을 노리려는 게 뻔히 보였다만,
그런 기술도 우선 동등한 힘을 가진
다음의 이야기다.”
기술이나 방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망치와 망
치의 싸움. 기술도, 방어도 힘에서
이긴 다음의 이야기.
지금의 내 힘은 딱 백시현 정도인
데다가, 큰 동작을 연발하는 통에
빈틈투성이다.
깡.
그렇지만, 백시현은 또다시 튕겨
나간다. 같은 힘이 맞부딪침에도.
그녀가 모든 힘을 담지 않기에,
다음 행동을 준비하고, 내 빈틈을
노리기에.
그녀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의 내 공격은 방어이자, 기술
이며, 다음 행동을 위한 포석이라고.
그리고, 이것이 내가 망치를 다루
는 방법이자, 그녀의 적이 망치를
다루는 방법이라고.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계속해서 패배할 뿐.
그렇게 수십 번을 이어진 패배.
그 속에서.
“다시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다시 나를
향해 뛰어들었다. 마치 이런 교환
자체가 즐거운 듯.
끈기는 확실히 넘치는구만.
* * *
결국, 백시현은 한 번도 내 망치를
받아내지 못했고, 훈련은 계속해서
회전하는 나와, 그에 맞부딪혀 튕겨
나가는 백시현의 형태로 끝났다.


           


Mr. Magical Girl

Mr. Magical Girl

마법소녀 아저씨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202X. In the back alleys of Seoul, South Korea… He looked down at the heroes under his feet—the heroes who adorned themselves in a variety of colorful clothes, as if they were K-pop idols on TV. Those heroes? They were crawling beneath him, their gaudy outfits smeared with dirt. That was the true nature of being a hero. He hoped the individuals before him learned that lesson well. It was time to ensure they never forgot it. As a magical girl, he swung his hammer down. This is a bright story. The story of a man reclaiming his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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