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저에게 시간과 예산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3)
내가 실험실에 얼굴을 드러내자,
과학자들은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중요시설까지 영웅이 쳐들어오는
것을 예상치 못한 듯, 하나밖에 없
는 비상구를 향해 수많은 과학자가
달려가는 난장판.
내 외모를 얕보지 않고 빠르게 도
망치는 꼴을 보면, 꽤 오래 해먹은
과학자들인 것 같은데.
틱.
손바닥을 튕기자 수많은 쇠구슬이
허공에 생겨났다.
틱.
발사.
타다다다당.
수많은 쇠구슬이 서로 부딪치며
실험실 안쪽을 소리로 가득 채웠다.
클레이모어처럼 퍼져나가는 수많
은 쇠구슬.
하도 위력이 낮아서 별로 쓸 때가
없는 기술인데, 사람 안 죽는 데는
이만한 기술이 없다.
“아아아악!”
“꺄악!”
처음 조준한 대로 쇠구슬이 그들
의 팔다리에 박혔다.
팔다리야 좀 부러지겠지만, 망치에
으깨져서 사라지는 것에 비하면 훨
씬 나은 결말 아닐까.
몇몇 과학자들이 동료들을 방패로
도망치긴 했지만, 대다수는 통로에
쓰러져 신음을 내뱉었다.
그런 신음을 무시하고, 가장 가까
운 노인 과학자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겨 눈을 맞추었다.
“자, 그럼 이야기를 진행해볼까.
괴수의 씨앗은 어디에 있지?”
“으윽. 매지컬 블러디… 또 우리를
방해하느냐.”
크림슨 해머는 아니라서 다행이네.
꽤 모욕적인 이름이긴 하다만.
“뭐야. 너 나 아냐?”
“알고말고. 너에게 무너진 학회
가 몇이나 되는지….”
흠. 과거의 생존자인가.
“그럼 이후 어떻게 될지 알겠네?
말해봐. 인체실험 했어? 각성자 갈
아 넣었어? 아. 영웅 말이야.”
중요한 분기점이니 잘 골라.
너희들이 관리국의 감옥에 들어가
느냐, 여기서 모조리 으깨지느냐.
“…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하도 많이 봐서 실험
실 뒤져보면 다 나온다.”
하도 오감이 발달해서 그런지, 어
지간한 살점만 봐도 어떤 생물인지
알 지경인데.
“우리 목표는 완벽한 괴수의 개발
뿐. 괴인에겐 관심 없다.”
“그건 까보면 아는 일이고.”
쿵.
“윽.”
머리카락을 손에서 놓아버리자, 그
의 머리가 실험실 바닥과 충돌했다.
두부 손상에 더해, 충격이 손발의
상처로 퍼지며 통증이 일어난 모양
이지만, 이계에 붙은 인간들이 어떤
고통을 겪든 내 알 바 아니고.
“으아아아..”
“아파… 그만…”
복도를 가로막은 과학자들의 상처
를 즈려밟으며 비상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흠…. 과학자라…. 일단 물어볼까.
삑. 뚜르르르.
전화 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전화 받….”
문어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셸. 이 녀석들 다 관리국에 넘
겨도 문제없지?”
빠르게 용건만 주고받자.
“예. 목적 자체가 해당 결사의 붕
괴니까요. 그것만 달성된다면 조직
원의 생사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래. 오늘 안에 끝날 거다. 유전
자 추출 준비해놔.”
“예.”
삑.
대답을 받자마자 전화를 끊고, 또
다른 전화번호를 눌렀다.
“뭐냐. 바쁘니 빨리 말하도록.”
“현석아. 지진 관측된 장소로 생물
재해 전담팀 보내라. 타입은 B-U-
